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학교시절 해마다 방학때면 시골에 있는 외갓집에 가곤했어요
도시 생활에 적응이 되다보니 시골에 가면 티비도 안나오고 할일도 없고 시간은 안가는것 같고.. 초반엔 정말 심심하더군요.
그렇게 매일 빈둥거릴때 어떤 남매가 같이 놀자고 불러내서 근처 샘 같은 곳에서 다슬기나 가재도 잡고
발등에 풀독이 오를때까지 방아깨비 메뚜기 잡고 뛰어놀며 시골생활의 즐거움?ㅋㅋ을 알게됐어요.
남매가 나이차이가 많이났는데 오빠는 저보다 두살연상, 여동생은 여서일곱살 연하로 기억합니다.
그 남매는 마을 가장 안쪽엔 크고 예쁜집에 살았는데
부모님이 도시에서 사업하시며 성공하셨는데 아버지가 청각장애가 생기셔서 귀농했다고 들었습니다.
주택이라기 보단 작은 저택느낌이었어요 거실엔 큰 샹들리에가 있었고 나무로 된 계단으로 2층으로 올라가는 구조
전체적으로 톤다운된 목조주택인데 아무튼 '얘네집 부자구나~' 했지요.
그 사건이 생겼던 방학때도 자연스럽게 시골에 갔고
할머니집 도착하자마자 "용골이네 집 갔다올게!" 하고 나서는데 (그 오빠 별명이 용골이ㅋㅋ)
할머니께서 "용골이가 고등학교 진학을 도시로 하게되서 엄마랑 아들 둘이 도시로 나간다고 들었는데
어찌 가족전부가 안보이는거 같다 집에 있나 모르겠다" 그런식으로 말씀을 하시더군요.
일단 가본다고 집을 나섰는데 예쁘게만 보이던 집이 그날따라 으스스한게 기분이 안좋더라구요
마당에가서 여동생 이름을 부르니까 나오긴 나오는데 엄청 불안해보인다고 해야되나 상태가 안좋았어요.
밖에서 놀자고 했더니 계속 불안해하고 눈치라도 보는듯이 싫다고 하길래
그럼 너네 집에서 놀아도 돼? 했더니 잠깐 고민하다가 들어오라고 해서 따라 들어갔어요.
근데 안에 들어가니 집상태가.. 천장은 곳곳에 거미줄이 쳐져있고 소파나 가구에 노란 흙먼지가 쌓여있는게
관리 안한지 꽤 오래됐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단순히 엄마랑 오빠가 도시로 갔으니 쪼끄만 딸래미나 아저씨 혼자서는 집안청소 하기 힘들겠구나 생각했어요.
여동생방이 있는 2층으로 따라올라 갔는데 인기척이 있더라구요.
안방문이 열려있길래 살짝 들여다 봤더니 안방에 아저씨가 계시긴한데.. 안방분위기가 진짜 묘했어요
커튼쳐놔서 전체적으로 어두컴컴한데 사방에 촛불켜놓고 빨간조명에 시트도 붉은 계통에 무슨 퇴폐모텔??같은 느낌..
다른곳은 먼지쌓이고 거미줄이 쳐졌는데 안방만은 요사스러운 분위기임에도 깔끔했던거 같아요.
기분이 묘하긴했는데 별생각 없이 그냥 여동생 따라서 방에 들어가니 왠 통통한 여자가 먼저 와있더라구요
나이는 저보단 많아보이긴했는데 그래봤자 20대 초반정도..
그 당시 여자아이들은 미미, 쥬쥬같은 마론인형놀이가 유행이었는데 미용실 옷가게 뭐 그런거 시리즈로도 나왔구요.
그 통통한 여자가 그 인형을 갖고 놀고있었어요. 진짜 물이 나오는 미용실이었는데 비싼거라 갖고싶은거였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20대 여자가 진지하게 인형놀이를 하는게 이상하기도 무섭기도 한데 당시에는 엄청 자연스럽게 그냥 같이 놀았어요.
한참 그러고 놀다가 더 재밌는 놀이가 있다며 같이가자고 팔짱을 끼고는 지하실로 가더라구요.
근데 집 지하실에 마트가 있는거예요.ㄷㄷ 당시에 이마트 이런거 많이 생길쯤인데 집근처에는 없어서 잘 몰랐거든요.
근데 대형마트처럼 야채코너 과자코너 무슨코너 다 있고 진짜 요즘 대형마트처럼요.
계산대에 물건올려놓으면 자동으로 움직이고 이런건 본적도 없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근데 사고 회로가 정지됐다고 해야되나 논리적으로 상황을 생각하기보다는 정말 말그대로 홀린것처럼
너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서로 역할 바꿔가면서 캐셔도 했다가 카트끌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쇼핑도 했다가 하면서 신나게 놀았어요.
그러다가 통통한 여자가 "이건 질린다 이제 여기서 그만놀자~" 하더니 저랑 여동생 가운데서 양쪽으로 팔짱을 끼고
지하실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그때 딱 그 지하의 습한 냄새가 느껴지고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인지가 되더니
그후부터는 기억이 전혀 안나요
그사이에 무슨일이 있었고 뭘했는지, 거기서 어떻게 나왔는지도..
그리고나서 다시 정신이 돌아온게 차안이었는데
읍내에서 아버지랑 같이 약국하던 언니가 길가에서 걷는걸보고 절 데려다 주겠다고 했나 보더라구요.
그래서 할머니집엔 사람이 없어서 큰할머니 집으로 가고있다고 막 설명을 해주면서
"자다가 깼어? 오늘따라 멍해보이네~" 이런식으로 말을 계속 걸어왔는데
이상하게 한마디도 대답을 못하겠더라구요.
그리고 큰할머니 집앞에 저를 내려다주고 그 언니는 차를 타고 그대로 갔고
저는 터덜터덜 걸어서 큰할머니 집으로 걸어들어가는데 의식은 분명히 말짱한데
술이라도 마신것처럼 머리가 욱신욱신 아프면서 어지럽고 속은 메스껍고 미치겠더라구요.
큰할머니댁 평상에 동네 어른들이 모여서 뭘 드시면서 얘기하던 중이셨던거 같은데
저를 보더니 다들 얼굴이 새파래지셔서 누구댁 불러야겠다, 다른분은 또 누구댁은 너무 멀다 이런얘기를 하시고..
저는 한마디도 못하고 가만히 서있었는데 그와중에도 머리가 막 핑핑돌고 메스껍고..
그러다가 할아버지 한분이 격리?? 같은걸 시켜야 한다고 창고에 저를 밀어 넣었는데
격리라고 하셨는데 이상하게도 문은 열어두셨고 문쪽에 돌맹이랑 나무가지 같은거 놔두셨어요.
창고에서도 우두커니 서 있었는데 몸이 제어가 안되더라구요.
의식은 분명히 뚜렷하게 있는데 제 뜻대로 몸이 움직이지도 않고 말을 할수도 없었어요.
문을 열어두셔서 밖에서 어른들 하시는 얘기하시는것도 다 들리는데 몸은 하염없이 넣어진 그 상태로 서서 창고벽만 바라보고 있었네요.
멀리 사는 사람이 용한? 사람인데 시간도 늦었고 빨리 올수있는 사람을 부르는게 낫다 이런대화도 오고가니
저는 나 뭐 잘못되는건가.. 큰일이라도 난걸까. 혼자 이생각저생각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제입에서 방언터진것처럼 막 고함을 지르기 시작...
요망한 계집년이 어디 할일이 없어서 불쌍한 아이를 괴롭히냐 뭐 이런내용인데
제가 아니라 그 여동생을 얘기하는 거 같았어요
저는 쓰지도 않는 옛날말 같은거랑 평소에 욕 전혀 안하는편인데 계집, 년 같은걸 막 쓰면서
불쌍한 아이한테 어찌 그러느냐며 계속 호통을 쳤어요
그리고는 미친듯이 어지럽고 메스껍더니 또 필름이 끊겼어요.
그리고 나서 정신을 차려보니 무속인같은 아줌마가 잘했다고 칭찬해주는데 영문도 모르겠고..
그대로 또다시 딥 슬립..
다시 깨어보니 할머니집.
이틀내리 잠만잤다더라구요.ㄷㄷ
할머니한테 나 꿈꾼거야? 물어보니까 할머니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사건의 전말?을 얘기해주시는데..
아들이랑 엄마가 떠나고나서 부녀가 굉장히 외롭고 힘들었는지 잡귀가 들러붙은거 같다고 하더라구요.
아저씨는 어떤 처녀귀신한테 홀려서 귀접같은걸 했던거 같고,
여동생은 그 통통한 여자한테 홀려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아빠라는 사람도 홀려있으니 꼬마가 밥도 제대로 못먹고
하루종일 그 여자귀신 놀이상대를 해준듯 하다고.
저도 얼떨결에 가서 홀리긴했는데 평소에 기가 센편이라
제가 홀려있는 상태에서 깰까봐 그 여자가 놀이 종목을 자꾸 바꾼거라고.. 자꾸 딴데다 집중하게 만들려고요.
근데 지하실 계단 밟으며 눈치채는 그 순간에 의식이 끊긴게 아마 조상님이 들어와 도와주셔서 무사히 잘 탈출한거 같다고 그러더래요.
방언처럼 막 호통쳤을때도 아마 조상신이신거 같은데 저한테 들어와서보니 그 여동생이 너무 불쌍하고 안쓰러웠는지
제 몸을 빌려서 막 호통을 치신듯...
근데 제가 워낙 기가 센편이라 (가위눌리는 사람들이 저랑 같이 자면 가위 안눌린대요.ㅎㅎ)
아마 돌아오는길에 의식이 돌아온거같아요. 수술중각성처럼??
어쨌든 제가 잘 자고 있을동안 그집에선 굿판이 두차례나 벌어지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해요.
자세하게 적고 싶은데 저는 자고 있을때라서 전해들은게 전부^^;;
그후로는 시골에 자주 안가게됐는데 듣기로는
도시로 갔던 오빠랑 어머니도 다시 돌아오시고 얼마있다가 이사를 갔다고 들었어요.
저는 그후로 뭐 특이하거나 이상한 경험없이 별일없이 잘 살고 있구요ㅋㅋ
다음엔 저희 이모한테 있었던 사건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