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네요.
이제 슬슬 집이 그리워 집니다.
지금 여기는 오천 자전거길 증평 부근의 무슨 허브 찜질방이라는 곳이에요.
좀전에 빨래다하고, 양치하고, 찜질방에서 주는 허브차 한잔 마시고, 이제 혼자있는 수면실에 누웠습니다.
일주일 내내 모텔 아니면 여관에서 자다가 무슨 게스트하우스 느낌나는 이런 곳에서 묶으니 기분이 싱숭생숭합니다.
그제 영산강 종주를 완료하고,
군산가는 버스 막차 출발 2분전에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마음넉넉한 기사분 덕분에, 시간에 딱 맞춰서 버스탈 수 있어서 너무 기분이 좋았죠.
영산강은 길이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지만, 금강과 대전, 오천을 달려보니, 상대적으로 가장 안좋긴 하네요.
전 mtb라 사실 상관없었지만, 로드 타시는 분들에게는 조금 꺼려질 수도 있을거 같아요. 뜬금없는 비포장이 한 2군데 있었고, 또 어떤 곳은 비포장 흙길이지만, 원래 그렇게 디자인된 듯 분위기있고, 너무 승차감좋게 죽죽 잘 나가는 길도 있었습니다.
섬진강에서 건너와서 그런지, 길가의 풍경은 딱히 눈을 사로잡을만한 곳은 별로였지만, 강의 최상류, 조그만 동네 개천 같은 곳이 점점 커지며 변화하는 강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네요.
또, 라이딩을 하다 잠시 만난 사람들이나, 서로 지나치며 인사하는 모습에서 가장 푸근한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제 선입견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서울 토박이)
다음날 군산에서 출발하는 금강 종주는 또 늦잠을 자는 바람에 11시30분이 되어서야 금강 하구 인증센터에 도착했습니다.
금강은 거꾸로 하구둑에서 시작해서 그런지, 부여, 공주, 세종시까지의 모습은 계속 큰 강의 느낌입니다.
금강이 달리는 기분은 제일 좋았습니다. 왠지모를 넉넉함과 푸근함이 있구요, 노면 상태를 포함한 길의 상태도 꽤 좋았습니다. 제가 지금 있는 구미의 낙동강보다 저는 더 좋더군요.
그런데 맘에 안들었던 건, 올해 그 어느 강에서도 보지 못했던, 녹조가 금강에는 꽤 많이 보이네요. 물도 꽤 더러워 보입니다.
어느 한 지점에서 (부여 밑의 꽤 길었던 데크길) 어른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수면 근처에서 종종 입을 수면위로 내놓고 뻐끔뻐끔거리는 모습을 봤는데, 물속 산소가 부족해선지, 주변 물이 더러워 보여선지는 몰라도, 왠지 살려달라고 몸부림치는듯이 보였습니다.
영산강처럼 강 주변의 풍경이 서로 상당히 비슷해보여서, 여기가 금강인지, 어제 달렸던 영산강인지 헤깔립니다. 노면 상태와 강 상류로가는 지금의 모습덕분에 분간할 정도네요.
어제는 저녁때 대전에서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서, 세종시에서 대청댐으로 안가고, 대전으로 빠지게 되었습니다. 근데, 세종시에서 대전가는 자전거 고속도로가 있더군요. 버스 중앙차로처럼 생긴, 제한속도 30의 자전거 고속도로.
길은 고속도로의 모습이 맞는데, 세종과 대전사이가 꽤 긴 약간의 오르막이라 속도가 안나네요. ^^ 그 와중에 쌩쌩달리는 로드 스포츠카들 몇 봤네요.
몇년만에 만난 친구들과 밤늦게까지 노느라, 다음날, 즉 오늘 낮 1시가 되서야 모텔방을 나서게 됐네요. 대충 밥먹고, 어제 중단된 금강 종주를 완료하기 위해 대청댐으로 향합니다.
대전 시내 갑천을 따라서 대전을 반시계 방향으로 한바퀴 빙~ 도는 코스를 따라 대청댐까지 갔습니다. 대전도 제방길 중심으로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네요. 주말 토요일이라 그런지 자전거 타는 분들 꽤 많이 봤고, 그중에는 뒤따라가고픈 처자들도 꽤 많이 봤네요. 대전으로 이사갈까 사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습니다.
대전과 세종을 중심으로한, 금강 구간, 오천 구간은 정말 자전거 타기 좋게 잘 정비되어 있네요. 그리고, 서울은 사람이 너무 많고, 특히 주말, 낙동강은 주말이나 평일이나 사람이 너무 없는데, 여긴 아주 적당합니다.
적어도 치이거나 심심하진 않아 보여요.
부부로 보이는 3 ~ 50대의 커플들을 제일 많이 봤어요. 보기좋더군요.
이제 저의 이번 종주도 내일이 마지막입니다. 내일 예정코스가 이화령포함 190km정도 되는데, 제 자전거 경험중 가장 긴 거리를 도전하게되네요. 이게 다 오늘 아침 늦잠잔 덕분이지만...
종주를 끝내면, 제 인생에 다신 흔치않을 이번 여해을 정리하는 글을 써볼 생각입니다. 지금은 전혀 안하는 제 블로그를 한번 정리할겸, 같이 정리하는대로, 여기 오유에도 한 번 올려보고 싶네요. 혹시 못올리더라도그냥 그러려니 해주시길.
오유 눈팅 10년차에, 드디어 이곳 자전거 게시판에 정착한거같아서, 요새 왠지 기분이 좋습니다. 덕분에 베오베 글은 많이 못보지만. 여기 여러분들과 좋은 이야기, 경험과 추억을 나눌 수있는 공간으로 우리 같이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