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719일을 맞이하는 4월 3일, 제주 4.3사건 68주년이기도 한 오늘은 단원고등학교 2학년 4반 정휘범 학생과 2학년 7반 이준우 학생의 생일입니다.
정휘범 학생입니다.
휘범이는 동생이 하나 있는 맏아들입니다. 휘범이는 미술에 재능이 있어서 그림, 소묘, 디자인, 만화 등 뭐든지 잘 그렸다고 합니다. 휘범이의 꿈은 자동차 디자이너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운동경기 중에서는 야구를 좋아했는데, 특히 지금은 해설을 하시는 이종범 선수의 팬이었습니다. 휘범이는 얌전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고, 동네에서는 예의바른 학생이고 엄마 위해드리는 효자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수학여행을 떠날 때 휘범이는 어쩐지 무섭고 불안하다며 내키지 않아했다고 합니다.
복원된 핸드폰 동영상 속 휘범이 모습입니다. 휘범이는 참사 일주일째인 4월 23일, 세월호 4층 선실 안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발견되었습니다.
휘범이 어머님은 휘범이를 이렇게 잃고 나서 특별법 서명도 받고 교육방송 등에서 인터뷰도 하시며 진실규명을 위해서 열심히 활동하고 계십니다.
함께 생일을 맞이한 2학년 7반 이준우 학생입니다.
준우도 휘범이처럼 동생이 하나 있는 맏아들입니다. 준우는 재주도 많고 꿈도 많은 아이였습니다. 준우랑 5반 김건우("큰 건우"), 8반 이재욱, 8반 김제훈, 4반 최성호, 이렇게 다섯 명이 친해서 이른바 "단원고 5인방"이었습니다. 준우를 포함한 다섯 친구들은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기획해서 과학UCC, 성적비관 자살방지 UCC 등 동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준우는 과학 UCC에서 주연(?)을 맡았습니다.
준우는 공부도 잘 했고 남동생한테 다정하고 상냥한 형이었습니다. 엄마가 힘들 때 어깨도 주물러 드리고 위로해 드리는 든든한 아들이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준우가 곁에 있을 때 준우가 친구들하고 놀러 다니고 게임만 한다고 잔소리만 하고 준우를 믿어주지 않아서 너무나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준우를 잃고 나서 방을 정리하다가 발견하신 성적표에는 전교 1등, 전교 2등, 이런 우수한 성적이 나와 있었다고 합니다.
아빠는 준우가 친구들하고 논다고만 생각했는데 같이 모여서 과학 UCC, 성적비관 자살방지 UCC 등 동영상을 찍었던 것도, 영어발표 경시대회 준비자료에서 고등학생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꼼꼼하고 독창적으로 영어 발표 준비를 했던 것도, 모두 준우를 잃고 나서야 아셨다고 합니다. 아빠가 챙겨주지 않아도 혼자 알아서 모든 일을 뛰어나게 잘 하던 아이였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서 준우 아버지는 인터뷰 도중에도 "준우야 미안해"라고 하셨습니다.
준우 부모님은 엄마아빠 모두 준우를 위해서 특별법 서명, 국회 농성, 단식, 그리고 지금까지도 집회와 행사 참가 등등 뭐든지 다 하면서 뛰어다니고 계십니다. 준우 아버님은 함께 나서서 행동해 주시는 분들이 너무나 고맙고 감사하다고 몇 번이나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만 특별법 제정과 시행 등의 과정에서 법과 기득권에 관한 한 기성세대의 추한 면모를 모두 보았고, 우리가 힘이 너무 약하다는 걸 깨달으셨다고 합니다. 그래도 아버지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는 건 어차피 쉽지 않은 일이니까, 준우를 위해서, 준우한테 조금이라도 덜 미안하고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하실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안산 합동분향소 전광판 #1111은 24시간 열려 있으며 무료입니다. #1111로 문자 보내 휘범이와 준우 생일을 축하해 주세요. 휘범이네도 준우네도 부모님께서 활발하게 활동하시고 분향소에도 자주 오시니까 생일 축하 문자 보내주시면 가족분들께서 분명 보실 수 있습니다. 잊지 않는다고, 함께 한다고, 생일 축하한다고 한 줄씩만 문자 보내주시면 그것만으로도 가족분들께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