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여러분. 처음으로 숭례문이 불에 타버렸다는 소식을 접했을때 정말 거짓말 이길 바랬습니다. 태조때부터 내려오던 나라의 보물이자 몇백년을 넘게 담아온 민족혼이 순식간에 타버렸다는 사실과 그렇게 방치해 놓은 정치인들 그리고 나아가서는 그런점을 지적하지 않은 제 자신까지 정말 한심스럽고 원망스럽습니다.
저희가 보고 있었던 숭례문은 몇백년 전에도 그렇게 서 있었을 것입니다. 댕기머리에 짚신을 신은 아이들이나 선비들 아낙네들 등 우리의 선조들도 보아왔을 것입니다. 더 나아가자면 우리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그리고 그분들 전에 계셨던 제 조상님들도 보셨을수도 있지요.
신기하지 않습니까..? 500 년전 사람들이 보아왔던 또 그 사람들이 만졌던 똑같은 돌을 500 년이 지난 후에 만질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감격이 솟아 오르지 않습니까? 그분들의 혼이 깃들어 있는 것을 느낄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 소중한 것이 재로 변해버렸습니다. 선조들의 숨결과 혼이 뭍어있던 장소가 이젠 한줌 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저희들은 그분들에게 씻을수 없는 죄를 지은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