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니면 안될때가 살면서 한번쯤은 있지 않나 싶다. 내가 줍지 않으면 12번째 돌계단에 버려진 아이스크림 껍데기는 화석이 되어 영구적으로 계단을 장식할 것 같고, 내가 비켜드리지 않으면 대구지하철 1호선 안지랑역 3번째 칸에 힘들게 서계신 할머니는 마네킹이 되어 그 자리에 붙박혀 있을 것 같고, 내가 세우지 않으면 넘어진 표지판이 없이는 방향을 모르는 초행자 분들이 길을 잃어서 지구는 둥그니깐 자꾸 걸어나갈것 같을 때가 있다.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왠지 내가 아니면 안될것 같을때, 그럴때가 많아질수록 삶이 조금은, 아주 조금씩은 풍요로워진다고 느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