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썼는데, 지금 오유 서버가 불안정한지 싹 날라갔네요. 탈력.. 그래서 그냥 짧게 요약하겠습니다.
저는 영등포역 인근 노숙자를 위한 무료병원에서 5년째 봉사활동 중입니다.
장닭과암탉님께서는 국가에 의한 노숙자들 갱생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그것이 현실적인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를 떠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노숙자라는 수혜집단에 대한 일반적인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일시적인 노숙상황이 아닌, 만성화된 노숙자 집단은 사회적 책무, 규율 준수, 노력 등에 대한 강한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결코 타율적으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자율적으로 억지로 억지로 탈출하려고 해도 한 순간에 무너지고, 그렇게 탈출하여 사회의 정상적인 구성원이 되기까지는 수 년이 걸립니다. 그것도 아주 일부분만이 성공합니다.
둘째는 노숙자들이 가지고 있는 알코올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사실 만성화된 노숙자들의 60% 이상이 알코올 중독과 관련된 여러 육체적,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은 사회에 대한 어마어마한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기실 이것은 적성국의 테러보다 더 위협적입니다.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사회에 대한 반감과 증오, 그리고 억압되고 왜곡된 성욕과 사회욕이 음주 후 취한 상태에서 어떤 형태로 발현될지 모르기 때문에 가장 위험합니다. 그리고 노숙자 자신에게도 갱생을 위한 실낱같은 희망마저 앗아가버리기 때문에 알코올 문제는 노숙자 문제의 핵심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셋째는 국가주도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회의입니다. 공권력에 의한 실력행사가 아니라 갱생 지원으로서의 국가 개입은 먼저 국가의 역할과 운영이라는 면에서 상대우위, 즉 효율성 면에서 의미가 없습니다. 차라리 민간기관에 이양하는 것이 더 낫죠. 전문성이라는 효과성 면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도리어, 국가는 그러한 노숙자 지원 민간 단체 및 시설에 대하여 예산을 지원하는 한편 감사를 병행하여 예측 가능한 더 적은 수의 단체를 관리하는 것이 훨씬 낫다고 봅니다.
노숙자를 우리 시대의 부작용의 산출로 보고, 국가의 책임으로 간주하여 그들을 거두어 인간다운 삶으로 돌이켜야 한다는 생각은 얼핏 정의롭고 사리에 맞게 보입니다만... 저는 그것이 왜곡된 영웅주의 쯤으로 여겨집니다. 그들 역시 우리와 똑같은 인간입니다. 동등한 존재입니다.
저는 5년 동안 수 천 명의 노숙자와 직접 접촉해 왔습니다만, 그들은 그저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일 뿐입니다. 재수가 없었거나, 필연적인 결과로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겁니다.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고 있는 겁니다. 국가가 어린애 자전거 배울 때 뒤에서 잡아주듯이 일일히 챙겨주는 것은, 사회 전체의 도덕성 해이를 초래하게 될 겁니다. 자신이 싼 똥을, 왜 국가가 치웁니까?
우리가 노숙자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제공하고, 병을 치료하는 이유는... 그들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먹고 입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들은 사회에 대한 악감정도 가지고 있고, 왕성한 식욕과 성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잠재적 범죄자이기도 합니다. 야생동물이나, 유기견 쯤으로 여기고 보호하고 거두어야 한다는 생각은.. 고쳐야 할 병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빨간약만 바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참고: 제작년 실화입니다. 한 직장 여성이 회식 후 영등포에서 퍽치기를 당했습니다. 다음날, 영등포역 한켠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나체로 발견되었고, 수십 명의 정액이 검출되었습니다. 야간에 영등포역에서는 칼부림이나 기타 유혈사태도 예사입니다.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 국가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자의에 의해서 그런 일들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