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핵심지역인 용산과 강남 2곳에서 서울의 미래허브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한 곳은 지난 2007년 추진됐다가 지난해 최종 무산된 용산국제업무지구. 다른 한 곳은 지난 1일 서울시가 발표한 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국제교류 복합지구다.
용산에서 촉발된 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이 자금난을 겪으며 좌초된 뒤 무대를 강남 지역으로 옮겨 다시 한 번 화려한 부활을 꿈꾸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용산의 뒷심, 잠실운동장과 한전 이전 등의 시기적 호재를 업고 꿈 실현에 나선 코엑스~잠실 지구의 기세 싸움이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에 조성되는 국제업무지구에는 초고층빌딩이 즐비하게 늘어서고 거기에 대형쇼핑몰, 백화점, 초호화 호텔 등이 들어서 미래 서울의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여기에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한 번 지정되면 땅값은 급등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지정 당시 그전까지 구도심의 외곽 역할을 했던 용산 일대는 서울 개발의 핵으로 떠올랐다. 용산역을 진앙지로 한 부동산 개발 충격파가 서울 전역으로 뻗어나갔다. 당시 용산역 일대 땅값은 3.3㎡당 1억원을 쉽사리 돌파했다.
코엑스~잠실 지구는 이 일대에 72만㎡의 대규모 국제교류 복합지구를 조성한다는 서울시의 발표에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다. 이 발표에 따르면 시는 41만㎡ 규모의 잠실운동장을 국제 경기가 가능한 수준으로 리모델링해 스포츠의 메카로 조성하고 K-팝(Pop)의 확산 거점이 될 수 있는 최신 공연시설도 함께 갖춘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삼성동 코엑스몰, 지방으로 이전하는 한국전력공사 부지, 서울의료원, 지방으로 이전한 한국감정원 부지를 연계해 복합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의 이번 발표는 지난 2007년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 발표 이상의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당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규모는 56만6800㎡였던 반면, 이번 코엑스~잠실 지구 개발계획은 72만6578㎡에 이른다.
실현 가능성도 용산보다 코엑스~잠실 지구가 높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미 개발돼 도심 내 복합 엔터테인먼트몰로 자리매김한 코엑스몰을 중심으로 서울의료원, 한전, 한국감정원 등의 이전 부지에 대한 개발계획을 구체화해야 하는 시점인 만큼 코엑스~잠실지구 개발은 순리라는 것.
현재 한국감정원 부지는 삼성생명에서 지난 2011년 2436억원에 매입해 삼성그룹 차원의 내부적인 개발 마스터플랜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남권 마지막 대규모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는 한전 부지는 국내 재계 서열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지명이 삼성동이라는 점, 이미 감정원 부지를 매입한 점 등을 들어 삼성 측의 우세가 예견되지만, 현대차그룹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는 전언이다.
현대차의 경우 성수동 뚝섬 부지에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을 지어 사옥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 지연되면서 한전 부지에 최신 신사옥을 짓겠다는 구상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투자자가 몰리고 있는 만큼 용산처럼 자금난으로 중도 좌초될 가능성은 희박해 실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반면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용산역세권개발주식회사 드림허브 측은 사업 재추진을 낙관하며 마지막 남은 불씨를 지피고 있다. 코레일과의 소송을 마무리 짓고 토지를 3조9000억원대에 매각하면 코레일, 드림허브, 토지 매입자 등 3자가 모두 '윈-윈'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기존 계획에서 서부이촌동(12만4000㎡) 부지를 분리해 코레일 소유의 철도정비창만 개발하는 구조로 변경하고 신규투자자를 유치, 민간개발방식으로 전환하면 승산이 있다는 것.
현재 미국 포천지 선정 세계 500대 기업에 든 세계 부동산 시장의 큰손 중국의 녹지그룹, 용산관광버스터미널과 서부트럭터미널을 운영 중인 국내 복합쇼핑몰 업체 서부T & D가 사업권 인수에 긍정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어 용산 개발이 급물살 반전을 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