'속옷 레드카드?'
브라질 아마추어 리그에서 웃지 못할 사건이 벌어졌다. 경기 주심을 보던 피제이로 심판이 최근 열린 경기에서 한 선수에게 퇴장을 명령하기 위해 다가섰다. 그라운드의 '포청천'으로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필드를 떠나라고 말한 피제이로 심판은 왼쪽 가슴 주머니에서 레드카드를 잡고 힘차게 선수를 향해 뻗었다.
순간 심판의 퇴장 명령에 항의하던 같은편 선수들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도 얼어붙었다. 모두들 피제이로 심판의 오른손만을 응시할 따름이었다. 곧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몇몇 관중은 킥킥거리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피제이로 심판은 자신의 손을 봤다. 그리고 두 눈을 의심했다. 자신의 손에는 레드카드도 옐로카드도 아닌 레이스로 장식된 여자 속옷이 있었다.
피제이로 심판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이미 쏘아놓은 화살이요, 엎질러진 물이었다.
1분1초가 몇년처럼 느껴졌다. 식은땀이 흘렀다. 황당해하는 선수들을 똑바로 쳐다볼 수조차 없었다. 민망함을 무릅쓰고 경기는 마쳤지만 더 무서운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하필이면 이날 관중석에서 부인이 바로 그 장면을 지켜본 것이다. 물증이 잡힌 마당에 변명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네 아이의 아버지인 피제이로 주심은 현재 이혼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정용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