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넘어선 과제가 부가되었을 때 우리는 피곤해지고 지속된 피로의 누적은 신경증으로 이어진다.  

 

신경증은 누적된 정신의 과부하 상태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들은 스트레스를 피하라고 조언한다.

 

아무래도 자신의 능력을 넘어선 과제가 스트레스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과제는 우리의 생계와 결부되어 있고 따라서 과제의 포기는 스트레스의 감소인 동시에 생계의 포기를 의미한다.

 

생계의 위기는 다른 종류의 더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기 때문에 결국 신경증을 의뢰한 환자에게 의사의 조언은 상투적으로 들린다.

 

프로이드는 신경증에 관한 기존 정신과 의사들의 분석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한다.

 

신경증은 분명 정신의 수용력과 부과된 과제가 어긋남으로써 발생한다.

 

그러나 이 어긋남은 인간의 성생활과 깊숙히 연루되어 있다.

 

신경증과 성생활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지만 프로이드는 다수의 임상경험을 통해 신경증 환자들이 대부분 성생활에 장애가 있음을 발견한다.

 

한편 그는 신경증 증후가 없는 건강한 사람도 일종의 신경독을 섭취함으로써 성생활에 장애가 생기면 신경증이 유발될 수 있음을 확인한다.

 

신경증이 성생활과 연관된 것은 인간 성에너지의 독특함 때문이다.

 

발정주기를 극복한 동물은 인간 밖에 없고, 인생의 몇 차례를 제외하고는 성을 온전히 쾌락에 복무시킨 동물도 인간밖에 없다.

 

한마디로 인간의 성 에너지는 생식을 위해서도 쾌락을 위해서도 너무 많다.

 

또한 인간의 직접적인 생리적 욕구인 식욕, 수면욕, 배설욕 등등과 달리 성욕은 그 욕구 충족을 위한 구체적 대상이나 행위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지 않다.

 

식욕은 구체적인 음식물을 섭취하지 않으면 해소되지 않고 수면욕은 자는 행위만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데 반해 성욕은 그렇지 않다.

 

성욕은 그 강렬함에 비해 성행위라는 구체적 행동이 금지된다고 해서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가해지지도 않으며 잘 통제하면 그 대상을 바꿀 수도 있다.

 

성 에너지가 성 행위라는 직접적인 만족을 문화적 과업을 위한 에너지로 전환해 다른 식의 만족으로 대체할 때 이를 승화라고 한다.  

 

승화될 수 있다는 인간 성 에너지의 독특함이 문명이 부과하는 과제 수행에 있어 성 에너지의 흐름을 주목하도록 만든다.

 

성 에너지의 부적절한 승화 유형은 문명이 부과한 사소한 과제에도 피로함을 느끼며 누적된 피로는 신경증으로 이어진다.

 

이 부적절한 승화 유형을 프로이드는 성도착증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승화시켜야 할 성에너지의 부분과 직접적인 성적 만족을 위한 부분 간의 균형이 깨져 성 에너지가 유아적 상태로 고착화되어 있고 대체로 성을 통제하지 못한다.

 

그런데 이러한 도착 성애는 사회로부터 통제되기 때문에 이들은 선택을 강요 받는다. 

 

성도착자로 남을 것인가? 이를 억제할 것인가?

 

대부분 후자를 선택하는데 가부장적 사회에서 이 억제 유형은 남성과 여성으로 또다시 갈라선다. 

 

도착 성애나 비도적적 성행위는 가부장 사회에서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엄격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안간힘을 쓰고 이를 감추려 한다.

 

가부장 사회의 여성 성도착자들은 불충분한 승화 능력에도 왠만하면 사회가 부과한 과제를 수행하려 하고 이것이 신경에 과부하를 걸어 신경증을 유발시킨다.

 

반면 남성 성도착자들의 경우 사회가 허용한 남성에게 더 너그러운 이중 윤리를 활용해 공적으론 도착 성애를 억제하나 비공식적으론 이를 드러낸다.

 

따라서 문명이 발달한 가부장 사회의 부부는 성격은 좋지만 도덕적으로 타락한 남편과 도덕적으론 고결하나 신경질적인 부인의 결합이 허다해진다.

 

가부장 사회에서 문명의 과업은 대부분 남성의 일이기 때문에 사회는 이들의 도착 성애를 불만족 상태로 지속시킬 수 없고 따라서 남성에게 이중 윤리를 허용한다.

 

이런 사회에서 여성 신경증 환자가 남성 보다 월등이 많은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기혼인 신경증 여성에게 불륜이 때로는 치료제가 되기도 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다.  

 

그녀가 도덕적 고결함을 포기했더라면 남편에게 예민하게 굴지 않았을지 모른다.

 

따라서 프로이드는 비도덕적인 성도착자와 도덕적인 신경증자를 양화와 음화의 관계라고 표현한다.

 

신경증은 억압된 성도착증이다.

 

이중 윤리는 신경증자의 무의식에 억압된 성도착증을 홍등가로 옮겨 팽팽한 긴장을 누그러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