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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중편] 천 년후 - 어느 저주받은 포니의 이야기-2
게시물ID : pony_375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enny
추천 : 1
조회수 : 23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3/22 22:37:02

"자, 그러면 어디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되겠나."

 오두막 안에는 벽난로의 모닥불이 사방을 환하게 밝히고 있었고, 그 은은한 빛을 받으며 크랭키씨는 의자에 앉아 조용히 앞 테이블에 앉아있는 트와일라잇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깃펜과 두루마리를 꺼내어 혹시 무언가 받아적을 수 있는 준비를 마치고 곁에는 '이퀘스트리아의 역사'라고 쓰여있는 두꺼운 책을 펼쳐놓았다.
 
"음, 그러니까......그 노인을 처음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으셨는지 말씀해주실수 있으실까요?"

크랭키씨는 목을 두서너번 가다듬고는 잠시 회상하는 듯 눈을 감았다.

"......그러니까 그 때는 달이 환하게 비취는 밤이었어. 난 그 날 마을을 찾지 못하고 할 수 없이 풀밭에 천막을 편 뒤 모닥불을 피웠다네. 그러자 저 멀리서 그 노인이 나타나 잠시 쉬어갈 수 없냐며 모닥불 맞은 편에 앉았지...."

크랭키씨의 기억으로는 그 노인은 자신이 건넨 뜨거운 코코아 한잔을 건네자 잠시 그 향을 음미하는 듯하더니 마치 잠꼬대를 하는 양 입을 열어 이야기를 시작했었다. 마치 어린 손자, 손녀를 품에 앉히고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의 말투로......


그리고 이것은 자신을 '어나니미티(anonymity)'라고 밝힌 그 노인의 이야기다.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천 여년 전, 셀레스티아 공주와 루나 공주가 하루의 절반씩을 나누어 해와 달을 띄우던 시기였다.

셀레스티아 공주는 어린 시절부터 마법에 깊은 관심이 있어 주변에 마법에 능통한 유니콘들을 가까이 하였고, 상대적으로 페가서스들은 자신들의 당위성을 위하여 루나 공주를 지지하는 분위기였다. 두 자매의 사이는 더할 나위없이 좋았지만, 그 둘을 지지하며 자신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한 유니콘과 페가서스의 보이지 않는 기싸움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그 정도가 어느 수준까지였냐면, 셀레스티아 공주의 근위병들에게 유니콘들이 화려한 장식이 달린 새로운 갑주를 입히면, 바로 며칠 지나지 않아 루나공주들의 근위병들은 페가서스들이 마련한 더욱 찬란하게 장식한 갑주로 장식하고 나타날 정도였다.

그렇게 양 세력의 불안한 균형이 계속되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여느때와 같이 루나 공주는 달을 띄우고 곤히 잠든 백성들을 굽어보며 홀로 하늘을 떠돌았다. 그녀가 이퀘스트리아 남부의 황무지에 다다랐을 때에, 그녀는 용케도 저 아래 잘린 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울고있는 포니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신민이여, 왜 울고있는 것이냐."

루나 공주가 우아하게 그 포니의 곁에서 내려앉자, 포니는 울음을 그치고 자신의 앞에 서있는 공주 앞에 넙죽 엎드렸다. 얼굴에는 주름이 깊게 패여있었고, 발굽도 오랜시간 흙먼지와 뒹구느라 갈색의 몸 빛깔과는 달리 눈에 띄일정도로 노란, 평생동안 농사만 지어왔을 듯한 어스 포니였다. 그는 자신의 눈 앞에 처음으로 알현하는 공주의 위세에 짓눌려 방금 울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엄숙한 표정으로 꼼짝않고 있었다.

"말해보거라. 공주라면 신민의 슬픔과 고통도 알아야하거늘. 어찌하여 모두가 잠든 이 밤중에 홀로 그루터기에 앉아 울고있는 것이냐."

 

한층 부드러운 어투로 루나 공주는 그 늙은 어스 포니를 어르듯이 말했다. 그는 잠시 주저하다가 머뭇거리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

 

"소..소인에게는 매년마다 탐스런 사과를 맺는 사과나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언제부턴가 비도 내리지 않고, 태양만이 내리쬐는 날들이 계속 되었다고 했다. 잎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사과나무를 보며 그는 안타까운 마음에 저수지에서 양동이로 물을 퍼내어 하루하루 그 사과나무를 살리고자 열심히 노력하였으나, 맑은 날은 계속되었다.  

종종 보이는 날씨를 담당하는 페가서스에게 왜 비가 오지 않느냐고 물어도 셀레스티아 공주님의 명령이라며 자신도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만 돌아왔다. 그러한 가뭄에 저수지도 바닥을 드러내고, 결국 사과나무는 말라죽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 그 노인은 자신이 자식과 같이 여기던 그 사과나무를 베어내고 그 그루터기에서 울고 있었던 것이다.

 

루나 공주는 그 일을 다음 날 일출시에 셀레스티아 공주에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셀레스티아 공주는 별 일 아니라는 듯 비웃었다.

 

"너도 알지만, 이번 태양절은 준비기간이 길어져 두달 가까이 준비했어. 그런데 잠시라도 태양이 구름에 가려지고 비가 내린다면 신민들에게 공주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겠니? 나무야 언제든지 새로 다시 심으면 되잖아? 오, 루나. 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일에 너무 과민반응하는구나."

 

루나 공주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는 셀레스티아에게서 돌아서며 말없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공주의 위엄? 그것이 과연 신민의 눈물과 고통보다 더 중요한 것일까?'

 

그녀의 마음 속에 한가지 의문이 피어올랐다.

 

'.....내가 태양을 띄우는 입장이었다면 그 일을 알고도 여전히 페가서스들에게 구름으로 태양을 가리지 못하게 했을까?'

 

그것조차 생각한다는 것이 자신의 자매, 셀레스티아에 대한 도전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루나는 여전히 그 늙은 어스 포니의 눈물이 눈에 어른거렸다. 자신의 마음도 아파왔다. 그리고 루나는 자신도 모르게 속삭였다.

 

 

"......그래, 나라면 할 수 있을거야...나라면..."



크랭키씨는 트와일라잇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당혹스런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노인이 자신에게 이야기를 할 때에도 이 때쯤에 말을 멈추었던 기억이 났다. 아마도 트와일라잇도 그때 자신과 동일한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러니까....아니 잠시만요. 이건 제가 알고있는 이야기와 이 책에 쓰여진 내용과는 전혀 다른데요? 루나 공주님은 셀레스티아 공주님이 주관하는 낮 시간과 비교해서 자신이 주관하는 시간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셔서 영원한 밤을 지속시키겠다고...."

크랭키씨는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한참을 껄껄 웃으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트와일라잇에게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바로 그거였어. 나도 그 노인에게 그 이야기를 했었지. 아니, 온 이퀘스트리아의 모든 포니가 아마도 그 이야기를 들으면 똑같은 질문을 할거야. 어릴 적부터 계속 '나이트메어 문'의 전설을 듣고 자랐으니 말이네."

그렇다. 아마 이퀘스트리아의 모든 포니는 어릴 때부터 나이트메어 문의 전설을 부모에게서 듣고, 동화책에서 읽으며 자랄 것이다. 더군다나 매년마다 악몽야 축제를 통해 나이트메어 문이 돌아오지 않고 그냥 지나가도록 행사까지 벌이고 있는 현실에서 트와일라잇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크랭키씨는 말을 이어갔다.

"그랬더니 노인이 그러더군. '루나 공주님께서 남의 사탕이 더 커보인다고 울며 질투하는 어린 포니는 아니지 않는가?'라고 말이야. 무엇이 진실인지는 모르지. 하지만 우리가 알고있던 사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어. 루나 공주님은 밤을 영원히 지속시키고자 한게 아니었다네....."

 마치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를 따지기 전에 지난 날의 에버프리 숲에서 만났던 루나 공주님...아니 나이트메어 문은 자신의 입으로도 온 이퀘스트리아를 영원한 밤으로 몰아넣겠노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들과 조화의 원소를 통해 나이트메어 문의 악몽에서 루나 공주님을 되찾지 않았던가! 그런데 루나 공주님이 밤을 영원히 지속시키려고 했던게 아니라 해와 달 모두를 관장하고 싶어하셨다고? 

트와일라잇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크랭키씨에게는 잠시 쉬었다 하자고 말하고는 오두막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 때이른 봄의 차가운 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의 한숨짓는 모습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껏 차오른 달은 밝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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