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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다...이땅에서 살아남는게..
게시물ID : gomin_4941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WVqb
추천 : 1
조회수 : 85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2/12/04 00:39:57

어렸을적엔 남들만큼은 살았던것같다.

갖고 싶은걸 가질수있었고, 하고싶은걸 하면서 살았다.

중학교때쯤 아버지가 유언장을 써놓고 수술실에 들어가셨다.

10시간이 넘는 수술끝에 다행히 집으로 돌아오셨지만 가세가 기울기시작했다.

아버지는 병상에서 일어나시자마자 다시 집안을 일으켜보시겠다며 사업을 시작하셨고,

한번...두번...그리고 이어진 IMF....

아버지를 대신해서 어머니는 식당에 나가기시작하셨고 작은 식당도 개업을 하셨다.

하지만 식당도 두세번 문을 닫게되었고 점점 늘어나는 빚...

고등학생인 나는 어린마음에 내가 하고싶은 그림공부를 하겠다고 떼를 썼고,

미대에 보내줄 형편도..여유도 없었던 부모님은 반대하셨다.

이과였던 나는 고집을 부리며 부모님께 말씀도 드리지않고 미대를 가기위해 문과로 옮겼고

후에 알게되신 부모님은 고3여름방학이 되어서야 한달에 40만원이 넘는 미술학원에 보내주셨다.

미술학원에서도...대학에 간 후 교수님들에게서도 재능이 있다는 얘기를 들으며 

미술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해왔다.

공모전에서 상도 받고...선배들과 교수님들에게도 나름 총애를 받던 신입생시절..

다행히 어머니가 하는 가게가 잘되가고 있을때였고..빚을 조금씩 갚아나가며 숨통이 트여갔다.

그러다가 형과 나의 등록금을 한번에 대기 힘든 상황에 형이 제대하자마자 맞춰서 군대에 가고..

군대에서 받은 전화 한 통..

형에게 안좋은 일이 있다..경찰서에 있다..잘못을 했는데...상황이 좀 안좋다..


어떻게든 손을 써보겠다며..변호사를 사고..변호사가 시키는대로 뒷돈도 챙겨주었지만..

결과는 빚더미에 앉은 전과자가족...

5년을 옥수발을 해가며...부모님은 버티셨다.

제대하고 복학해서 세부전공을 정할때..하고싶은 일이 아닌....더 많은 돈을 받을수 있는 분야로 정하게되었다.

졸업하고 회사에 취직해서 몇개월간 얼마되지않는 월급이 나오는 날이면

부모님은 어두운 얼굴로 돈 좀 있니...라고 물으셨고..

한달, 두달..지날수록.. 힘들었다.

새벽부터 식당일을 하시는 부모님과 사회초년생인 내가 벌어오는 얼마안되는 월급으로는 불어나는 이자를 막기도 벅찼다.


회사를 그만두고 장사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2년정도 일을 배우며 푼돈이나마 모았고..

20%가 넘는 이잣돈을 내면서 돈을 빌려다가 조그만 가게를 차린지 3년이 넘었다.

하늘이 도왔을까...작은 동네 구멍가게지만 썩 장사가 잘 되었고..

가게를 차리느라 빌린 돈과 집안에 있는 빚을 조금씩 탕감해나갔다.

3년을 꼬박 빚을 갚았는데..은행이 아닌 곳에서 빌린 돈인지라 이자와 원금을 함께 갚아가기에는 벅찼나보다.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여자가 생겨서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다.


형도 장가를 보내야하는데...


형은 중간에 다시 학업을 이어가겠다며 대학원에 다니고 아직 졸업도 안한상태이며..

학비며 용돈이며 내가 장가가고나면 부모님이 다 짊어지셔야하는데..

이제 70대를 바라보시는 나이가 되신 부모님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손이 부르트며 버시는데도 아직은 힘들다..

그렇게...1년이 또 흘렀고..

한없이 기다리던 나를 두고 이제 형이 결혼을 하겠다고 나선다.


한해에 둘이나 장가보낼수는 없다..1년정도는 더 있어야하지않겠니..라는 부모님..

3년넘게 가게하며 쉬는날도 없이 눈뜨면 나갔다가 12시가 넘어서 들어오는 나에게 손을 내밀던 형..

한없이 미우면서도..한핏줄인지라...가족말고는 내게 무엇이 있겠냐는 생각에..

이를 꽉 깨물고 버틴다.


직장생활하는 친구들을 보며..내가 버는 수익에 절반도 안되는 월급을 받으면서도

떵떵거리며 좋은차를 타고 큰소리치는걸 볼때마다

남들처럼 좋은차를 타고싶고..좋은 옷도 사고싶고..

여자친구와 놀이동산도 가고싶고...

내 인생을 즐기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러면 안된다.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한다.

이러며 버티고 있는 나에게는...

이 못난 사람을 믿고 기다려주는 그 사람에게 미안하고 감사할따름인데..

내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그 사람도 힘들었나보다..지쳤나보다..

사소한거에 자꾸 다투게 되고..상처를 주고..상처를 입고...


어떻하면 좋을지 아무런 생각도 들지않는다..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일을 하고 있는건지..

이렇게 사는것이 행복하기 위해서인지...


늦은밤..불꺼진 가게에서 혼자앉아서 이런 유머사이트에 글을 끄적이는것도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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