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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금][스압주의]김슬기양을 만나고 왔습니다!!
게시물ID : humorstory_37060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시우처럼
추천 : 5
조회수 : 65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3/20 10:55:06

 

한 달 전,1월 40일이란 연극을 본 이후, 연극의 세계에 눈을 뜬 저는

이번달에는 볼만한 연극이 뭐가있나 살피던 중, 서툰사람들이란 연극이 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서툰사람들이라...

 

예전에 캐치플러스라고 틀린그림찾기 게임할때 봤던 연극인지라 반가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실 그때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오늘 다시보니

출연자 목록에 굵은 활자체로 타이핑 되어있는 그 이름

 

김.슬.기.

김.민.교.

 

아니 이것은!!

 

작년 말부터 SNL을 보게 된 이후로, 헤어날 수 없는 개미지옥에 빠지듯, 슬기양의 매력에 빠져들던 참이라

저는 거부 할 수 없는 운명적 숙명을 느끼며 광란의 예매질을 했죠.

 

TV에서만 보던 연애인을 실제로 불 수 있단 말인가.

예매를 하고나니 하루하루가 무척 설랬습니다. 화재의 두 인물을 만날 수 있다니...

그야말로 재미는 더블! 실속은 두배!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D-day

저는 나름 신경써 옷을 정갈히 입고

코엑스로 향하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습니다.

 

코엑스 광장 벤치 앉아 바라본 삼성역 연결통로

 

오랜만에 도착한 삼성역은 제가 한참 코엑스를 애용하던 시절과는 달리 조금은 한적해진 모습이었습니다.

하긴 요즘에는 거점마다 멀티플렉스가 넘쳐나니 예전의 위용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걸 상점가에서도 느꼈던 것인지, 상점들은 대규모로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더군요.

어쩌면 기운이 쇠퇴했다기 보다는 리모델링 공사 때문에 유동인구가 줄어든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어쩌면 메가박스까지 가면 사람들이 득시글 거릴지도 모르겠네요.

 

저녁을 먹고 나오지 않은 관계로, 같이 나간 동생과 함께 근처 식당가를 두리번거리며 돌아다녔습니다.

일찌감치 나온터라 연극 시작까지는 대충 한시간 반 정도가 있었습니다.

뭘 먹어야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까?

매의 눈으로 여기저기를 훑던 저의 시아에 사람들이 줄을 선 음식점이 보였습니다.

 

코엑스에 있는 돈부리 음식점. 맞은편엔 OMUMO TOMATO? 인가가 자리잡고 있다.

 

바로 여기야!

저의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꽁무늬를 따라 음식점으로 향했습니다.

 

뭘 먹을까?

돈부리라고 해서 뭘까 싶었는데 실상은 덮밥이더군요.

메뉴판을 보니 가츠동덮밥이 있길래. 아 이게 일본 사람들이 시험보기 전에 먹는다던 가츠동이구나,

감회를 다시며 주문을 했습니다. 회전률을 높이려 노력하는 사장님의 노력 때문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오더군요.

 

맛은... 뭐랄까...

밥에서 양파링 맛이 난다고 할까요?

집에 양파링 스프가 있다면 맛을 재현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다행히 돈까쓰는 도톰하니 맛이 좋더군요. 그럭저럭 한끼 식사를 마쳤습니다. 그나저나 음식점엔 왜 커플들만 가득가득... 남남 커플이었던 저와 동생의 입장에선 눈물이 앞을가렸으나, 다행히 바로 옆 좌석에 혼자 식사를 하시는 남성분이 있어서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저와 동생은, 조금 헤매긴 헀어도 극장이 있는 코엑스 아트홀을 찾아 예매한 표를 발권 했습니다. 아직도 시간은 한시간이나 남아있더군요.

 

어디가서 커피나 빨고오자.

저와 동생은 다시 근처를 서성거렸습니다.

마치 외로운 늑대들 처럼,

이런 시간에 커피를 먹는 모험을 하면서까지 무료한 시간은 차마 버텨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코엑스 아트홀의 안내판, 뭔가 고급스러운 분위기다.

 

다행히 근처에 바퀴베네가 있더군요.

커피맛에 민감한 동생은 이런 곳은 과감히 패스하자며 가계 안으로 향하는 저의 옷깃을 붙잡았지만,

둔감한 혀를 가진 저는 그런게 무슨 상관이냐 극장에서 멀지 않으니 좋기만 하구만.

하며 동생의 만류를 뿌리치고 카운운터를 향해 걸음을 옮겼습니다.

 

동생은 어쩌면

아아, 내 혀를 이런 곳에서 더렵혀야 하다니 하며 씁쓸해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커피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님요? 저렴한 입맛을 가진 저는 행복합니다.

 

카페에 들어서니 카페는 무진장 넓은데 사람은 드문드문 있더군요.

어떤 사람은 아이패드에 무선 키보드에 연결하고는 옆에 앉아있는 사람에게,

봐봐 겁나 쩔지? 내가 이렇게 좀 하이 테크놀로지 덕후야, 하며 자랑하는 것 같았고,

역시 커플은 여기저기 지뢰처럼 깔려있었고.

그래서 저와 동생은 조심스럽게 그나마 안전한 곳을 찾아내야만 했습니다.

커플이 시야에서 보이지 않는 그곳을 찾아...

다행히 그런 자리가 하나 있더군요. 한동안 걸어 피곤한 다리를 잠시 쉬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퀴베네는 역시 명성에 걸맞게 아메리카노를 4000원씩 받더군요?

이건 무슨 수지맞는 장사란 말입니까?

어디 싸구려 원두를 사다가 이렇게 폭리를 취하다니.

역시 광고빨 위치빨만 좋으면 장사가 되는 것은 썩을 놈의 자본주의!

세상에서 썩 물러나지 못할까! 돈 많으면 나도 이런 바퀴베네 하나만 차려줘.

 

 

문제의 악덕 사기꾼이 만든 아메리카노. 맛은 그냥 블랙 아이스 커피믹스와 비슷? 이건 완전 사기야 사기...

티켓! 서툰 사람들!

커피를 빨고 있자니 마침내 시간이 임박해오는게 느껴졌습니다.

대충 검은 물을 흡입하고 시계를 보니 남은 시간은 20여분.

이제 가야겠군. 설렁설렁 자리에서 일어난 저와 동생은 다시 아트홀로 향했고,

예매권의 절취선을 정체모를 남자에게 뜯긴채, 비로소 극장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습니다.

 

자리가 많이 비어있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 만석이 되었다. 만석꾼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시작된 연극.

SNL에서만 보던 김슬기양과 김민교씨가 눈 앞에 떡하니 나타나는데, 그걸 보는 내 심장이 두근두근.

아아, 역시 나는 트루먼쇼의 주인공이 아니였어.

내가 살아가는 시간은 TV에 나오는 사람들과 함께 공유되는 것이였구나.

 

과대망상증이 있는건지 아직도 중2병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끔씩 TV에 나오는 사람들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 하며 쓸데없는 생각을 하기도 하거든요.

 

랄까.

세상이나를 속인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겪어보니 역시 세상은 자비롭고 평등하고 평범했습니다.

쳇, 음모론이 가득한 세계면 재미있을텐데.

 

 

파자마 차림의 배우가 김슬기양. 오른쪽 남자가 김민교씨. 그리고 왼쪽의 남자는 신원미상.

 

연극은, 역시 소문대로 유쾌했고 재미있더군요.

로맨스 물이라더니 종종 등장하는 주연들간의 애정행각은 차마 두 눈을 뜨고 바라보기가 힘들었지만,

그래도 역시 귀염터지는 슬기양과 능청스러운 김민교씨의 연기도 좋았고,

장진 감독이 연출을 담당했다더니 극 전체의 짜임도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연극이 끝나고 사진도 찍고 , 박수도 치고하다보니 배우들이 퇴장하더군요.

이야. 런닝타임도 두시간 가깝게 되고 돈의 가치는 충분히 하는걸? 

밖으로 나가자 몇몇 사람들이 돌아가지 않고 극장 앞을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아! 이것은!

말로만 듣던 팬미팅의 순간인가!

 

어디선가 듣기로는 연극이 끝나고 앞에서 죽치고 있으면 사인도 받을 수 있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고 하더니만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날 것 처럼 보였습니다.

 

비싼돈 내고 왔는데 사진이라도 한장 같이 찍을 수 있을까?

저는 서있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살보며 끼여들 타이밍을 찾았습니다.

그렇게 나홀로 타이밍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김민교씨가 나오더군요.

 

달려드는 팬들.

손에는 고급스럽게 준비한 선물과, 싸인지, 마커가 들려있었습니다.

저는 그들과는 달리 종이도 없었고 펜도 없었죠.

갈등하는 저를 본 동생이 인심쓰듯이 가방에서 펜을 꺼냈지만,

있는 종이라곤 남루한 티켓 용지뿐.

여기다가 싸인을 해달라고 하면 기분 나빠하실게 뻔한데...

저의 발걸음은 쉽사리 앞으로 나가질 못했습니다.

 

그렇게 고뇌하는 사이

이번엔 드디어 김슬기양이 나타나셨습니다.

 

설레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한 저는 동생에게 학교에서 쓰던 공책이라도 내놓으라며 겁박한 후 ,

그 노트를 들고 김슬기 양의 싸인을 받으려는 무리의 대기열에 몸을 던졌습니다.

 

앞에 선 사람들은 다들 선물도 들고 있고, 어떤 부은 그녀가 나온 영화의 DVD 한정판도 들고 있더군요.

하하. 스스로가 무척 남루해보여서 싸인을 해달라고 해도 괜찮을까 걱정했지만.

여기까지 온거 후퇴란 있을 수 없었습니다.

 

잠시간 얼굴이 팔리더라도 나는 나의 길을 가겠어!

그렇게 다짐을 다지고 있는데 앞에 계시던 남자분께서 저의 그런 내적 갈등의 표출을 감지하신건지

혹시 종이와 펜을 가져오지 않으셨다면 자신이 빌려주겠다며 사인지와 마커펜을 빌려주셨습니다.

 

아아.

이것은 얼마나 은혜로운 일입니까!

순간 저의 마음속에는 이거시야 말로 사인을 받으라는 신의 계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어딘가에 있을 신님을 향한 경애의 마음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분은

자신은 김슬기양의 왕펜인데. 여기오면 다른 팬들에게 나눠줄려고

한정판 DVD를 하나더 가져왔다면서 저에게 덥썩 그 비싼 한정판 DVD를 주시는게 아니겠습니까!

 

세상에...

전생에 무슨 덕을 쌓은 것인가, 나는...

저도 모르게 차오르는 눈물을 몰래 증발시키며

21C 현대인들에겐 사양은 미덕이 아니라고 배운 관계로 냉큼 DVD를 받아챙겼습니다.

 

다만 그분께서는 부탁이 있으시다며,

자기는 혼자왔는데 이따가 슬기양하고 사진 찍을때 자신의 셔터를 눌러줄 수 있겠느냐며

수줍게 SOS를 요청하시더군요.

 

저야 물론, 그런것쯤 이빨에 낀 고춧가루 빼내는 것보다 쉽다며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잡담을 하는 사이 줄은 점차 줄어들고

김슬기 양 옆에서 어색한 표정으로 사진기를 바라보는 그분을 보면서

후후, 나는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사진촬영에 임해주겠어! 하며 결의를 다졌지만

나중에 찍은 사진을 보니 저도 어색 그 자체의 표정을 짖고 있더군요.

 

어쩄든 그분이 사진과 싸인을 받고 대기열에서 빠지자 드디어 제 차례가 다가왔습니다.

이야,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안녕하세요? 제가 인사를 건네자?

슬기양도 저에게 안녕하시냐는 인사말을 건냈고 펜을 싸인지에 올린채

이름이?

하고 물으시는데, 아아. 아마도 그 순간 저의 얼굴에는 백치 같은 미소가 꽃처럼 피어났을 겁니다.

 

그렇게 훈훈한 사진촬영이 끝나고

남아있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저는 극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사진이 구리게 나와서 한장더 찍었으면 했지만, 메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뭐가 그리 바쁜지. 빨리빨리 서두라고 재촉하는 판이여서 그러질 못한게 한이라면 한이 되었죠.

 

여러분들의 안구를 보호하기 위해 흉측한 오징어는 모자이크 처리를 해봤습니다.

싸인! 정말로 앞에 서 계셨던 그 분. 감사합니다!

재수가 좋으면 길가다가도 DVD 한정판을 받는다는 옛말 생각나는 것입니다.

 

이렇게 오랜만에 나선 시내구경이 끝이났습니다.

다음번에는 사진 포즈 연습이랑 싸인지는 미리미리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저는  밤이 늦은 관계로 잠이 드는것이었습니다.

꿈속에서 혹시나 현실의 뿌뜻함이 이어지지는 않을까 가느다란 희망을 가슴속에 품고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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