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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 산문 - 조각, 그 작은 휴식처
게시물ID : readers_49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inore
추천 : 1
조회수 : 19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02 19:01:40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사진촬영을 위해 간 얼음조각 축제에서 보게 된 그녀의 모습은 외롭다 못해 쓸쓸해 보여 자연히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녀의 모습에 반했던 것인가……나는 그녀에게 점점 다가가고 있었다. 그녀의 뒤에서 안아주면서 위로해주고 싶었고, 기댈 수 있는 작은 휴식처가 되고 싶었다. 그녀에게 빠져서 다가가는 동안 그녀의 애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가까이 가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화가 나서 그녀를 쓸쓸하게 하는 이유를 묻고자 따지기로 했다.

 “이보시오. 어째서 당신은 그녀를 쓸쓸하게 만드는 것이오?”

그러자 그 남자의 한마디가 나의 마음을 깨부수었다..

 “그녀라니? 여기에 여자가 어디 있다고 그러는 겁니까! 나의 조각을 방해하지 말고 얼른 사라져주세요!”

나는 그 말에 다시 한 번 물었다.

 “그 조각의 모델이 누구요?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길 바라오.”

나의 물음에 답한 그 남자의 말에 우리는 부둥켜안고 울었다.

 “이 조각의 모델은 나의 상상 속에 있습니다.”

서로 부둥켜안고 우는 동안 주변에서 조각을 하며 얘기를 들은 사람들이 다가와 우는 이유를 묻기 시작했다. 그 물음에 울고 있던 나와 그 남자는 이유를 답할 수가 없었다. 한 차례 울음바다가 지나간 뒤 나는 그 남자의 조각이 완성되는 과정을 찍기 시작했다.


 해가 점차 저물어가고 있을 때, 그 남자의 조각은 완성이 되었다. 완성된 조각을 찍고 보니, 나의 기억 속에 잠들어있던 하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자애로운 미소와 편안한 인상, 자신보다 남을 더 위할 것 같은 모습에 나는 눈물이 흐르는 줄 모르고 멍하니 있었다. 나의 어릴 적부터 잊어가기 시작한 그 분의 모습에 나는 더 이상 서있을 자신이 없었다. 비록 다른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셨지만 늘 아껴주시고 걱정해주시던 그 분이셨다. 나는 그대로 일어나 그 남자에게 말했다.

 “내 삶에 후회가 없을 기회를 만들어줘서 고맙소.”

그 뒤에 그 남자에게 들은 말이 나를 무릎을 꿇고 감사하다고 말하게 만들었다.

 “비록 나는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했지만, 당신은 보고, 듣고, 느꼈을 것입니다. 나에 비해서 당신은 축복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 조각을 보고 떠오른 사람에게 빨리 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하오. 나는 당신에게서 큰 것을 배웠소. 그러니 다시 한 번 감사하오.”

나는 즉시 집으로 내달려 그 조각을 보고 바로 떠오르신 그 분, 어머니께 전화를 하였다. 하지만 그 전화는 나에게 비보만을 전해주었다. “어머니가 많이 위독하시다.”라고...


 위독하신 어머니를 뵙기 위해서 입원하신 병원으로 즉시 향했다. 어머니와 친하신 분을 통해서 찾아간 병실에는 많이 야위신 어머니의 모습만이 보였다. 나는 어머니에게 다가가 무릎 꿇고 손을 잡아드렸다. 어머니는 손에 힘이 없으신 듯 떨면서 나를 가리키시며 물었다.

 “아니, 네가 어째서 여기에 왔느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모습에 어머니는 다시 한 번 물었다.

 “너는 어떻게 알고 여기에 왔느냐? 네가 하고 있는 일은 내팽개치고 왔느냐?”

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대로 손만 잡았다. 어머니의 야위신 모습에 눈물만 흘렸다. 비록 멀리 사셔도 자주 찾아뵈었어야 하는 것인데.

어머니는 내가 아무런 말 없이 눈물만 흘리는 모습에 나에게 물어보셨다.

 “무엇을 보고, 듣고, 느꼈느냐? 무엇을 보고, 듣고, 느꼈기에 이렇게 눈물만 흘리는 것이냐?”

어머니의 걱정스러운 말에 나는 그 남자의 조각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어머니의 한마디에 나는 병원을 뛰쳐나올 수 밖에 없었다.

 “네가 말했던 조각의 모습이 그렇게 느껴졌다면 고맙구나. 너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나도 그 조각을 한번 보고 싶어졌구나. 나에게도 그 조각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겠니?”


 어머니의 부탁을 들은 나는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카메라를 살펴보니 조각이 완성된 모습은 없고 그 과정만이 담겨져 있었다. 나는 어머니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 조각이 있던 공원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조각축제가 끝나서인지 이미 그 조각은 사라져버렸다. 그 남자의 소재도 알 수가 없었다. 그에 나는 허탈해지면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다리에 힘이 풀리며 떨어뜨린 카메라 속에 남아있던 사진을 보고 사진관으로 바로 찾아갔다. 기왕이면 사진으로 간직하여 자주 보실 수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들어서였다. 사진을 찾고 어머니가 계시는 병원으로 돌아갔다.

 “어머니...죄송합니다.”

나는 어머니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어머니가 보고 싶으시다던 조각의 모습은 찍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만은 남아 가져왔습니다.”

어머니는 나에게서 조각이 완성되가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가져가 보시더니 눈물을 흘리시기 시작했다.

 “그래도 나에게 조각의 모습을 보여줘서 고맙구나...”

거의 10년이 지난 일인데도 아직도 눈에 선한 그 미소가 나를 쓰러지지 않고 굳세게 살아갈 수 있는 작은 휴식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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