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오케이. 그럼 경기도지사 어떤가요? 김상곤이 무상버스 들고 나왔는데, 마치 무상급식과 같은 폭발력을 가지리라 믿고 꺼낸 수인데.
<새정치민주연합 경기지사 예비후보 김상곤>
이: 일장일단이 있어요. 우선은 정책 쟁점을 만들어냈다는 거는, 좋다. 그러나 무상이라는 단어를 써서 쟁점을 제기한 거는 나쁘다, 좋지 않다.
김: 왜 무상이 위험하죠?
이: 복지가 무상으로 가는 건 위험해. 복지가 중산층을 못 잡으면 안되거든. 그런데 우리나라가 무상급식도 그렇고 반값등록금도 그렇고 교육복지 쪽에선 먹혔어. 이게 왜 먹히냐면 중산층이 움직이니까 먹힌 거야.
그런데 교통복지는 좀 신중해야 될 대목인데. 경기도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이 120만인가 130만인가 밖에 안돼. 엄청난 숫자긴 하지만 그 사람들한테 뭔가 퍼준다라는 게임으로 풀면 안되지.
김: 무상버스가 좋은 패는 아니다? 너무 갔다?
이: 그건 원혜영 의원처럼 공공 버스, 버스 공영제, 이런 정도가 맞다고 생각하고 그걸 계기로 풀어나갔어야지 너무 성급하게 막 달려들었거든요. 그래도 난 좋다예요. 그래도.
<새정치민주연합 경기지사 예비후보 원혜영>
김: 어쨌든 붐은 됐으니까.
이: 쟁점은 만들어진 거다. 붙어라. 후퇴하면 망한다, 난 이런 주의거든. 이거를 얼마나 백업해 줄 거냐, 무상이든 공공이든, 버스 문제, 교통 복지 문제, 난 여기에 안철수와 문재인의 리더십이 달려있다고 봐요. 이거 안되는 장사라고 접자, 이러면 난 둘다 망한다고 생각해. 싸움은 이미 붙었어요. 이건 물러서면 안 된다. 붙어야 되고 싸움은 하다 보면 튜닝이 되요.
김: 어쨌든 끝까지 끌고 가야 된다?
이: 무상으로 고집할 거냐, 말 거냐가 아니라 교통복지로 싸움을 걸었으면 끝까지 붙어야지. 이건 후퇴해버리면 안돼. 이걸 붙어서 쟁점화 되어버리면, 저 쪽 후보가 남경필이야.
<새누리당 경기지사 예비후보 남경필>
이: 남경필이가 정통보수로 안 보여지니까 먹히잖아. 그런데 야권이 잘만 하면 남경필이가 곤궁해질 수 있어요. 교통복지 쪽으로 쟁점이 되면 정통보수들은 야, 그거 받으면 안 된다, 압박이 가고 남경필은 자기 정체성에서 혼돈이 올 수도 있다고 봐. 상대를 교란하는 전략도 필요하거든. 그래서 남경필이 가진 강점을 깰 수도 있거든. 해 봐야 되는 싸움이라고 보거든. 근데 가다가 중간에 멈췄어. 이건 안되거든.
김: 이대로 가면 어떻게 될까요?
이: 이대로 가면 힘들어.
김: 인천은?
이: 경기가 만약에 깨지면 인천도 힘들어. 수도권이 세 개가 묶여 있잖아. 경기가 제대로 싸워야 되는데 인물이 남경필로 나오면, 인물 구도로 가면 굉장히 힘들어져요. 괜찮은 후보거든요. 새누리당 후보로선 괜찮아.
김: 남경필 괜찮은 후보다, 동의합니다.
이: 그러면 이쪽은 아젠다로 싸움을 걸어야 돼요. 세 개가 같이 움직이는 그림이 그려져야 되는데 복지는요, 붙으면 이겨요. 복지로 붙으면 이긴다고 봐요.
김: 싸움판을 복지로 만들어야 된다.
이: 먹고 사는 문제로 풀어야죠. 단순히 복지냐, 경제민주화냐 이거 갖고 싸우면 못 이기고. 쉬운 거, 사람들이 받아들일 때 아 이거. 무상급식 왜 먹혔어요. 간단하잖아. 우선 내가 도시락 싸본 입장에서 피부에 와닿는 문제잖아요. 그걸 싫다고 하냐 개새끼야, 그런 문제야. 아주 쉽게 간명하게 되잖아. 교통문제도 그렇게 풀어야죠. 아주 쉽게.
김: 버스도 야, 사람들 그렇게 힘들게 꽉꽉 들어차서 출퇴근하는데 그걸 갖고 늘어지냐 이런 식으로 와닿게 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 이거네요.
이: 그건 실력이죠. 그걸 어떻게 와닿게 푸느냐.
김: 생각하는 것 중에 남은 그림이 있나요? 그렇게 와닿게 가는 거. 무상급식도 나왔고 무상버스도 나왔고 기본소득은 너무 세고.
이: 난 건강보험도 이미 쟁점화됐기 때문에 괜찮은 영역이라고 봐요. 건강 민주주의, 건강 복지, 이런 것도 괜찮거든요. 보건복지 괜찮아요. 그리고 난 역시 교육복지. 두 가지 영역에서 해 볼 만한 싸움이 있다고 봐요.
김: 교육복지로 갈 게 뭐가 있나요?
이: 우리가 전략을 짤 때, 우리가 요거 던지면 쟤가 이렇게 던지고 이렇게 받아야지 그런 건 없어요. 나 같으면, 지금 나보고 하라고 그러면 안하겠지만 서울대 폐지론 이런 거 던져 볼 만해요.
김: 으아, 장난 아닐텐데.
이: 그럼 조선일보가 광분하겠지. 함 붙자 이거야. 당연히 서울대 폐지가 핵심은 아니잖아요.
김: 쟁점을 만든다가 핵심.
이: 그렇지. 계기를 그렇게 만드는 거지. 조중동이 흥분하면 쟁점이 되는 거니까. 난 그렇게 싸움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해. 박근혜 대통령 대선 때 전략이 복지나 경제 민주화 쪽으로 쟁점을 안 만드는 전략이었잖아요.
김: 안보로 다 뒤집는.
이: 그러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영악한 보수는 어지간하면 지들이 불리한 쪽으론 쟁점을 안 만들어줘요. 어지간하게 던져서 안 붙어. 그러니까 일단 싸움을 걸어야 된다니까. 싸움을 걸어야 돼. 누군가 조선일보 폐간을 얘기한다면?
김: 네?
이: 말도 안 되는 얘기잖아.
김: 되면 좋겠지만.(웃음)
이: 예를 들면 이런 걸 걸 수도 있죠. 그렇지만 조선일보 폐간을 목적으로 하면 안 되고, 그런 식으로 노이즈를 일으켜 언론개혁 등의 이슈를 만들어내는 걸로 가야지.
김: 보통 소장님 좋아하는 사람들이 갖는 이미지는, 왜 좀 부드럽고 중도로 가고 이런 건데 아니네요?
이: 그건 날 잘 모르는 사람들이야. 정치성향으로 보면 나는 중도가 아니라 진보지.
김: 알고 보면 막 극적으로 가고 싶고 싸움하기 좋아하고 아주 그냥.(웃음)
이: 이거 완전 김어준과네.(일동 웃음) 난 중도냐 진보냐 이런 건 다 부질없다고 생각해요. 그게 뭐야. 지금 대한민국이 중도노선으로 가는 거랑 진보노선으로 가는 게 많이 달라요? 난 안 다르다고 생각해. 교육문제 해법이 중도적 해법이 다르고 진보적 해법이 다르냐, 난 별로 안 다르다고 생각해. 그런 논쟁 안 했으면 좋겠어. 구체적인 걸 얘기하자 이거야.
예를 들면 기본소득. 그게 진보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그럼 외치자 이거야. 진보라 외치지 말고. 기본소득 합시다 라고 주장하자 이거야. 무상버스가 진보라고 생각하면 그걸 주장하자 이거야. 대중은 배고픈데 당장 젖을 물려야 되는데, 여기 걸 써야 되나 저기 걸 써야 되나 싸우는 건 웃기잖아.
김: 전략적이고 구체적이고 이념 없는 거 좋아하시네요.
이: 아니 뭐 얘기만 하면 선을 그을라고.(웃음) 이념은 필요하죠. 이념은 등불이에요. 내가 길을 가는데 비춰주는 등불이지. 그것만 쳐다보고 갈 수는 없죠. 그냥 하나의 등불이고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할 순 있겠지만 등대만 보고 항해를 할 수는 없잖아. 그렇게 보면 이념이라는 것 때문에 묶여서 제대로 못 볼 수 있다, 이거죠. 그래서 전선을 나누면 보수 대 비보수의 싸움이 맞다, 보수 대 진보의 싸움이 아니라. 그 비보수 중에 진보정책을 메인으로 쓸 수 있잖아요. 그런데 맨날 진보다, 진보가 살 길이다, 뭐 이러는데 ,뭐가 진보인데 물어보면 구체적인 게 없잖아요. 나는 웃기다고 봐요.
김: 그럼 김어준 총수 얘기 나온 김에,
이: 하지마.(일동 웃음)
김: 정치 평론가로서의 김어준 총수,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 걔가 무슨 평론가야.(웃음)
김: 평론가도 아니다?
이: 그 친구는 실천가야.
김: 실천가. 오케이.
6. 이철희의 미래
김: <인물과 사상>에서 인터뷰 한 거 보면 다음 총선과 대선을 마지막 기회로, 그거 안되면 접고 다른 거 한다 했는데 그게 뭔가요?
이: 나도 모르지
김: 정치 평론, 전략가의 삶을 살다가 딴 거 하면서 못 살텐데.
이: 난 떠나야 한다고 생각해. 구질구질한 거 싫어하고. 전략의 핵심 중 하나가, 아, 술 먹은 김에 별 얘길 다하네. 상상력이에요. 전략은 분석이기도 하지만 다른 절반은 상상력이에요. 새로운 걸 상상해야 전략이 나오거든. 상상은 시도 때도 없이 되는 게 아니야. 내가 상상이 잘 될 때가 있어요. 그때는 내가 하는 거지. 그러나 다음 시대에 나보다 상상을 더 잘하는 놈이 있으면 걔가 해야지.
근데 1997년 대선, 2002년 대선, 2012년 대선, 전략 짠 사람이 다 똑같은 사람들이야. 난 무지 자존심 상해.
김: 인재 풀이 없다.
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 난 그 자들이 감당도 안 되는데 전략을 짰다고 생각해. 심하게 말하면 2012년 전략은 나한테 맡겼어야 하는데. 그랬다면 최소한 새로운 상상력 없이 2002년 대선을 베끼는 전략을 쓰진 않았을 거야. 나 자랑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김: 완전 자랑인데요.
이: 나름 자신도 있었어. 난 이기는 전략이 있었다고 생각해. 근데 얘들이 나한테 안 맡기더라고.(웃음) 참고로 난 학교 다닐 때도 공부만 하면 1등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한 번도 1등은 안 했어.
김: 본인 주장에 본인이 돌을 던지는.(웃음) 그러니까 왜 하필 다음 총선 대선이 마지막이에요?
이: 물리적인 나이가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