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내게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화려한 인생을 살 것이라고 모두들 내게 말해 줬죠.
하지만, 지금 내 현실은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한 달 반 뒤에 대학교 동창이 결혼을 합니다.
친구들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다들 교사를 하고 있거나 떳떳하게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른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 난 아직 수험생입니다.
진심으로 축하해 주기보다 그 자리를 모면할 궁리를 찾는 나를 발견하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오랜만에 만나니 친구들이 내게서 감탄할 만한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할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나는 너네들만큼 잘 살고 있어"
라는 분위기를 풍기고, 나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싶다는 충동도 듭니다.
그러다 보면 억지스럽게 쇼핑을 하게 되고, 지금 형편에도 맞지 않는 옷을 사게 됩니다.
저도 2달째 정장에 어울릴 법한 멋진 코트를 둘러보기만 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왜 좀 더 솔직하게 다가가려는 생각은 하지 못할까?
겨울 내내 옷장 한 켠에 모셔두다가 남의 결혼식 전 날에야 입으려고 꺼내 입을 코트...
그리고 그 길들여지지 않은 어색한 핏으로 결혼식장에서 친구들 앞에서 크게 웃어버리는 나를 상상해 봅니다.
이전에는 몇 번이라도 핑계를 대서 이런 자리들을 피해 왔는데, 이번만큼은 더 즐겁게 가서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쳐주고 싶습니다.
증명하지 않아도 나를 너무도 잘 아는 소중한 친구들을 더는 잃고 싶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