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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군대 가면 꼭 후임들 갈구세요.
게시물ID : humorbest_4979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권태환Ω
추천 : 62
조회수 : 15736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2/07/19 17:19:30
원본글 작성시간 : 2012/07/18 23:46:25

난 존경하는 사람이 노무현, 그라쿠스 형제 등등,,, 사회개혁가들임. 이 사람들의 의견이 어쩄든, 정책이 어쨌든 항상 젊은이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하고 사회는 변혁해야 된다고 생각했음. 해리포터 책에 보면 알버스 덤블도어 교장이 "사람들은 알고 있으면서도 쉬운 길을 택한다."라고 말한 게 있는데 난 그 쉬운 길을 찾지 않은 노무현 이런 사람들을 존경함. 아울러 정의를 말하면 왕따가 되는 이 사회도 증오함. <나쁜 사마리아인들>로 유명한 케임브리지 교수 장하준 교수의 책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책 프롤로그에 보면 "200년전에 노예해방을 외치면 미친사람 취급을 받았습니다. 100년전에 여자에 투표권을 달라고 하면 감옥에 집어 넣었습니다. 50년전에 식민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면 테러리스트로 수배 당했습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불가능해 보여도 장기적으로 사회는 계속 발전합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여도 대안이 무엇인가 찾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 말도 엄청나게 좋아함. 외우고 다니고 있음....


이런 내가 군대에 갔음... 당연히 이등병, 일병 땐 갈굼과 욕설... 부대의 모든 작업과 청소를 도맡아했음. 난 그런 부조리를 겪으며 "후임이 오면 절대로 제대할 떄까지 한번도 안 갈구는 천사같은 선임이 되야지.", "내가 내 빨래 하는 것처럼, 우리 생활관은 우리가 쓰고, 우리 화장실은 우리 화장실이 쓰니까 청소도 우리가 해야하는거야. 난 병장 때까지 해야지."라고 다짐했음. 그리고 지금의 계급은 상병말호봉,,, 병장 되려면 2주도 안 남았음. 내가 이등병 일병 때 위와 같은 말을 하니 "니도 상병 되면 바뀐다."라고 했던 사람들,,, 난 그들의 말과는 달리 아직도 이등병보다도 청소를 더 많이하고 있고 작업 부르면 행보관 피해서 짱 박히지 않음. 그런데 요즘 드는 생각은 괜히했다.... 애들 갈굴껄... 이런 생각들임.


내가 원하는 선진병영은 내가 잘해주면, 후임들도 믿고 따라오는 그런 거였음... 그런데 역시 사람은 동물인가봄. 나 잘 따랐던 후임들,,, 상병 다니까 내가 청소해도 가만히 보고만 있고, 시켜야 함. 청소시간되면 요리조리 화장실가고, 담배피러가고,,,, 맡후임은 상꺽이라 뭐라 말하기도 좀 그렇고,,, 그리고 내가 얼마나 마음이 약했냐면 처음으로 받은 후임이 문을 쾅쾅 닫고 다니는 거임. 난 "야, 문 쾅쾅 닫고 다니지 좀 마라."라고 하면 후임이 마음아파할까봐, 사이가 멀어질까봐 한마디도 못했음... 한 2주일 고민했음. 하여간 난 상병 3호봉까지 내가 돌아봐서는 싫은 소리 한 마디도 안했음. 그런데 내 동기는 애들을 좀 갈궜음. 말도 안되는 걸로 갈군 적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갈굴 땐 갈궜는데... 애들이 내 동기한테는 잘하고, 나한테는 말도 함부로 하고 내가 이등병 일병 땐 상상도 할 수 없는 장난들도 침... 나랑 1년 차이나는 이등병이 내가 주특기에 대해 잘 알려준다니까 "저를 왜 초등학생 취급하십니까? XXX 상병님은 얼마나 잘하는 지 보겠습니다." 이런 적도 있음...


이건 사실 부대예규 위반인데 난 내 돈 아껴가면서 후임들 많이 사줬음... 냉동은 기본이요, 페브리즈나 치약, 칫솔 셋트나 세제, 섬유유연제, 우산, 슬리퍼,,, 이런거는 몇천원 안하긴 하지만 다 같이 쓰면 얼마나 좋아~ 이런 생각으로 이등병 일병 때 많이 사왔음. 레알 우리 생활관 오면 빨래부터해가지고 에어컨까지 향기가 남, 내가 이거 뭘 바라고 한 게 아니고, 내가 이렇게 사왔으니 후임들 너도 사와라~ 이게 아니고, 난 나름 봉사를 잘 헀다고 생각하는데 나한테 돌아오는건 후임들의 무시 ㅋㅋ.....


내 동기들이 있는데 걔네들은 항상 나한테 "니가 원하는 선진병영이 되려면 니하고 똑같은 생각 하는 사람들이 적어도 부대에 절반은 있어야 돼"라고 말했음. 걔네들은 나의 이데아 세계를 헛된 망상으로 보았음. 그런데 그게 사실로 이루어졌음. 얼마 전에 동기가 "이게 너가 말한 선진병영이냐?"라고 말한 적 있었는데 할 말이 없음... 말을 잇지 못하자 옆에 있던 다른 동기가 "사람도 봐가면서 잘해줘야 돼. 나도 너가 말한 이상세계가 됐으면 좋겠지만 니 후임들이 너하고 똑같은 생각하냐?"...


안 갈구니까 애들 주특기도 엉망임... 지금 애들보면 2~3명 빼고 나머지 애들은 일병 달고 있는데 나 이등병 때만도 못함... 난 두달 뒤에 말출 가는데... 도저히 여기있는 놈들에게 못 맡길 정도... 어느 간부가 "너가 애들 안 갈궈서 여기가 망한 거야, 지금 애들 수준 봐라. 너 이등병 일병 때보다 훨씬 못해"


여러분, 군대가면 꼭 후임들 갈구세요. 물론 말도 안되는 걸로 갈구지 말고, 혼낼 땐 혼내야 됩니다. 혼낼 때 안 혼내면 저처럼 개무시 취급 받고, 사무실 업무도 안 돌아갑니다. 제가 군생활 20개월 가까이 하면서 느낀건 "사람도 봐가면서 잘해주고 믿어야 된다. 동물한테는 동물처럼 대해야 된다." 이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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