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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가겠다고 말씀드렸다..
게시물ID : gomin_4915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지나가는노인
추천 : 1
조회수 : 19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12/01 18:37:24

IMF의 영향이 아직 온전했던 12년 전,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내나이 26..

홀로 남은 생활력 없는 어머니를 부양하기 위해 박봉이든 뭐든 월급만 나온다면 어떤 회사든 간절했다

먼저 결혼한 누나들이 셋 있었지만 어머니의 부양은 온전히 내 몫

힘들고 외로운 생활의 연속이었지만 누나들로부터의 도움은 기대하지 않았고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독립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할 수 없었다

홀로 남게될 어머니에 대한 걱정.. 혹여나 자신들에게 부양의 짐이 돌아올까 걱정되는 누나들의 반대..

독립을 하더라도 어머니에게 경제적 도움은 계속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모두 소귀에 경읽기..

그래도, 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원망 없이 '그래, 남아야겠지? 남아야지.. 남아야 하는 거야..'

하지만 아들이라는 이유로 모든 부양의 책임과 가장 역할을 홀로 지고 살아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또다른 위치인 막내라는 이유로 '존중'은 받을 수 없었다

어머니 뿐 아니라 누나들, 매형들, 조카들의 대소사를 챙겨왔지만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무시 뿐..

의사와 자존심을 짖밟힐때마다 왜 이러냐고, 내 생각 좀 들어보라고 이야기해봤지만

안들어봐도 뻔하다고, 네가 받아들여야 하는 거라고, '네까짓것' 이라는 태도만 있을 뿐이고

대소사에 소요되는 모든 경비를 내야 할 때에는 순식간에 가장으로서의 아들로 스위치 되어

모든 부담과 지출은 당연히 모두 내 몫.. 심지어 매형들과의 식사에도..

어린 나이 때부터 가장으로서 노력한 모든 것들은 한순간에 부정되거나 폄하되기 일쑤였다

 

길다면 긴 시간동안 우둔하게도 이 모든 것들이 아들로서, 막내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였지만

내가 간절히 바란 최소한의 존중마저도 그들에게는 무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 순간, 나는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내가 바란 것은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왕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어른 대 어른으로서, 사람 대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존중을 바랬던 것인데..

어머니마저 누나들의 입장만 되풀이해서 받아들이라고 이야기 할 뿐..

모두 모인 자리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12년 전부터 우리집에는 가장이 없다' 라는 말씀을 듣고

나는 쥐고 있던, 들고 있던, 짊어지고 있던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

 

오늘, 어머니께 그동안 내가 불만이었던 부분을 다시금 말씀드리고

가족관계로 인한 우울증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았던 것까지 털어놓았다

그리고 봄이 오기 전까지 독립해서 나가 살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아서..

 

홀로 집에 남겨질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변화하지 않는, 변화될 수 없는 가족들의 기대와 압박, 그리고 계속되는 실망을 더이상은 견딜 수가 없다..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이렇게 고통 속에서 살고 싶지는 더더욱 않기 때문에..

착잡하다.. 먹먹하고.. 이게 과연 잘한 일일까.. 어머니 혼자 사실 수 있을까..

누나들이 과연 어머니 부양을 함께 나누려고 할까..

힘들다.. 다 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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