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윤모씨의 성접대 의혹 사건 수사의 핵심은 접대를 받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동영상이다. 경찰이 21일 이 사건에 대해 “내사에서 수사로 전환한다”고 밝힌 것은 의미심장하다. 건설업자 윤씨의 조카인 Y씨로부터 문제의 동영상이 저장된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을 제출받은 지 하루 만이라서다. 이 때문에 경찰이 동영상을 보고 수사에 자신감을 갖게 됐을 거란 이야기가 들린다.
경찰은 첩보 수집 단계에서 일부 동영상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화질이 나빠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식별하지 어려웠다고 한다. 이 때문에 경찰은 최근까지 공식적으로는 “확보한 동영상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해당 동영상은 지난 13일 경찰이 청와대의 지시에 의해 보고할 때 일부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영상의 제작과 이동 경로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먼저 윤씨의 조카 Y씨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자신의 강원도 별장에서 파티 장면을 휴대전화로 찍었다고 한다. 속옷 차림의 남성이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을 뒤에서 안고 노래를 부르다 갑자기 낯 뜨거운 장면으로 넘어가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동영상을 본 사람들이 경찰에 지목한 등장 인물은 동일인이라고 한다. 촬영 시기는 2011년께로 알려졌다. 윤씨는 이를 조카인 Y씨에게 맡겨 보관토록 했다. 자신이 컴퓨터 기기를 잘 조작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관용으로 만들어 갖고 있으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Y씨는 동영상을 7개의 CD로 만들어 보관하고 노트북에도 파일 형태로 저장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Y씨는 20일 경찰에 이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또 다른 유출 경로는 윤씨를 성폭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여성 사업가 권모씨 측이다. 권씨는 지난해 11월 “윤씨가 약을 먹이고 성관계를 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협박하면서 빌려간 15억원과 벤츠 승용차를 돌려주지 않았다”며 윤씨를 경찰에 고소했었다.
경찰은 이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윤씨 별장 출입구 쪽에 위치한 폐쇄회로TV(CCTV)까지 확보했다. 하지만 성폭행과 공갈 혐의는 무혐의 처리됐다. 그러자 권씨는 대부업자 P씨에게 윤씨가 빼앗아간 자신의 벤츠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P씨는 벤츠 내부를 뒤지다 문제의 동영상 CD들을 발견했다. P씨는 견인차까지 동원해 윤씨가 갖고 있는 권씨의 벤츠를 확보했지만 이를 권씨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벤츠를 돌려달라고 촉구하는 권씨에게 P씨는 유력 인사가 등장하는 동영상을 편집해 카카오톡으로 보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당신이 등장하는 동영상도 있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고소 사건이 무혐의로 결정 난 게 윤씨와 친분이 있는 사정기관의 전·현직 고위 관료들이 손을 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윤씨가 자주 그에게 친분 있는 고위 관료들과의 친분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권씨는 억울함을 주변에 호소하고 다녔고, 그 과정에서 성접대 동영상을 언급했다. 경찰은 P씨도 CD와 동영상을 갖고 있을 것으로 보고 그의 소재를 쫓고 있다.
문병주·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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