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718일을 맞이하는 4월 2일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10반 권지혜 학생의 생일입니다.
권지혜 학생입니다.
지혜는 언니가 하나 있는 두 자매의 막내입니다. 지혜는 똑똑하고 재주가 많은 소녀였습니다. 노래도 잘 하고 춤도 잘 추고, 피아노도 잘 쳐서 성당에서 반주를 했습니다. 공부도 전교에서 손꼽힐 정도로 잘 했습니다. 지혜의 장래희망은 치과의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집에서 지혜는 뭐든지 엄마랑 해야 즐겁고 재미있다는 귀염둥이 막둥이였습니다. 학교 갔다 집에 돌아오면 그 날 있었던 일을 엄마한테 종알종알 다 이야기하고, 밤 늦게까지 엄마 곁에 붙어서 그렇게 수다를 떨다가 엄마가 잠이 드시면 조용히 자기 방으로 가곤 했습니다. 엄마는 그래서 지혜가 엄마를 재워주고 돌봐준다는 생각을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지혜는 부모님 결혼기념일을 꼭 챙기는 아이였습니다. 부모님 결혼기념일이 마침 4월 16일이라서, 수학여행을 떠나면서 지혜는 16일에 꼭 전화하겠다고 부모님께 약속했습니다. 여행가서 매일매일 사진을 찍어서 보내드리겠다고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4월 16일 아침에 지혜는 부모님께 마지막 통화 한 통도 하지 못했습니다. 지혜는 참사 6일째인 4월 22일에야 부모님 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지혜 어머님은 직장도 그만두고 진상규명을 위해 뛰어다니고 계십니다. 지혜 언니는 대학에 들어가면서 너무 바빠져서 지혜랑 많은 시간 함께 하지 못한 것, 특히 수학여행 떠나던 날 아침에 지혜 얼굴도 못 보고 그대로 보내버린 것이 너무나 가슴아프다고 하십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은 24시간 운영되며 무료입니다. #1111로 문자 보내 지혜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지혜 부모님은 수시로 분향소에 오시고 어머님은 대기실에 있는 엄마공방에서 다른 세월호 어머님들과 함께 작업도 하십니다. #1111로 문자 보내 지혜 생일을 축하한다고, 잊지 않는다고, 함께 한다고 말씀해 주시면 가족분들께 큰 힘이 됩니다.
* 광화문TV는 2016년 3월 31일 승묵이 생일을 끝으로 작업을 종료했습니다. 부모님과 가족분들의 동의와 허락을 얻을 수 있었던 단원고 희생자 학생 250분, 선생님 11분의 이야기를 모두 동영상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일반인 희생자분들은 가족분들과 거의 연락이 닿지 않아 작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오늘 지혜 생일을 시작으로 이제부터 올리는 동영상은 모두 2015년도 생일 날짜 기준입니다. 참사날짜 계산이 틀린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것은 2015년도 기준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끊어져 버렸습니다. 세월호에 탔던 단원고 소년소녀들은 영원히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공개될 수 있는 이야기들은 짧고 부족하게나마 모두 공개되었고, 나머지 이야기들은 가족과 친구, 지인들의 기억 속에 소중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희생자분들의 삶은 빼앗겼고,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는 없습니다.
남은 것은 부모님과 가족분들과 친구분들, 지인들의 이야기, 그리고 그 분들과 함께 하는 우리들의 이야기일 것입니다.
오늘 4월 2일 지혜 생일날 광화문 광장 세월호 농성장에서 오후 2시부터 저녁 6시까지 노란리본 만들기 행사가 있습니다. 여러 자발적 시민단체들의 활동 교류와 부대행사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시간 여유 되시는 분들은 2시에서 6시 사이에 광화문 광장에 한 번 들러주시면 좋겠습니다. 노란리본을 만들어 주셔도 좋고, 만들어진 노란리본을 받아가셔서 사진을 찍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 주시고 주변에 리본을 나누어 주시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