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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아빠를 위한 조그마한 사이다
게시물ID : soda_49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어선풍
추천 : 54
조회수 : 4597회
댓글수 : 41개
등록시간 : 2017/01/10 14:34:55
이건 사이다라고 하긴 좀 부족한데요,, 아빠 입장에서는 정말 속 시원했을 듯합니다.

울 아빠엄마는 동네친구로 결혼했고, 아빠가 아들 다섯에 둘째여서, 엄청 고생하고 살았습니다. 혼자서 식구들 먹여살림요 ㅜㅜ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리아빠 일 시키고 번 돈으로 큰아빠 대학보냈는데, 여자에 빠져 대학 중퇴하고ㅋㅋ 작은아빠들은 사업한다고 돈 받아가더니 다 쓰고  화물운전하시고 ㅋㅋ 아빠는 공부에 대한 욕심 못버려서 어찌어찌 국비지원 받아 본인힘으로 미국서 좀 공부하고 오셨습니다.
울 집이 친가에서 제일 잘 삽니다. ㅎㅎ 아부지의 피나는 노력이죠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렸을 적부터 아빠 일꾼으로 대하더니, 내일모레 환갑되는 아부지를 아직도 일꾼으로 부려먹으시려고 하네요.

아빠 퇴직 전에 할머니 할아버지께 엄청 전화오더라구요, 아빠가 일 하다보면 전화 잘 못받으니까, 아빠 퇴근시간에 집으로 엄청 전화하더라구요, 다행히 전화 올때마다 아빠가 술 드시러 친구분들 만나러 가셔서 제가 다 전화받았습니다.
할아버지가 아빠 언제퇴직하냐, 퇴직하면 시골 내려와서 농사지어라... 이러시데요,,, 제가 그 통화 5번 넘게 받은거 아빠한테 전달 안했습니다.
전달을 안했으니 아빠한테 답이 없었죠,, 기다라다 못한 할아버지가 아빠 핸드폰 받을 때까지 전화해서 아빠보고 퇴직하면 농사지어서 식구들 나눠주라고 했다네요. 그날 아빠가 엄청 서러우셨는지 술드시고 오셔서 안방에서 우시더라구요... 
제가 엄마 퇴근하고 오셔서 일말의 일을 다 얘기했습니다. 엄마는 아빠한테 애들앞에서 좋은 모습?보였네 하고 비꼬면서 구박하시더니, "자기 엄마생신얼마 안남았지, 그때까지 아버지 전화 받지말고, 일단 시골 내려가면 나한테 다 떠넘겨" 이러시더니
할머니 생신날 아... 우리엄마... 역시 우리집의 왕이었네요
할아버지와 모든 식구들 앞에서

"아버님, 우리 애기아빠보고 퇴직하고 시골 내려와서 농사지어서 식구들 나눠주라고 했다면서요, 그 땅 누구꺼에요, 우리 애기아빠한테는 아무것도 준것도 없으면서, 다른 식구들 땅에 농사지어서 누구 좋은 일 시켜요 ? 우리 애기아빠 제가 어렸을 때부터 계속 봐왔어요, 크면서 하고싶은거 한번 제대로 보 못하고 고생만 하면서 일만하고 살았는데, 이제 편해져야죠, 돈요. 제가 직장다니니까 먹여살리면 되죠, 자기야 일 하지마, 우리 자기 평생 고생하고 식구들 뒷바라지 하고 하나 받은거 없는데, 우리 자기 쉬어, 아버님 어머님 자식이지만 결혼했으니 제 남편이고 제꺼에요, 내 남편 서럽게하지 마세요, 일 시키지 마세요. 자기야 가자. 우리 애 아빠한테 한번만 더 그런목적으로 전화주시면 저희 연 끊을거에요, 이제까지 저희가 벌어서 식구들 뒷처리 한 돈 전부 받아낼거에요, 자기 얼른 일어나, 우리집에 가자."

이러고 폭풍쏘아붙이고 아빠랑 저희 데리고 바로 집으로 왔습니다. 아빠 운전하면서 그렇게 자기 편 들어줘서 고맙다고.. 쉬라고 한거 자기밖에 없다고 너무 고맙다고 더 잘하겠다고 하네요...
엄마가 한번 크게 쏘아붙이니, 친가 식구들이 엄청 눈치보네요,, 아빠는 식구들이 뭔 말만 하면 엄마한테 쪼르르 가서 다 일러바치고 있습니다. ㅋㅋㅋ 

전.. 이번일을 보면서 우리 엄마같은 아내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내 남편 내가 지켜야죠...
아빠의 평생 서러움과 한이 엄마가 날린 한방으로 좀 위안이 되었음 하네요.
아빠, 아빠대신 펀치 날려주는 엄마 있어서 속 시원하시길 바라고요, 저도 아빠의 사이다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우리집만의 사이다입니다만. 글 쓴 이유는 우리 엄마같이 스프라이트 샤워를 날릴 수 있는 여성이 많아지길 바래서에요!
우리모두 신 여성이 됩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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