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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위선자의 숭례문 혹은 남대문 방화에 대한 단상
게시물ID : sisa_433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생100호
추천 : 1/2
조회수 : 393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08/02/16 11:54:56

 2008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TV 토론 프로그램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100분 토론의 주제는 남대문 소실에 관한 것이었다.
프로그램 중간부터 시청하여 전반적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2월 15일 XTM에서 신설한 설전이라는 토론 프로그램의 주제 또한 남대문 방화와 문화재 관리에 관한 논제였다. 이또한 중간부터 시청하여 전반적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갔는지는 모르겠다.

솔직한 나의 심정을 이야기 해보자면 숭례문이건 남대문이건 그것이 불타건 말건 별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자칭 0.1%의 책임을 가지고 있다는 방화옹 채씨의 발언 중에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열차 테러까지 생각했지만 차마 나의 행위로 인명을 살상할 수 없다는 생각에 실행을 포기했다는 발언이다. (이러한 개인적 공감이 이글에서 채씨를 방화범으로 지칭하지 않고 방화옹(翁)으로 표현한 이유가 될 것이다.) 대구 지하철 참사나 태안반도에서의 기름 유출 건과 상대적으로 비교하자면 더욱 그렇다. 

물론 한국의 국보 1호가 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의 역사와 전통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남대문이 그런 식으로 없어진 것은 개인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시대적으로도 비통을 감추지 못할 일이다.

그런데....

솔직히 까놓고 이야기해서 내가 남대문에 대해서 관심을 평소에 가지기는 했는가? 라는 성찰적인 질문이 나온다.

 남대문은 일제시대의 명칭이네 뭐네 해서 남대문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쪽바리 근성을 못벗은 티를 내는 넘이네 마네 이글에 대해 반박하는 너희들이 언제부터 대한민국의 국보 1호 숭례문에 대해서 울분을 토했는가 라는 점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를 위해서 가 아니라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기 위해서 이다 라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나의 글에 대한 반박의 한 꼭지로 나오겠지만, 그러니깐 언제부터 우리가 우리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에 분개하고 그것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의 등불이 되었는가라는 말이다.

글쎄 .. 난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난 별로 문화재에 대해서 신경 쓰며 살아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릴적부터 고고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고 지금도 인류학을 전공으로 하는 대학생인 나의 입장에서 이러한 고백은 내가 전공하는 필드에서는 가히 역적이 될만한 소지를 풍기는 발언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유물과 유적에 대한 관심은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의 관심을 조금 상회하는 정도이지 월등하게 높아서 입에 개거품을 물으며 남대문 앞에서 통곡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제사를 지내고 통곡을 하는 그네들의 행동을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의 내가 알던 한국의 문화재에 대한 평균적인 관심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한국의 현상들은 왠지 무척이나 과장되었다라고 생각한다. 아니 과장되었다라고 생각하는 것 이상의 역겨웠다. 그들의 위선이... 마치 시일야방성대곡이라도 쓰면서 할복을 할 것 같은 얼굴들이 하나 둘 브라운관에 비칠 때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치인들의 위선은 말할 것도 없이 말이다.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나는 방화옹 채씨를 방화옹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최소한 그는 자신의 입장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했다. 

나는 사회에 불만이 있어서 남대문을 태운 것이다. 내가 받았던 내가 응당 가져야 할 몫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남대문을 태운 것이다. 나의 부당함이 남대문 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가진다. 그래도 나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서 사람 목숨 뺏는 것 보다는 건물을 불 지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다.

라고 위와 같이 그는 생각했고  믿었고 실행했다. (방화옹이 이런 생각을 정말 가지고 행동했는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의 인터뷰에 의거하여 정리한 것뿐이다.)
최소한 채옹은 평소의 자신의 생각과 다를 바 없이 (문화재는 나의 욕구와 욕심에 비해서 하위 가치를 가진다는 생각) 행동했다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 그는 악인이자 죄인이지 위선자는 아니다.

나는 위선이 싫다. 위선은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위선의 가면은 결코 실천의 동기가 되지 않는다. 그저 말바꾸기와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식의 소모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의 원천일 뿐이다. 요즘 들어 남대문의 소실로 인한 책임론이 한창 대두되고 있는데 사회 구조적인 변형을 위해서는 책임론은 분명 지금의 한국 사회에 대해서 강조되어야 할 것이지만, 그것보다도 우선 개인들의 한국인들의 내면에 그리고 내안에 있는 위선에 대한 인식과 그에 따른 솔직함이 필요하다. 

그러니깐 언제부터 우리가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냐 라는 점이다. 
그리고 한국의 문화재가 언제부터 우리들의 먹고 사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경제와 그  빌어먹을 실용주의 정신에 우위에 자리 잡고 있었는가라는 점이다.
나도 그렇고 한국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렇고 평소에 신경 안 쓰고 있었지 않은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와 같은 푯말이 성행하고 이명박에 대한 노무현에 대한 방화옹 채씨에 대한 문화청에 대한 KT에 대한 누군가의 분노에 찬 글들을 볼 때마다 더더욱 위와 같은 불순하고 비딱한 생각이 든다. 

그러니깐 언제부터 당신이 우리나라 국보 1호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거냐 이거다.
사실 문화재는 우리의 밥줄과 관련이 없었잖아. 아무런 상관이 없었잖아. 차라리 문화재 때문에 개발 하지 못해서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땅값이 안 오르고 구제발굴로 인해 아파트 분양시기가 늦어 그에 때문에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는 것에 대해서 분개해라. 그것이 평소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재에 대한 시각에서 비롯되는 행동이자 입장일 것이다.

명박씨의 대운하 플랜 공사 구간에 꽤 많은 수의 문화재가 위치하고 있다. 인수위에서도 대운하 반대 단체에서도 공사할 경우 문화재의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난 그 어디서도 아니 최소한 100분 토론이나 설전 혹은 기타의 대운화 관련 토론 프로그램에서 찬성 집단이나 심지어 반대 집단이 문화재 이전에 대한 우려와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네들의 입장에서는 대운하가 환경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결과에 대한 입장만 내세울 뿐이다. 이는 뭘 의미하는가? 대운하를 찬성하는 입장도 반대하는 입장도 그 자리에서 
 ‘문화재가 중요하기 때문에 대운하는 반대입니다.’ ‘아닙니다. 문화재는 완벽하게 이전할 수 있기 때문에 대운하 공사 하는 데에 큰 지장이 없습니다’
와 같은 갑론을박은 그들의 첨예한 대립에 그리고 더 나아가서 그 토론을 시청하고 참가하는 이들에게 씨도 안먹힐 주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다. 거칠게 이야기 해서 문화재 따위 한국인들에게 아웃오브 안중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남대문이 타고나니 지금 이 시점에서 문화재는 한국 사회 내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었고 가장 큰 가치가 되었다. 

이거 위선 아니냐..
대한 민국이 위선을 떨고 있는거 아니냐? 
있을때 잘해라 평소에 잘해라

결코 부모님께 연인에게만 통용되는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왜 아직도 모르는가?
뭐..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니깐. 나도 불완전하니깐 이런 개소리나 근무시간에 적고 있늦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나도 정말 위선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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