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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을 망친 원귀
게시물ID : humorbest_4932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검정계란
추천 : 23
조회수 : 7255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7/08 13:16:16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7/07 20:25:58
김석주는 조선 숙종 때의 사람으로, 벼슬이 우의정에 이를 정도로 큰 권세를 떨쳤다. 
그러나 그는 아직 이른 나이인 쉰한 살에 병이 들어 세상을 뜨고 말았고, 김석주의 가족들은 크게 슬퍼했다.
그 중에서도 맏아들인 김도연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었는데, 그는 효심이 지극한 효자로 인근에 소문이 자자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김도연은 묘한 소문을 들었다. 
평안도에 사는 어는 이름없는 무인에게 김석주의 혼이 씌었고, 그 무인은 날마다 "내 아들 도연을 불러 오너라."며 소리친다는 것이었다. 김도연은 소문을 그다지 믿지는 않았으나, 속는 셈 치고 평안도로 가서 그 무인의 집을 찾았다. 그 무인의 집을 찾아가니, 무인은 도연을 보자마자 대뜸 호통을 쳤다. "네 발걸음이 어찌 이리 더디냐!" 김도연은 놀라 무인을 쳐다보았다. 무인은 30대였는데, 목소리며 말투가 영락없는 아버지였다. 
"눈이 빠지게 기다렸는데 늦게 나타나니 내가 역정이 났다. 그래, 집안은 평안하냐?" 
"아, 네."
김도연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나중에 무인의 부인에게 물어 보니, 무인은 태어나서 한 번도 고향을 떠난 적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한양에 사는 나를 알아볼 리가 없을 텐데, 대뜸 알아보고 호통치는 걸 보니, 아주 엉터리는 아닌 모양이다' 김도연은 그 집에 머무르며 그 무인을 며칠 두고 보기로 했다.
동네 사람들 말에 따르면 무인은 까막눈이라고 했는데, 시를 읊기도 하고 조정의 형편을 묻기도 했다.
시는 아버지가 전에 지어 그에게만 보여 준 시였으며, 조정의 대신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일까지 훤히 알고 있었다. 또한 가족이나 친척의 안부를 묻는데, 그의 아버지가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아버님의 혼령이 씌인 것이 틀림없다' 김도연은 이렇게 생각하고, 무인을 서울로 모셨다.
하지만 그 당시 귀신이 씌인다는 것은 천한 무당에게나 있는 일이고, 양반이 그런 것을 믿는 건 어리석은 일로 치부되고 있었기 때문에, 김도연은 일단 무인을 하인의 집으로 모셨다.
"아버님, 아버님을 집으로 모시지 못하는 것을 용서해 주십시오. 양반의 체면이 있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으음, 그렇지만 자주 찾아오는 것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집안에 무슨 일이 있거든 반드시 나와 상의하거라." 
"네, 명심하겠습니다."
그 후로 김도연은 아침 저녁으로 무인에게 들려 문안을 드리고 집안의 일을 의논했다.
"이번에 당숙 어른께서 돌아가셨는데, 알고 계시겠지요?" 
"왜 모르겠느냐."
"묘를 어디에다 쓰면 좋겠습니까?"
"이러이러한 장소에 쓰도록 해라. 그곳에 묘를 쓰면 자손 만대가 부귀를 누리게 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인이 알려 준 곳에 묘를 쓰려고 땅을 팠더니, 물이 잔뜩 괴어 있었다. 
친척들은 도저히 묘를 쓸 곳이 아니라며 반대했으나, 김도연은 열심히 친척들을 설득했다.
"이곳은 아버지께서 일러 주신 명당입니다. 설마 아버지께서 나쁜 곳에 묘를 쓰라고 말씀하셨겠습니까. 
자손 만대가 부귀를 누리려면 이 곳에 묘를 써야 합니다."
결국 물을 퍼내고 거기에다 묘를 쓰게 되었다.
그 뒤에도 무인은 김도연에게 여러 가지 지시를 했는데, 하나같이 해괴한 것들 뿐이었다.
김도연에게는 학식이 높고 인품이 훌륭한 친구들이 많았는데, 무인은 그들이 장차 역적질을 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자들이라며 교제를 끊으라 했다.
김도연은 당장 그 친구들과의 교재를 끊었다.
"어머님께서 병이 드셨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의원은 믿을 것이 못 된다. 무당을 불러 크게 굿을 해라."
"양반 집에서 굿을 하면 남들이 비웃지 않겠습니까?"
"네 이놈, 너는 체통이 중요하냐, 네 어머니의 목숨이 중요하냐?"
김도연은 결국 무당을 불러 큰 굿을 하게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병이 낫지 않았다.
"너는 지금부터 망나니라고 소문난 자들만 골라 사귀어라. 그래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을 것이다."
"네."
김도연이 술과 노름에 빠지자, 가세는 빠르게 기울고 주변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했다.
그러나 김도연은 '아버지께서 시키는 일이니, 모두 집안을 위한 일일 것이다.' 하고만 생각했고, 무인의 말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자, 집안은 완전히 몰락하고 말았고, 거기다가 김도연은 역적이라는 누명까지 쓰게 되었다.
그제서야 김도연은 아버지의 말이라고 무조건 따랐던 것을 후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중에 사람들이 이렇게 수근거렸다.
"무인에게 씌인 혼은 김석주의 혼이 아니라, 김석주 때문에 억울하게 죽은 원귀일 것이다."
"맞아. 정말로 김석주의 혼이었다면, 집안이 저토록 몰락하게 내버려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김석주는 사람들이 그렇게 수근거릴 만큼, 살아 있을 때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그는 우연히 왕족인 복선군과 그를 따르는 무리가 반란 모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임금에게 고했고,
복선군과 그를 따르는 무리는 물론, 그 밖의 많은 사람들이 귀양을 가거나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그 중에 많은 사람들은 죄가 전혀 없는 무고한 사람들이었다.
김석주는 이렇게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우의정의 자리에 오른 것이었다.
그러니 사람들이 "원귀가 김석주의 집을 망하게 했다"고 수군거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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