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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유학중인 유학생 입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4981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huria
추천 : 3
조회수 : 49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03/13 02:00:07
대충 디씨나 오유나 돌아다니면서 보니까

잘됐다, 고소하다 라는 식의 글이 70%

안타깝다 불쌍하다 라는 글이 30% 정도 되는 것 같군요.


저는 14살에 중국에 유학을 와서 지금 7년 째 접어들고 있습니다.

2008년에 사천에서 대지진이 일어 났었죠. 그 당시에도 중국에 있었지만

사천과는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있어서 안전했습니다. 뭐 이게 중요한건 아니고

제 기억엔 그때도 한국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잘됐다 짱깨 죽어라 라는 글이 태반 아니

거의 전부였던걸로 기억합니다. 중국 커뮤니티에서도 그러한 글을 퍼가서 분노했었구요.

하지만 한국의 원조가 결정되고 하나 둘 도움의 손길이 다가오니까 그들도 고마워 했습니다.

유학생들끼리 모금을 해서 전달도 했었는데, 그 때 모금함을 받으시던 관계자분이 목메이는 목소리로

자기 동생이 사천에 있는데 연락이 안된다고... 먼 외국땅까지 나와서 공부하느라 힘들텐데

정말 너무너무 고맙다고 하시며 울먹거리셨습니다.

아... 이렇게 부끄러울 수가 있을까요? 사천의 어느 학교에서 운동장에서 체육수업 중이던 2개반 학생을 

제외한 모든 학생이 학교가 무너져 건물에 깔려 압사했다는 기사를 보고 

이래서 체육수업을 늘려야 한다고 친구들과 개드립 치던 저의 모습이,

유학생들 사천지진 모금하자는 뜻있는 의견에 그저 아무런 감정없이 의무감에 돈을 낸 제 모습이

너무나도 부끄럽게 느껴졌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고마워 했습니다. 아무런 생각없이 의무감으로

아주 아주 조금 도와줬을 뿐인데도...


지금 다니는 대학에 일본 유학생들이 몇 있습니다.

그들과 이야기를 해본적이 없어서 그들의 집이 지진이 난 피해지역과 가까운지 먼지

친척이나 지인중에 피해를 입으신 분들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들의 표정은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사건 때 한국을 걱정하던 한국 유학생들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마디 해줬습니다.

일본, 힘내라.

그 일본 학생은 제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가버렸지만 그래도 싫어하지 않는 다는 것은 확실히 느껴졌습니다.


저 또한 고등학생 시절 역사 노트에 일장기의 붉은 점은 한민족의 붉은 핏방울이라는 에픽하이의 가사를

적어놓고 다닐 정도로 일본을 싫어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역사적 감정을 제쳐놓고, 라이벌, 앙숙으로서의

으르렁 거리는 마음을 제쳐놓고 그저 단순히 재해를 입은 이웃나라 사람 이라는 정도의 인식으로 

안타까워 해주면 안될까요?

악습은 답습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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