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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81023
게시물ID : freeboard_2877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해먹
추천 : 1
조회수 : 207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08/02/19 22:34:04
이미 다 타버린 담배에서는 그저 연기만이 타오르고 있었고, 방안에는 그가 틀어놓은 음악만이 헤드폰을 통해 나지막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저 닥치고 조용히 있으면 크게 들릴법도 한데 쉴새없이 돌아가는 환풍기가 그 노랫소리보다 더 크게 울리는 바람에 노랫소리는 그 소음에 묻혀버렸다.

그렇게 적막하지도, 딱히 시끄럽지만도 않은 좁디 좁은 방안에서, 그는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의미없는 글을 끄적이고 앉아있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유언일지도 모르고. 어떻게 보면 그저 개짖는 소리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에게는 어떤 중대한 의미가 되는 글일지도 모르고, 그에게 아무의미 없는 그 글이 다른 누구에게는 큰 의미가 되는 글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따위 건 어떻게 되도 좋다. 어차피...그의 글에 관심을 보이는 자는 극 소수에 불과할 뿐이니까. 그 글을 읽는 몇몇 사람들에게는 그저 개짖는 소리에 불과할 테니.

그래도 그는 계속해서 의미없는 문장들을 써내려 간다. 의미없는 단어의 나열...그 속에 담고 싶은 진정한 마음을 담지 못해서 서글픈, 아주 서글픈 글을...

어느새인가 그의 손이 키보드 자판을 떠나있다. 냉장고를 열어 몇 모금 남지 않은 물을 입안에 흘려보낸다. 목젖의 상하운동과 함께 넘어간 물로, 그는 약간의 청량감을 느끼지만, 그것도 아주 찰나의 순간. 그는 다시 '그 감정'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다시 키보드 위로 올려놓은 손은 좀 처럼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좀 처럼 글 속에 나타나지 않는 '그 감정'을 억지로 쥐어짜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 걸까.

잠시의 고민 끝에, 그는 거리낌 없이 [확인]버튼을 누른다.

결국,

포기한 것이다. 그를 이해시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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