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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나'를 정의내리는가?
게시물ID : gomin_6422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졸업생ㅜ
추천 : 1
조회수 : 49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3/27 02:52:17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정말 되는 게 없다. 요즘은 뭘 해도 의지가 안 생기고, 당장 처리해야 할 일들만 산더미 같아서, 공부하는 게 엄두가 안 난다. 돈을 벌면 뭐 하나. 다 이런저런 요금이며 시험비로 빠져나가서 한 달에 15만원으로 간신히 버티는데. 정말 미쳐버릴 거 같다. 친구들은, 드디어 네가 인간답게 추락한다며 좋아라 했다. 모두들 내가 안 되기만 기다렸다. 그간의 내 노력은 봐주지도 않고 마치 나만 공짜로 모든 걸 가진냥 질투하던 친구들. 나는 이제 무엇을 향해 가고 있었는지도 잊었다. 글 쓰는 법도, 말 하는 법도 다 모르겠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 시발, 개나 줘라. 온갖 사람들에게 칭찬과 위로와 긍정의 말만 해줬는데, 나는 뭘 얻었던가? 그래, 베베 꼬인 질투지. 엉엉 울고 싶다. 그냥 다 망가져 버렸으면 좋겠다. 좋은 점수를 받으면 받을 수록 무서워 벌벌 떨었던 때나 지금이나. 내가 잘 될리가 없는데 좋은 일이 생기면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분명 어떤 벌이나 재앙이 닥치려는 게 분명하다고 믿었다. 버러지 같은 년이 같잖게 어울리지도 않는 옷을 입었다. 너는 옷이 갈갈이 찢겨도 싸. 그 옷 주인이 나타나서 네가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때려줄 거야. 너는 벌을 받아야 해. 그 벌이 이제야 찾아오는 걸지도. 서서히 잠식당해서, 불행하지 않은 삶은 내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게 되겠지. 엄마 말이 맞아. 어차피 나 같은 건 크게 재주도 없어서 죽어봐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슬퍼하지도 않는다고, 누구나 쉽게 나를 잊을 거라고. 친구는 나보고 불쌍한 척 좀 하지 말랬다. 나는 불행한데. 저 사람들은 내가 칼을 들어 직접 그어보아야 믿어주려나. 한 달에 몇 번씩, 가위로 얼굴을 긋고 싶은 충동이며, 쥐 파먹은 흉한 산소마냥 머리카락을 잘라버리고 싶은 욕구를 참았다. 가장 하고 싶은 건 거실 커텐 봉에 목을 매다는 것. 아침에 눈 뜨자마자 모두가 볼 수 있도록. 아무도 믿어주지 않으니 증명해 보이고 싶다. 남들은 꽃다운 스무살, 스물한살을 예쁜 추억으로 채웠다지만, 나는 정신과 상담과 자살 충동으로 채워 넣었다. 지하철만 보면 뛰어들고 싶었다. 살아보려고 열심히 이것저것 참여하고 연애도 했다.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죽어도 괜찮은' 사람이다. 누가 '나'를 정의내리는가? 제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는 왜 그 잣대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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