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 하우스박사님 좀비?!
[치사율 100%, 어느 정도인가.]-
일반적으로 좀비사태는 무차별적인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것으로 묘사됩니다.
이 좀비 바이러스에 대한 대표적인 수식어로 [치사율 100%의 살인바이러스] 라는 문구가 흔히 쓰이고는 하는데, 우선 이 문구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전 세계적인 대규모 감염사태는 실제로도 간간히 있어왔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14세기 유럽을 강타해 당시 유럽 인구의 1/3을 전멸시킨 공포의 흑사병(페스트)이 있었고, 근대에 들어서는 최악의 감염사태로 손꼽히는 스페인 독감이 있었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도 중학생 정도라면 모두 기억할만한 사스나, 2009년 멕시코에서 발견되어 6개월 만에 4500명을 죽인 변종독감, 얼마 전 유행했던 신종플루가 대표적인 대규모 감염사태인데, 의외로 이들 질병의 치사율은 50%를 넘지 않았습니다.
2500~5000만의 사망자를 낸 20세기 최악의 감염사태였던 스페인독감의 경우에는 치사율이 10%~20%를 기록했고, 사스의 경우에는 14~15%의 치사율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물론 치사율이 5%를 넘는다는것 자체가 대단히 치명적이긴 하지만, 좀비바이러스의 100%치사율에 근접하기에는 한참 거리가 멉니다.
예외적인 경우로 14세기의 흑사병은 치사율이 40~50%, 심한 곳은 60%에 달했다고는 하지만 의사들이 손도 씻지 않고 수술을 집도하거나 (의사들이 수술 전 손을 씻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초반입니다. 의사들이 손을 씻기 시작하면서 수술 후의 환자 사망률이 1/20수준으로 줄었다네요;;) 마을 한가운데를 흐르는 구정물을 그대로 퍼 마셨던, 그냥 숨만 쉬어도 병에 걸릴듯한 중세의 위생 상태를 감안한다면 심각하게 이상한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중세의 흑사병이야 그렇다고 쳐도, 비교적 현대적인 보건체계가 발달한 1900년대, 그것도 최첨단의 의학기술을 가지고 있었던 유럽에서 발병한 스페인독감이 5000만에 가까운 사람을 죽였다면, 치사율이 100%인데다가 좀비라는 능동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전염원이 있는 좀비바이러스사태는 그야말로 인간의 '종'으로써의 생존이 위협받는 사건일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치사율 100%의 괴질이 대규모로 창궐한다는 것은 행성규모의 핵전쟁에 비견될 만큼 무시무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좀비바이러스는 과연 무서운 질병이었군요.
[죽은 자는 말이 없을 뿐더러 움직이지도 못한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좀비들은 살아있는 시체로 묘사됩니다. 최초의 좀비영화였던 [시체들의 밤]에서 좀비들은 사악한 부두술에 걸려 움직이는 시체들로 묘사되었고, 최근 코믹스와 드라마로 인기를 끌고 있는 [워킹데드]역시 걸어 다니는 시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각종 문화매체에서 묘사되는 [움직이는 시체들]의 이미지와는 달리 죽은 자는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입니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내장이 부패하면서 가스가 생성되어 배가 부풀어 오르거나, 시체가 불에 타는 과정에서 괴로운 듯이 몸을 웅크리는 경우도 있으며,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죽은 시체가 짧게는 몇 초, 길게는 몇 시간씩 움직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장이 부패해서 가스가 생기는 경우는 주로 유기되어 부패가 1~2달가량 진행된 사체에서 관찰됩니다. 이미 피부는 파란색이나 초록색으로 변질됐으며, 시체 내부의 가스로 인해 팔다리가 움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건 그냥 인간모양 고기풍선에 바람을 넣은 것과 같은 경우죠. 결코 걷거나 뛸 수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죽은 자가 움직인다고는 볼 수 없겠네요.
불에 탄 소사체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투사자세]라고 불리는 웅크린 모양의 시체가 많습니다.
이것은 맥반석 위의 오징어나 불판 위의 삼겹살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단백질은 고온에서 수축하는 성질이 있으며, 이 단백질로 이루어진 연골, 힘줄 등이 불에 구워지면 수축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절이 오므려지고, 잔뜩 웅크린 모양의 시체가 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역시 시체가 살아 움직인다고 볼 수는 없겠네요.
그런데 사체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움직이기도 합니다.
영안실에서 하얀 천을 덮고 있던 망자가 갑자기 경련하듯 몸을 떨었다는 경험담이 들리곤 하는데, 이것은 나트륨 부족에 의한 움직임이라는 설 등 여러 가지 의견들이 있습니다만, 살인현장의 시체도 아니고 침대에서 곱게 돌아가신 분들이 약간 부들부들 떤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시체를 열어볼 수는 없기 때문에 정확하게 그 원인이 해명되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여기까지 살펴본 결과, 일반적으로 죽은 시체는 절대로 살아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군요.
만약 실제로 시체가 살아 움직인다면 영안실에 같이 보관된 시체들과 그 유족들에게 엄청난 민폐겠지요.
[죽은 자는 왜 그냥 고기가 되는가.]-
그렇다면 왜 죽은 사람은 걷거나 뛸 수 없을까요?
일반적으로 사람이 "죽었다"라고 표현되는 경우는 뇌가 심각한 손상을 입어 생명활동이 불가능해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뇌는 생각하고 말하는 기능 이외에도 걷고 뛰기 같은 기본적인 운동에서 숨쉬기, 심장 뛰게 하기 등 인체에서 일어나는 모든 종류의 행동을 제어하는 컴퓨터입니다.
이렇게 많은 일을 처리하는 뇌인 만큼 그 유지에 필요한 적절한 산소가 없다면 뇌는 즉시 죽어가기 시작하는데, 뇌세포는 다른 세포와는 달리 재생되지 않으므로, 불과 몇 분간의 짧은 질식 사고라고 해도 뇌의 중추가 죽어버렸다면 그 결과는 식물인간이나 심하게는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과다출혈이나 산소부족으로 인해 죽어갈 때에는 먼저 팔다리가 마비되고 그 다음으로 시각과 청각이 마비되며, 마지막으로는 심장이 박동을 멈춥니다.
이 과정을 역행해 본다면 뇌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순서는 1. 호흡, 2. 시각/청각, 3. 운동신경의 순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 순서는 생명활동에 필요한 가장 기초적인 것들의 순위로도 볼 수 있습니다(사실은 운동신경 이전에 먼저 신진대사가 거의 정지되다시피 하는데, 당장 숨이 깔딱거리는 순간에 소화가 잘 안되거나 혈액순환이 안 좋다고 신경이 쓰이는 사람은 없겠죠).
즉, 호흡이 없다면 그에 뒤따르는 시각, 청각, 운동신경도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 굉장히 복잡한 얘기를 한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죽은 시체는 살아 움직이지 못한다. 설령 좀비라고 해도."를 풀어서 증명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럼 이제 좀비를 움직일 수 있도록 해봅시다.
좀비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고열, 기침, 각혈 등의 [초기증상]을 거쳐, "저 사람 죽었네"라는 소리를 듣는 [죽음증상], 잠자코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서 모르는 사람의 손가락을 씹어 먹는 [발병증상]의 3가지 단계를 거칩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이 두 번째 단계의 "죽음"이었으니, 이 문제를 "가사상태"로 고쳐주면 어떨까요.
"가사상태"란 겉보기에 죽어있는 상태를 말하며, 정밀한 의료 기구를 통한 관찰이나 전문지식을 가진 의료인의 진찰이 아니면 보통 "저 사람 죽었네"소리를 듣습니다.
실제로 시골에선 어쩌다 가사상태에 빠진 노인 들이 멋도 모르고 사망판정을 받아서 진짜 죽어버리는 경우가 있지요.
가사상태에 빠진 인간은 뇌로 공급되는 혈류량이 모자라는 관계로 뇌조직이 괴사, 결국 뇌사상태까지 이르는 경우가 많은데, 어쩌다가 가끔씩 가사상태에서 어떠한 조직적 손상도 입지 않고 깨어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2차 징후를 보이는 감염자를 죽은 것으로 판단하고 으슥한 곳으로 치워버렸다가 뒤통수를 씹어먹히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다시 깨어난 후에는 누가 봐도 살아 움직이는 시체겠지요.
만일 좀비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100% 좀비가 된다면, 좀비바이러스는 감염자를 가사상태에 빠지게는 하나 결코 죽게 하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래서는 치사율 0%네요.
하지만 치사율이 0%라면 예비 감염자들과 각종 좀비문학 팬들의 긴장이 풀어질 테니 적당히 치사율 50%정도로 잡아보도록 합시다.
100명이 감염되면 그 중 몸 상태가 나쁘거나 바이러스와 상성이 안 좋은 50명은 가사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죽으며, 바이러스와 상성이 좋거나 신체가 건강한 50명은 좀비가 되어 깨어나는겁니다. 이제 충분히 긴장감이 생기네요.
게다가 아까도 살펴봤듯이, 치사율 50%라는 것은 단순 질병으로써도 대규모 핵전쟁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닙니다.
자, 이제 치사율과 전염성에 있어서 어느정도 현실적인 좀비바이러스가 만들어졌습니다.
[좀비의 생태적 특성.]-
우리가 알고있는 좀비는 크게 질질 기어 다니는 좀비와, 미친개마냥 짖어대며 달리기하는 좀비가 있습니다.
하지만 멍청하게 침이나 질질 흘리며 기어 다니는 좀비는 분노한 해삼만큼이나 긴장감이 부족하므로 여기서는 좀비가 겁나게 빨리 달리며, 그 힘도 일반인보다 강한 것으로 가정하겠습니다.
좀비는 기본적으로 고통을 못 느끼고 난폭하며 언제나 배고픈, 동물보다는 곤충에 가까운 존재입니다(실제로 곤충들은 포만감을 느끼지 못한답니다).
게다가 인간답게 생각하는 방법조차 완벽하게 잊어버려서 옆으로 열리는 문을 밀고 들어가려고 애쓰는 식으로, 사람으로써의 주요 기능이 거의 대부분 마비되어있습니다. 다만 사람을 공격할 때 목덜미를 먼저 노리거나, 도망가는 사람의 발목을 움켜쥐는 등 동물로써의 감각은 남아있는 모양입니다.
즉, 좀비는 "전두엽과 신경중추의 기능이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전부, 혹은 일부분 상실된, 야생동물상태"의 인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술에 취해 사고력이 사라지고 난폭함만 남은 주정뱅이들도 좀비와 비슷한 선에 놓고 생각해도 좋겠습니다. 물론 바이러스가 사고력과 통각을 느끼는 부분만 골라서 감염시킨다는, 생물학적으로 말도 안 되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으나, 무사히 좀비가 될 확률이 여기서 더 떨어져버리면 재미가 없으니 과감히 패쓰하도록 하겠습니다.
좀비는 사람을 쫓아다니거나 가만히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사람을 먹거나 합니다. 사실 이 세 가지 활동이 하루 일과의 전부인 것 같습니다. 애초에 머리를 많이 쓰지 않으니 수면은 그다지 필요하지도 않겠지요.
좀비는 주변에 먹거나 쫓을 사람이 없으면 멍하니 서 있거나 쓰러져 있습니다. 이것은 얼핏 보기에는 단순히 전위예술적인 행위에 지나지 않지만, 사람일 때와 비교해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체질의 좀비들에게 있어서는 아주 당연한 행동입니다. 힘이 드니까 쓸대없는 움직임을 하지 않는것이죠. 쓰러져 움직이지 못하는 좀비가 있다면 놈은 체력이 다 떨어진 것이니 겁먹지 말고 밟아 죽이도록 합시다.
사람을 날로 먹는 행위 역시 좀비에겐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먹는 고기는 표피, 지방, 뼈, 혈액 등을 제거한 순수한 고기인데, 좀비가 먹는 것은 피와 골수가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입니다. 당연히 우리의 식사보다 열량이 훨씬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신진대사의 저하로 소화기능이 썩 좋지는 않을 테니 항상 다량의 설사와 복통을 수반하는 식단일 겁니다. 바지 입은 좀비는 큰일이네요.
그런데 만일 이놈들이 사람은 맛있게 뜯으면서 다치거나 죽은 동료좀비는 잡아먹지 않을 때 문제는 살짝 심각해집니다.
이것은 좀비들이 사람을 “사냥감”으로, 서로를 “같은 무리”라고 인식한다는 뜻이며, 이들이 최소한의 인식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발전하면 생각 없이 워-워- 하며 개별적으로 인간을 쫓기만 하다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주변의 동료들과 연계하여 몰이사냥이나 의사소통을 통한 사냥감의 위치 파악 등 전술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될 좀비의 무시무시한 신체능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비록 뜀뛰기나 담 넘기 등 복잡하고 정교한 운동을 해내진 못하지만, 일반인보다 강력해진 근력과 고통을 느끼지 않는 특성은 좀비헌터가 될 당신에게 가장 큰 산과 같습니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상당히 많은 종류의 근육이 있습니다. 운동은 원래 근육을 키우는 활동인 동시에 평소에 쓰지 않아 잊혀진 근육들을 깨우고 사용방법을 익히는 활동이기도 한데, 좀비가 근육을 키우기 위해 여가시간에 벤치프레스를 한다던가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는 좀비바이러스가 동물의 본능을 일깨워 전신의 근육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마치 최면에 걸린 사람이 동전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부리고 후라이팬을 A4용지처럼 돌돌돌 말아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만, 최면에서 풀린 사람들이 대부분 극심한 근육통을 호소하듯이 좀비에게 있어서도 괴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비정상적으로 큰 에너지가 필요할 겁니다.
이제 좀비가 멍하니 서서 벽에 머리를 박고 있거나 요리하지 않은 날고기만을 선호하는 이유가 밝혀졌습니다.
성욕만 없다 뿐이지 의외로 피곤한 야생동물과 별 차이가 없군요.
[좀비 쉽게 잡는 방법]-
"자, 이제 드디어 생물학적으로 완벽해진 좀비가 당신 앞에 나타나 으르렁거리고 있습니다. 이런, 놈이 무척 배가 고파 보이는군요!"
좀비가 근육통에 시달리는 정신 나간 괴질환자라고 해서 약한 마음을 가져선 안 됩니다. 놈은 그저 굶주린 곤충에 지나지 않습니다. 설령 상대가 금발벽안의 미소녀 좀비라고 할지라도 이를 명심하고 무자비하고도 실용적으로 그녀를 때려눕혀 봅시다.
우리가 배우는 무술은 대부분 통하지 않습니다. 현대의 무술은 서로간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규정 안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무규칙 이종격투기를 사용하는 좀비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습니다. 유도의 업어치기를 먹이려는 순간 어깨를 물린다던지, 암바를 걸었는데 발목을 냠냠 먹혔다던지 하는 일 때문에 좀비가 된다면 그야말로 개망신. 게다가 무술인처럼 좋은 체격의 좀비는 다른 생존자들에게도 대민폐입니다.
만약 무술로 좀비를 상대한다면 최대한 거리를 두는 기술로, 그리고 절대로 봐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힘껏 기술을 거는 것이 상책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살인술로써 연마된 기술들이기 때문에 자비심만 없다면 훌륭한 살상병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배우면 좋을 무술로는 이스라엘의 크라브마가, 러시아 코만도삼보 등 최대한 실전에 가까운 무술들이 있으며, 스티븐 시걸 형님처럼 좀비의 모가지를 2초 만에 꺾어버릴 자신이 없다면 좀비와 바짝 붙어야 하는 관절기는 자제합시다.
무술보다 위력이 좋으며,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근접무기입니다. 근접무기는 크게 둔기와 도검류로 나눌 수 있는데, 둔기의 경우 상대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여 상당히 질량이 있는, 말하자면 쇠파이프나 살상용 곤봉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하나의 좀비를 잡더라도 강하게, 많이 때려야 하기 때문에 내구성도 좋아야 합니다.
사용할 때에는 아프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다리나 머리를 부순다는 생각으로 사용합니다. 아예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부숴버려야 움직이지 않습니다.
도검류의 경우에는 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식칼이나 커터칼은 리치가 짧기 때문에 도리어 힘쎄고 민첩한 좀비에게 휘말려 죽어버릴 수 있으니 최후의 무기로 아껴둡니다.
철물점에 가보면 톱이나 커다란 정원가위등이 있는데, 이것들은 나무를 자르라고 만든 것이지, 사람에게 쓰라고 만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좀비를 잘라버리기도 전에 턱, 하고 박힙니다. 과감히 버립시다.
가장 좋은 것은 손도끼나 실제 무기류로 판매되는 검입니다. 애초에 피와 살이 튀는 전장에서 쓰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좀비와의 근접전에서는 그 어떤 무기보다도 믿음직스럽습니다. 손도끼는 조금 큰 원예사나 철물점에서 구할 수 있으며, 진검은 근처 도검사나 서울 종로구에 있는 나이프 갤러리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좀비사태가 터지면 돈은 지불하지 않아도 되니 가지고 싶었던 검들을 몽땅 챙겨봅시다.
다만 도검의 경우, 장식용 도검은 예리도나 내구성이 심각하게 떨어지며, 일본도는 사람을 밸 때 날에 묻는 피와 기름 때문에 급격하게 예리도가 떨어질 수 있으니 자주 닦아야 합니다.
도검이라면 날 길이 30cm 이상의 마체테나 쿠크리 정도가 좋습니다. 마체테는 사탕수수와 정글의 질긴 덩굴들을, 쿠크리는 적의 팔다리나 모가지를 바나나처럼 자르는 목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좀비의 목이나 사지를 썰어내는 데는 최적의 무기입니다.
의외로 방패 또한 훌륭한 무기입니다. 방패는 기나긴 무기의 역사에서도 엄연히 무기로 분류되어 왔으며, 현대의 진압용 방패는 작정하고 만든 대형 새총도 뚫을 수 없는 강도를 자랑합니다. 고대 로마에서 쓰던 거대한 사각방패는 자체 무게만으로도 20kg가까이 되어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은 로마군이 덩치 큰 갈리아인들을 때려눕히는데 쓰였으며, 콜로세움의 검투사들이 쓰던 중소형 방패도 강하게 내려찍을 경우, 상대의 목이나 발목을 충분히 자를 수 있는 위력을 지녔습니다.
다만 이런 고대의 전투방패는 크고 무겁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좀비에게 사용할 방패를 찾아볼 때는 로마의 콜로세움에 갈 것이 아니라, 가까운 전경부대로 가봅시다. 진압방패도 대형 사각방패가 있고 한 손 원형방패가 있으니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면 됩니다.
하지만 냄뚜는 ㄴㄴ해
그런가 하면 좀비사태 때 의외로 가장 도움 안되는 게 총입니다.
우선 구하기가 어려우며, 요구하는 기술력과 물자가 많고, 무엇보다 쓰기 힘듭니다.
그러니 총기파트는 과감히 생략하겠습니다.
만일 운 좋게 마개조된 돌격소총을 구했다고 해도 버리세요. 사용법은 둘째 치고, 관리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1회용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게다가 총소리만 들리면 개때처럼 몰려오는 좀비들에게 일일이 치명타를 안겨주기에는 우리의 실력과 필요한 자원이 역부족입니다.
다만 총기가 유용하게 사용되는 경우는, 밀폐된 공간에서 한정된 숫자(고수의 경우 재장전 없이 쏠 수 있는 탄환의 1/3 정도, 보통은 1/5.)의 좀비를 청소 할 때나, 총기를 대량으로 유지/보수할 수 있으며 그 총기를 다룰 인원이 많을 때. 즉, 준군사세력 정도의 인원과 화력이 갖춰졌을 때입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성인남성의 대부분이 총기의 유지/보수와 효율적인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이득이 생기지만 대규모 인원이 운용할 만큼의 물량이 거리에 풀리기를 기대하는것은 조금 어렵겠지요.
그래도 일단 총을 집은 집단이 생성된다면 그 즉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거란 사실만은 확실합니다.
좀비를 가장 확실하게 죽이는 방법은 사람을 죽이는 방법과 같습니다. 다만 상대는 고통과 공포를 느끼지 않으므로 적당한 간격을 가지고, 다리나 생명유지기관을 확실히 파괴할 수 있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또한 육체는 순수한 인간의 그것과 같으니 반드시 일격필살을 노리지 않아도 치명상을 입히면 충분히 제압 할 수 있습니다. 허벅지 안쪽의 대동맥, 목과 턱이 연결되는 부분의 경동맥은 완전히 잘라질 경우 10~30분 안에 실혈(失血)로 죽을 수 있는 부위입니다. 좀비는 인간보다 순간적인 혈류량이 많을 테니 이보다 더 빨리 죽습니다. 의외로 손목의 동맥은 잘라도 죽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죽을때까지 걸리는 시간도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그러니 손목만 잘라놓고 잘난 척 하지 맙시다.
개인적으로는 유지/보수가 거의 필요 없고 거리가 가까워져도 안전을 보장하며, 확실한 살상력을 제공하는 중/소형 진압용 방패와 마체테/쿠크리가 최고의 조합인 것 같습니다.
급소를 노려서 공격하는 것 보다는 팔다리를 성둥성둥 잘라놓고 도망치는 것이 빠르고 안전하겠지요.
물론 2마리 이상 다수의 좀비에게 몰린다면 그 순간만큼은 아이언맨이 아닌 이상 일반인은 90% 죽은 목숨이니 너무 헌터의 기분에 빠져들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게다가 칼을 휘두르는 일은 의외로 큰 신체적 피로를 부릅니다.
게다가 나중에 사태가 진정되었을 때, 당신이 죽인 좀비의 유가족들이 당신을 고소하기라도 한다면 당신은 사이코 살인마로 법정에 서야 할지도 모릅니다.
[여기까지 무슨 이야기를 했나]-
참 긴 글이었으므로, 파트별로 간단하게 정리하겠습니다.
[치사율 100%, 어느 정도인가.]-행성규모의 핵전쟁에 비견될 위력입니다. 인류의 멸종은 시간문제.
[죽은 자는 말이 없을 뿐더러 움직이지도 못한다.]-일반적으로 시체는 절대 팔짝팔짝 뛴다던가 사람을 물지 않습니다.
[죽은 자는 왜 그냥 고기가 되는가.]-뇌가 죽으면 움직일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좀비는 살아 움직이는 시체가 아니라 단지 몇 가지 기능이 제거됐을 뿐인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좀비의 생태적 특성.]-좀비는 힘쎄고 강력한 곤충입니다. 요리를 할 줄 모르기보다는 고열량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날고기를 먹는 것이고, 언제나 육체적 피로가 쌓여있기 때문에 멍 때리는 시간이 깁니다.
[좀비 쉽게 잡는 방법]-1대1 상황에서 적절한 근접무기가 있다면 사망확률 50%. 맨손격투로 들어간다면 100%, 다수의 좀비에게 몰린다면 200%, 운 좋게 AK-47을 주워서 쓴다면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