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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황제 보수’ 실상에 직장인들 “일이 손에 안 잡혀”
“귀족 노조가 발목 잡는다더니”…재벌들은 “왜 공개” 불만
1일 세간에서 가장 큰 이야깃거리는 단연 ‘등기임원 연봉’이었다. 분개와 허탈이 서민·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일부는 ‘샐러리맨의 신화’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정색하며 비판하는 이들만큼 풍자하고 비웃는 이들도 많았다. 가장 큰 관심은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의 ‘연봉 300억원’에 쏟아졌다. 대개는 분노였다. “11개월 동안 감옥에 있었던 사람이 이사로 이름만 올려놓고 받은 하루 수입이 서민들 연봉보다 더 많다는 게 말이 되나?” 중견기업 11년차인 김아무개(41) 차장은 “화나는 걸 넘어 허탈하다”고 했다. ‘하루 노역 5억원’의 주인공인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보다 못하다며 조롱하는 이들도 있었다. 계열사 5곳에서 연봉 330억여원을 받았다가 상여금 131억2000만원만 받고 돌려줬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풍자의 대상이었다.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30대 한 직원은 “그나마 염치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경영활동을 제대로 못해서 급여는 안 받는다는 사람이 상여금을 받는 건 뭐냐”고 되물었다. 이른바 ‘재벌 오너’의 부도덕함이 드러났다는 비난도 잇따랐다. 4대 그룹 중 한 곳에서 일하는 박아무개(34)씨는 “전문경영인이 실적에 따라 고소득을 올리는 것은 옳지만 오너라는 이유만으로 전문경영자보다 몇배의 연봉을 받는 게 옳은 일인가. 사실상 자기 연봉을 자기가 정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직장인들은 무척 허탈해했다. 4대 그룹 소속 한 계열사의 임원은 “우리 사장 연봉은 이번에 공개가 안 됐다. 5억원도 안 된다는 얘기다”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10대 그룹 한 계열사에서 일하는 30대 초반의 한 직원은 “샐러리맨의 신화가 무척 부럽지만, 그래봤자 파리 목숨보다 못하고 총수 일가는 쳐다보지도 못한다. 기운 빠져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고 말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ㅈ씨는 “부러울 뿐”이라면서도 “자기들 연봉은 마음대로 올리고 직원 연봉은 올려봐야 쥐꼬리다. 억울하지만 이런 현실을 어떻게 하겠나”라고 털어놨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성내면서도 성토할 기운조차 없어 보였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업준비생 최아무개(31)씨는 “최저시급 5210원도 겨우 받고 있는 처지에 억, 억 하는 소리가 너무 괴롭다. 다른 나라 이야기인 것 같지만 이 편의점도 재벌 거다”라고 말했다.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하는 이들도 있었다.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30살 여성은 “공개만 하는 걸로 끝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밖에 “귀족노조가 발목 잡는다더니…”, “무노동 무임금은 모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송파 세 모녀와 감옥에서 300억원 받는 재벌이 함께 사는 나라”라는 반응도 있었다. 재벌그룹 쪽은 은근히 불만을 털어놓았다. 4대 그룹 중 한 곳의 한 임원은 “인사팀 같은 쪽에선 우리 회사가 우리 기준 갖고 성과 등을 평가해 연봉을 주겠다는데 그걸 왜 밖에서 알아야 하냐는 불만도 많다”고 전했다. 김진철 기자, 산업팀 종합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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