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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못찾아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한 비극적인 이야기
게시물ID : poop_23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oveiD
추천 : 0
조회수 : 32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3/25 06:50:43

안녕하세요. 드디어 때가 되었다고 느껴 저도 남겨봅니다...

저는 바지에 똥싼 적이 음슴으로 음슴체를 쓰겠음.

 

때는 1994년 중학교 2학년 때였음. 나의 띠동갑 고종사촌 형님이 결혼하시는 어느 화창한 봄날이었음.

고모댁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 서울 3대 산동네에 위치해 있었고, 결혼식장은 특이하게도(그때 나는 그리 생각했음) 관악구민회관이었음

우리 세대 첫 결혼식이라고 많은 분들이 오셨고, 걸어가기엔 조금 먼 거리이기에 그나마 그동네 지리에 익숙했던 나는 부산에서 온 초3 사촌동생을

데리고 직접 걸어가기로 했음. 

결혼식은 1시. 우리가 출발한 시각은 12시.

서울대입구역까진 기분좋게 걸어갔음. 형으로서 동생을 챙기는 멋진 형으로서 나름 자부심도 있어서 참 좋았음.

게다가 화창한 봄날씨는 정말 상쾌했음.

 

그런데... 문제가 생겼음...

서울대로 넘어가는 길 중간에 구민회관이 있는데, 도로가에 있으니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믿고 열심히 길가를 찾아봤지만

구민회관은 보이지 않았음... 그리고 슬슬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음...

'뭐... 금방 찾아가서 구민회관 화장실을 이용하지 뭐~'라는 생각으로 동생과 담소를 나누며 길을 재촉했지만...

어디에도 구민회관은 보이지 않았음....

 

'언덕을 넘어가야하나?'라는 생각을 하며 언덕을 넘어 계속 가봤지만...

숲이 나오며 서울대 정문이 보였음...

이길이 아닌데 하며 다시 서울대입구역 쪽으로 걸어오는데....

복통의 간격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인식을 하게 됨...

처음엔 5분.... 그게 3분... 2분으로 줄더니 나중에는 10초 간격으로 줄어들었음...

그사이 서울대입구역과 서울대 정문 사이를 4번 왕복....

 

화장실을 찾아 거사를 치루고 다시 길를 찾아볼까 생각했는데... 손목시계를 보니 시간은 12시 30분이 조금 넘었음...

이대로라면 결혼식은 못 볼거 같아 다시 길을 재촉함...

하지만.. 10초의 간격은 더욱 줄어 5초.. 3초... 2초....

시야는 점점 좁아지고... 길을 가기에는 너무 고통이 심해...

가다가 멈춤... 통증이 잦아지면 다시 출발...

하지만 그것도 시간 간격과 마찬가지로... 10발자국에서 5발자국... 3발자국....

결국엔 한발자국에 한번씩 배를 움켜쥐고 앉아서 통증이 멈추기를 기다림...

줄어드는 도보 시간에 반비례해 앉아있는 시간은 점점 늘어남...

대체... 관악구민회관은 어디에..........

 

결국 나는 근처 수퍼에서 휴지를 사고 수퍼 주인에게 양해를 구해 해결하기로 함.

20미터 전방에 있는 수퍼... 왜 이렇게 멀기만 한지...

1분 정도 되는 시간이 1시간처럼 느껴짐....

정신은 혼미한데.... 그래도 잘 버티고 있는 내 괄약근의 힘에 내심 감탄을 하고 있었음....

 

"아저씨 휴지 하나 주세요... 근데.... 화장실 좀 얻어 쓸 수 있나요?"

나는 아픈 배를 움켜쥐며 수퍼 주인 아저씨에게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음...

아저씨는 푸하하하 박장대소를 하시며 화장실 열쇠를 건네주셨음... 화장실은 옆에 있는 빌딩 입구로 들어가서 2층에 있다고 하심...

300원하는 휴지 하나.... 거스름돈 수령은 사촌동생에게 부탁한 뒤 나는 배배꼬는 걸음으로 열심히 화장실로 갔고...

뒤에는 아저씨의 웃음소리가 내 걸음이 멈추지 않도록 도와주었음....

 

바지를 내리자마자 625 중공군처럼 내려오는 설사들.....

일명 푸세식 화장실로... 폭삭 주저앉아 볼일을 봐야했으므로 혹시나 바지에 튀지 않았나 걱정하며

불안감 가득한 거사를 치뤘음...

비록 3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정말 행복한 순간이었음...

 

거사를 마친 후 수퍼 주인아저씨에게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화장실 열쇠를 건넸고...

구민회관의 위치를 물으니 도로가에는 없고, 골목으로 들어가야 있다고 하셨음....

어쩐지 그렇게 많이 왔다갔다 했는데도 안보이더라니....

그토록 가고 싶던 서울대... 정문 구경만 실컷했음...

 

10분만에 구민회관에 입성하여 그토록 보고 싶었던 가족들과 상봉했으나.... 도착시각은 1시 35분....

초3 사촌동생은 부모님을 만나자 뭐가 그리 서러웠는지... 큰부모님을 만나자마자 울음을 터트렸고....

늦은 이유를 들은 어른들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열심히 웃으심....

사촌형님의 결혼식은 결국 보지 못하고... 밥만 먹고 돌와왔음.

그래도 혼나지 않아서 참 좋았음.

 

 

3줄 요약

1. 고종사촌형 결혼식에 사촌동생과 함께 걸어감.

2. 결혼식장을 못찾는데 설사가 찾아오고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2시간 정도 설사를 참음.

3. 수퍼아저씨의 도움으로 설사를 해결하고 결혼식장도 찾아갔으나 결혼식은 끝났음.

 

교훈

남의 도움이 필요하면 주저하지말고 도움을 청해라... 어차피 혼자서 해결하지 못한다면 바로바로 도움을 청해라....

그래야 삼보일배를 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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