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간략하게 저에 대한 소개를 짧게 하자면 국내에 있는 대부분의 초기 맨유팬들이 그랬던 것처럼 전설적인 98-99 시즌을 봐가며 맨유팬이 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어린 시절에 유럽에 몇 년간 거주를 해서 유럽축구는 아주 어린나이때부터 접하기 시작했고요. 이번 이적에 관해 오유나 포털 사이트에 올라와있는 댓글들을 보며 느낀바가 있어 저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이번 이적에 대해 한 번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가장 먼저 박지성 선수가 처음 맨유에 입단했을 때부터 잠시 언급하자면 당시 그 뉴스를 들었을 때는 한참동안 믿지를 못했습니다. 그때만하더라도 국내 그 어떤 선수도 외국의 탑팀에서는 뛰지 못하고 있었고 과거 차범근 선수만이 탑이라고 할 만한 팀에서 뛰었죠. 그리고 맨유는 그때나 지금이나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팀입니다. 그 당시 기준으로 7년동안 맨유를 지켜봤지만 소속선수들은 해외축구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프로필을 줄줄 외는 유명 선수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PSV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지만 당시 로벤과 호나우지뉴의 영입이야기만 돌았지 박지성 선수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팬은 거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적이 닥쳤을 때도 PSV선수다 할때 다들 로벤을 생각했으니깐요. 그런 와중에 갑자기 국내에 이적 기사가 뜨더니 사진까지 팍 뜨더군요. 이적이 확정되자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습니다. 이제 맨유에도 한국선수가 뛴다는 사실에 기쁨이 더 컸습니다.놀라운 것은 현지에 사는 몇몇 맨유 골수팬 친구들이 박지성 선수의 이적을 반겼던 점입니다. 굉장히 빠르고 움직임이 좋은 선수라는 평을 하며 구단 수익에도 크게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봤죠. PSV의 챔스 활약으로 박지성 선수를 아는 팬들도 꽤 있었던 거죠.
하지만 이후에 쏟아지는 긱스 폄하 기사때문에 이적사실에 조금 불쾌한 면도 없잖아 있었습니다. 불미스런 개인사가 터지기 전까지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선수가 긱스였던지라 박지성 선수가 늙은 긱스를 대체한다는 이야기를 꺼내는데 긱스는 이제 아무 것도 아닌 선수다라며 함부로 왈가불가하는 언론이 밉상이더군요. 그리고 제 친구들과는 달리 많은 맨유팬들은 그냥 티셔츠팔이 아니냐며 비아냥 거리는 등 입단초기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우와 달리 성실하고 투지넘치는 플레이로 테크닉의 부족함을 커버해가며 점점 많은 팬들의 호감을 사기 시작합니다. 영국팬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성실한 선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그리고 한 번 흐름을 탄 박지성 선수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거침없이 성공신화를 써내려 갑니다. 무엇보다 현지언론도 자주 언급하는 큰 게임이 강한 선수라는 칭호는 선수에게는 큰 영광이었죠. 퍼거슨 감독도 박지성 선수를 중요한 경기에 중용하면서 전 세계 축구계에서 박지성 선수가 훨훨 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강팀과의 경기에는 루니 다음으로 팀시트에 이름을 올렸다고 해서도 꽤나 화제였었죠. 많은 사람들은 그가 조연의 역할을 잘 받아들였다고 평가하지만 타이트하고 영리한 수비와 헌신적인 활동량으로 당당히 MOTM에 오른 경기도 더러 있었기에 조연만 한 선수라고 하는 것은 오판이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박지성 선수가 일찌감치 중원에서 전방과 미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맡았다면 AC밀란 전처럼 플레이메이커들을 압박하며 역습시 간결한 숏패스를 통해 더 많은 공격기회를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역할을 제한적으로 부여 받아 안타까웠습니다. 일찍이 중원자원으로 분류되어 뛰었다면 아마 맨유에서도 더 오래 뛰었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자 그럼 본격적으로 이번 이적에 대해 한 번 짚어보겠습니다.
사실 시기적으로 아쉽다는 것에는 박지성 선수의 팬만이 아니라 많은 맨유팬들도 동의 할 것입니다. 작년 조금 안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출전부족으로 인한 활동량 저하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고 저도 그쪽이 더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올해 좋은 활약을 기대해볼 수도 있었지요. 포지션을 안 가리고 좋은 기량을 보여주는 박지성 선수였기에 챔스에서는 주전으로 리그 경기에서는 상황에 맞게 뛸 수가 있었을 겁니다. 그리고 아직 정확히 가려진 건 아니지만 박지성 선수를 뺀 투어일정이라든가 QPR 이적건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도 노출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비춰볼때 맨유에서 QPR에 먼저 이적을 제안했을 확률은 대단히 낮습니다. 마크 휴즈 감독이 맨유에 먼저 박지성 선수의 이적가능 여부를 문의해봤을 것이다는 게 가장 사실에 가까운 가정이라고 보여집니다.
자 그러면 왜 맨유에서 박지성 선수를 팔았느냐는 질문이 남는데 이것은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많은 수의 박지성 선수 팬분들이 보는 것처럼 돈때문에 팔았다고 한다면 그건 100% 틀린 정보라고 확신할 수 있씁니다. 이적옵션이 충족되어도 5백만 파운드인데 박지성 선수 개인이 스폰서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은 그것을 훨씬 뛰어넘습니다. 이번에 드러난 롯데칠성건만 해도 단발로 100억 200억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박지성 선수는 인기가 많은 선수입니다. 또한 아시아권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가진 선수기에 스폰서 계약외에도 알파로 들어오는 부가적인 수입이 측정불가인 선수지요. 이제 써먹었으니 팔아치우자는 식으로 이적이 진행됐다고 말하는 분들은 이 부분을 오해하고 계신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맨유에서 중용했던 선수를 하루아침에 팔아버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베컴처럼 지속적으로 눈밖에 났거나 반니스텔루이처럼 감독에게 최후의 통첩을 날리며 월권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한 시즌 부진했다고 팀을 떠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약간의 하락세로 접어든다고 해도 보통 1년의 기회는 더 줍니다. 더군다나 평소에도 행실이 바르고 아꼈던 박지성 선수를 돈때문에 넘길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따라서 이 가정은 틀린 것이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돈 문제 외에 두 가지 측면에서 이번 이적을 또 볼 수 있습니다. 우선 25인 스쿼드 제한에 퍼거슨 감독이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입니다. 올해 들어 21살이 넘는 선수들도 많아지고 필 존스 처럼 아직 3년을 못채운 선수도 많아 25인 선정 자체에도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이 추측은 꽤나 논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스콜스와 긱스가 1년을 더 뛰기로 한 상태에서 안데르손과 플래처를 앉고 간다고 가정하면 25인 스쿼드 경쟁도 꽤나 빡빡합니다. 거기다 새로운 선수를 더 데려오려고 한다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스쿼드를 여유롭게 운영하고 싶었을 것이다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게 박지성 선수와 같은 스타일이야말로 퍼거슨 감독이 가장 선호하는 선수입니다. 25인 스쿼드의 힘을 최대한으로 짜내게 해주는 박지성 선수의 멀티플레이 능력때문인데, 지금 플래쳐가 낙마한 현 상황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 할 수 있는 선수는 필존스 정도입니다. 그것도 중앙수비와 수비형 혹은 중원에 그치는 것이지 박지성 선수처럼 윙어에서 중원, 풀백까지 종횡으로 포지션을 바꿔가며 뛸 수 있는 선수는 없습니다. 박지성 선수를 포함한 스쿼드가 훨씬 짜임새도 있고 파괴력이 있는 것이지요. 더군다나 플래쳐의 회복여부가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뉴스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박지성 선수를 구단측에서 기량저하의 이유로 이적시켰다는 이야기는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한 시즌 더 보고 하락세라면 기량저하를 말 할 수 있지만 아직 30대 초반의 선수가 한 시즌 부진한 것은 단순한 슬럼프라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지요.
제가 생각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선수개인이 더 적극적으로 나섰을 가능성입니다. 사실 이쪽이 제 주관적인 시선으로 봤을 때는 가장 가능성이 커 보이기도 하지요. 박지성 선수 본인이 내년 시즌에도 중용되기 힘들겠다는 판단을 내렸다면 QPR이라는 구단의 감독부터 구단주까지 모두 적극적으로 자신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박지성 선수의 마음이 흔들렸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맨유에서 1년더 무난하게 뛸 수 있겠지만 사람이 진심으로 누군가를 원할 때 사람의 마음은 움직이기 마련이지요. QPR은 약체이지만 박지성 선수 영입이전부터 폭풍영입을 해가며 팀전력을 보충했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마크 휴즈 감독이 직접 한국까지 날라왔다는데 이 정도 정성을 보였을 때 박지성 선수의 마음이 어땠을 까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번 이적이 납득이 갑니다. 그리고 맨유의 경우 루니, 나니와 같은 핵심전력이 아니라면 맨유 출신 감독들이 영입제의를 할 때 그 가능성의 타진여부가 굉장히 너그러운 편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퍼거슨 감독이 절대 내보낼 수 없다는 선수를 제하면 일단 이야기해볼 여지는 생기는 것이지요.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 선수를 무척이나 아꼈지만 마크 휴즈 역시 애제자 중의 애제자 중 한 명입니다. 믿고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지요.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 선수의 이적에 동의했다는 이유때문에 이런저런 욕을 먹고 있지만 이는 퍼거슨 감독 판단에 구단에도 도움이 되고 선수 본인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인 것이지 낡았으니 팔아치우자식의 몰인정한 선택이 아닙니다. 박지성 선수의 경우 맨유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낸 선수고 퍼거슨 감독도 박지성 선수의 훌륭한 인품 및 프로정신을 여러 번 칭찬하였죠.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의 역할에 대해 한 번도 불만을 표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을 언론을 통해서도 여러 번 했었죠.
저는 최근 맨유 이적 사례 중에서 웨스 브라운 선수의 이적이 박지성 선수의 이적과 아주 비슷하다고 느꼈습니다. 브라운 선수가 이적할 당시에 아직 오른쪽 풀백자리가 안정되지 않았고 중앙수비 자원도 부족한 상황이었습니다. 시즌 중에 하파엘의 기량이 급성장하고 필존스, 스몰링이 모두 잘해주었지만 시즌시작전까지 신예들의 활약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브라운의 이적은 전력누수로 여겨졌던 상황이었죠.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브라운의 남은 커리어를 위해 그를 과감히 놔줍니다. 그리고 가장 믿을 수 있는 애제자 스티브 부르스에게 그를 맡기죠. 이번에는 박지성 선수를 믿을 수 있는 마크 휴즈에게 맡긴 것으로 전 봤습니다. 박지성 선수 이적의 핵심은 맨유 구단으로서는 득보다는 실이 많은 이적이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이적을 허락한 것은 선수 개인의 커리어를 보호해주기 위함으로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박지성 선수 팬의 입장에서 보다 박지성 선수를 중용해주지 않은 것을 서운하게 생각할 수 있고 저도 그 점 충분히 공감하고 있기에 박지성 선수 개인 팬이나 맨유 팬 모두 어느 정도 이적의 충격에서 헤어나왔을 지금 시점에 이런 글을 써보는 것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세계적인 명장으로 불리며 맨유가 시궁창에서 허우적대던 팀에서 세계 탑팀의 대열에 들 수 있었던 이유는 퍼거슨 감독이 항상 냉철한 판단을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13년이 넘는 기간동안 맨유를 응원하다보니 좋아하는 선수가 이적하는 일은 비일비재하게 봐왔습니다. 필 네빌, 후안 베론, 앨런 스미스, Ron Zieler(론 찔러) 등 열거하자면 끝도 없지만 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도 보내줄때는 최대한 선수 입장을 배려해서 보내주었습니다. 그리고 한 시즌 못한다고 바로 팔아치운 선수는 거의 없었죠. 물론 테베즈, 에인세 등은 예외적입니다. 하물며 그간 좋은 활약을 보여준 것은 물론 당장 이번 시즌에도 팀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를 보낼때는 감독, 구단 모두 고심끝에 어렵게 결정을 내렸을 거라고 봐야 합니다. 지금 보내줘야 선수가 다른 구단에서도 허덕이지 않고 좋은 활약을 하겠구나는 판단이 섰기에 이번 시즌에 보내줬다고 보는게 가장 맞는 이야기일 겁니다.
퍼거슨 감독 아래에서 뛴 맨유 선수들은 팀을 나간뒤에도 대부분 퍼거슨 감독에 대한 좋은 이야기 일색입니다 (테베즈, 로이 킨은 예외). 그리고 박지성 선수도 생각이 크게 다를 거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퍼거슨 감독은 냉혹하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한없이 따뜻합니다. 헤어 드라이 한 번 안날린 박지성 선수를 생각하는 마음 역시 안타까움 가득이었을 겁니다. 최근 인터뷰에서 퍼거슨 감독이 “지성이에게 많은 기회를 주지 못해 미안했다”는 말은 립서비스가 아닙니다. 립서비스는 “그간의 활약에 감사하며 새로운 팀에 가서도 잘해주기를 바란다”라고 말하는 것이지 저렇게 직접적으로 출전 시간을 보장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하는 경우는 정말 드문 경우입니다. 기본적으로 자신이 실수를 해도 잘 인정을 하지 않는 스타일이기도 하고요.(물론 그 점 역시 명장이 갖춰야 할 덕목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구단측에서도 단순한 한 명의 이적이 아니라 구단 역사에 기록될 선수급으로 대우해주고 있습니다. 맨유 홈페이지는 박지성 선수 이적 기사로 도배가 되어 있고 팬들은 QPR과의 경기에서 기립박수를 쳐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박지성 선수 팬분들께서는 노한 마음을 조금은 누그러뜨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맨유에 관련된 모든 이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고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박지성 선수를 기억할 것입니다.
박지성 선수는 맨유에서 정말 중요한 선수였고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고 감독과 동료들로부터도 두터운 신뢰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세계 최강팀의 멤버로도 활약을 했고 맨유라는 팀에서 무려 7년간이나 선수 생활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서 새로운 맨유 선수들의 움직임이 게으를때 유럽 어디 아이리쉬 펍에서 “아 저새끼, Ji의 25%만 뛰어도 괜찮을텐데”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걸 상상하면 지금 박지성 선수가 맨유를 떠난 아쉬움이 조금은 달래집니다. 맨유라는 구단의 팬들의 뇌리에 평생동안 박힐 활약과 큰사랑을 받은 지성 선수 앞으로 QPR에서도 좋은 활약을 하기를 바라며 박지성 선수 팬분들도 너무 맨유 싫어하지 마시고 QPR응원에 많은 힘을 보태어 박지성 선수가 좋은 활약을 이어 나갈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맨유 경기외에 다른 모든 경기를 QPR이 이겨서 박지성 선수가 또 유럽무대(챔스나 유로파)에 진출 할 수 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3줄 요약
1. 박지성 선수 이적은 선수 본인이 원해서 성사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2. 구단, 팬 모두 이번 이적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3. 박지성 선수의 건승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