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때까지는 남자와 뽀뽀 한 번 안해보고 지냈으나,
혼전순결로는 연애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주변에 조언을 구하니
부모님 때문에 억지로 순결을 지키는 것은 바보같은 행동이다, 연애에 있어 성관계는 필수이다 등의 말을 듣게 되어
24살이 되었을 때 억지로 순결을 지킬 필요는 없겠다고 마음 먹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을 만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처음에는 ㅋㄷ을 끼고 성관계를 하다가 어느 날 남자친구가 안에 사정을 하고 싶다고 하여
임신하면 어떡하냐고 물으니 우리 둘 다 성인이고,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낳아서 잘 키우면 될 것 같다고 하여
사랑하는 남자친구의 아이를 너무너무 갖고 싶다는 생각에 허락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임신을 하게 되었고, 우선은 남자친구와 산부인과에 몇 번 다녀온 뒤에
부모님께 말씀을 드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남동생이 제가 남자친구와 주고받은 문자를 보고 어머니께 제가 임신한 것 같다고 말하여서
임신한지 얼마 되지 않아 임신한 사실과 난소에 8cm 물혹이 생긴 사실이 들통이 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바로 아기를 지우자고 하셨지만, 저는 그럴 수 없다고 말씀드렸고,
어머니께서 아버지가 아시면 소주병을 던지실 수도 있고, 때릴 수도 있으니까
몇일만 외갓댁에 가있자고 하셔서 외갓댁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둘째 이모는 성인이니 알아서 잘 할거라며 축하를 해주셨지만,
외할머니께서는 "아무한테나 보X 벌리니까 좋으냐?" 라고 하셨고,
대학교 교수이신 첫째 이모는 새파랗게 어린 게 벌써 성관계를 하면 어떡하냐며
제자들 때문에 낙태 가능한 산부인과를 많이 알고 있으니, 당장 낙태를 하러 가자고 하셨습니다.
저는 끝까지 싫다고 하였고, 첫째 이모께서는 "그래. 성인이니까 니가 알아서 해." 라며 포기하시는 듯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다음 날이 되었고, 어머니와 첫째 이모께서 지우라고 안할테니 약물로 물혹만 어떻게 제거할 수 없는지 물어보고,
아기는 잘 자라고 있는지 검사만 받아보자고 하셔서 믿고 산부인과에 따라갔으나,
첫째 이모께서는 간호사를 보고 "어제 전화 드렸던 사람인데 저희 조카 중절 수술 받으려고요."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마음이 무너지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타지역이고, 교통비도 하나도 없던 상태라
도망칠 방법이 없어 울면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의사 선생님께 수술 받고 싶지 않다고 말씀드리는 방법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때에는 그런 방법이 하나도 떠오르지가 않고, 도망칠 수 없겠다는 생각밖에 들지가 않았습니다.
외갓댁으로 오지 말고 차라리 가출을 했어야 했는데,
아기를 낳을거라는 제 말을 어른들이 들어줄거라고 생각해서 외갓댁으로 와버리는 바람에
아기를 지키지 못한거라는 생각이 들어 제 자신한테 너무 화가 나고, 아기한테 너무 미안했습니다.
수술이 끝나고, 외갓댁으로 돌아오자마자 남자친구에게 아기를 잃었다며 헤어지자고 문자를 보냈고,
남자친구는 알겠다며 그동안 고맙고, 미안했다고 답장을 했습니다.
남자친구가 페이스북으로 임신한 아내를 축하해주는 남편 동영상에 제 이름을 태그 걸었고, 슬픔과 죄책감에 절규를 했습니다.
남자친구는 어려서 그런건지, 제가 이 때 어떤 마음이었을지 몰라서 그런건지
다음 날 저에게 전화를 걸더니 핸드폰 요금이 미납될 것 같다며 한달치만 내달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외갓댁을 떠나 집으로 돌아온 상태인데, 하루종일 눈물만 나고,
길을 걷다가 어린 아이들을 보면 제 품으로 데려오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외갓댁으로 가기 전 날까지만 해도 남자친구가 사랑한다고 보낸 문자를 보며 기뻐했었는데,
갑자기 두 사람을 (남자친구와 아기를) 잃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괴롭습니다.
혼전순결주의자였던 제가 어떻게 한순간에 이렇게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