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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 천 년후 - 어느 저주받은 포니의 이야기-1
게시물ID : pony_372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enny
추천 : 3
조회수 : 26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3/19 03:12:57

"...어, 음....아..안녕 얘들아. 만나서 반갑구나."

교탁에 선 크랭키씨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있었다. 그저 첫 인삿말을 입에서 떼었을 뿐인데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큰 난관에 봉착한 기분이었다. 마치 쥐구멍이라도 보인다면 숨고싶은 심정이다. 수십년을 다른 이와 대화없이 살아오던 그가 이렇게 수많은 눈 앞에서 무언가를 말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었던지! 그의 난처한 표정은 저쪽 교실 구석에 앉아있는 마틸다를 향했지만, 그녀는 미소를 띈 얼굴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핑키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어느새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기대에 가득 부푼 표정으로 그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그는 심호흡을 한번 하고는,

"자, 그러면 내가 지금까지 이퀘스트리아를 돌아다니며 겪은 가장 신기한 이야기를 해주마....아마 내가 필리델피아로 가고 있을 때였지..."

나름 자신감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그게 지나쳤던지 마치 화난 표정으로 보이는 터라 그의 앞에 앉아있던 아이들 중에는 움츠러드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점점 아이들은 그의 이야기에 녹아들었고, 하나도 조는 아이 없이 다들 초롱초롱한 눈으로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오랜만에 떠올리는, 그 기이한 페가서스 노인을 만났던 비가 내리는 그날 밤의 그 한적한 길을 걷는 마음으로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노인이 그러는거야. '나는 그 분을 만나기 위해서 천년동안 이 이퀘스트리아를 떠돌아다녔다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그 분을 만날 수 없었지..' "

크랭키씨의 이야기를 듣다말고 스쿠틀루가 끼어들었다.

"그 할아버지 순 뻥쟁이 아냐? 아니면 숫자를 못세거나."

애플블룸이 눈치를 주었지만 여전히 스쿠틀루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멈추지 않았다. 곧 하나 둘 웅성이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말도 안된다는 쪽과 그냥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이야기 아니겠냐는 쪽으로 갈라져 금세 교실 안은 시끄러워졌다. 크랭키씨는 그게 자신의 탓인 양 다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어쩔 줄 몰라했고, 결국 치어릴리 선생님은 목을 가다듬더니 앞발굽을 두서너번 치며 아이들의 주의를 끌었다.

"자, 모두 조용! 크랭키씨가 말씀하시는 도중에 끼어들어서 잡담을 하는 건 옳은 일이 아니란다. 모두들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들어보도록 해요. 크랭키씨, 이야기 계속 해주세요."

금세 아이들을 진정시킨 치어릴리 선생님 덕에 크랭키씨는 남은 이야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 이상한 페가수스 노인과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깊은 밤동안 나누었던 이야기, 그리고 잠시 잠이 들었다가 깼을 때에 보이던 저 멀리 새벽안개 속으로 사라지는 노인의 뒷모습....

"그것이 내가 마지막으로 본 노인의 모습이었지. 그리고는 얼마 안있어 거짓말처럼 안개가 걷히고 태양이 뜨기 시작했어...이야기는 이게 전부란다, 얘들아. 너희들도 언젠가는 수많은 경험을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구나."

아이들은 크랭키씨의 이야기가 끝나자 그 페가수스 노인이 유령이라는 둥, 괴물이 변신해서 장난을 쳤다는 둥 다시금 시끄러워졌다. 아이들의 소란을 진정시키려는 치어릴리 선생님의 고함소리를 뒤로 하며, 크랭키씨는 무사히 그날의 수업을 무사히 마치고 핑키와 마틸다의 부축을 받으며 교실에서 나올 수 있었다.


"선생님이란 직업도 상당히 힘든 일인 것 같군. 매일 이렇게 앞에서 이야기를 한다니 말이야."

마틸다와 마주앉아 찻잔을 기울이며 크랭키씨는 죽다 살아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굳은 표정을 푸느라 애를 먹을 듯 했다.

"그래도 오늘 이야기는 참 재미있게 들었어요. 뭐랄까.....상당히 이상한 기분도 들었지만요."

이상한 기분이라....사실 크랭키씨도 언제나 그 노인과의 만남을 생각할 때면 그랬었다. 그 노인의 말대로 천 년동안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떠돌고있다는 말에 그도 그 노인이 유령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자신도 사랑했던 누군가를 찾기 위해 이퀘스트리아를 헤메고 있다는 말에 '부디 찾기를 빌겠네'라고 하며 어깨를 두드리던 그 감촉은 분명 살아있는 포니의 느낌이었다. 

이상하다..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르자 문득 생각나는 '이상한 친구' 핑키가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핑키는 또 어느새 학교를 나와 거리를 걷는 도중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그저 상당히 바쁜 친구구나...라고 크랭키씨는 생각하기로 했다. 그녀를 세밀하게 판단한다는건 상당히 골치아프고 어려운 일이니까. 

그와 마틸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찰나, 낯선 보랏빛의 포니 하나가 그가 있는 곳으로 다가오더니 상냥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크랭키씨. 처음 뵙네요. 저는 트와일라잇 스파클이라고 해요. 핑키 파이의 친구죠."

그러고보니 핑키 파이가 한번 자신의 포니빌 친구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던 것이 떠올랐다. 아마도 이 친구가 캔틀롯에서 공부를 많이 한 친구라고 했었던가...여튼 그것이 중요한게 아니다. 크랭키씨는 이제 좀 쉬고 싶었다.  헛기침을 하며 마틸다를 한번 바라보고는 자신을 트와일라잇이라고 밝힌 포니를 보며 피곤한 표정으로 선수를 쳤다.

"아, 반갑네. 아무래도 내가 이쪽에 있는 것을 핑키가 알려줘서 여기까지 찾아온듯 하네만, 오늘은 좀 내가 피곤해서말이야. 소개는 나중에 받으면 안될까? 오늘은 그저 내 오두막에 가서 쉬고싶다네."   

그렇게 나직이 말하는 크랭키씨의 얼굴을 호기심어린 얼굴로 바라보며 트와일라잇은 등에 메고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반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오두막으로 가신다구요? 잘됐어요! 그쪽에서 오늘 학교에서 하셨던 이야기를 자세하게 듣고 싶은데요. 분명 천 년동안 살아온 포니를 보셨다면 그 포니가 한 이야기 중에 그가 그토록 오랫동안 살아올 수 있는 비밀이 있을거에요! 제 연구에 꼭 도움을 주셨으면해서 오늘 이야기 들을 준비를 단단히 해왔어요. 자, 어서 가시죠. 한시라도 빨리 그 이야기를 듣고싶어요."

이제는 트와일라잇이 크랭키씨를 잡아끄는 꼴이 아닌가.  

크랭키씨는 순간 괜히 그 이야기를 꺼냈나 싶을 정도로 잠시동안 후회에 휩싸였다. 아니, 어쩌면 핑키에게 부탁을 받았을 때 거절을 하는게 나았을지도 모를 것이다. 복잡한, 하지만 자포자기한 얼굴로 크랭키씨는 트와일라잇과 함께 그의 오두막으로 향하는 숲길을 걷고 있었다.

어느새 태양이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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