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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게시물ID : freeboard_498490짧은주소 복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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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 0
조회수 : 33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03/14 16:54:16
집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 서둘러 나왔지만 집과의 거리가 반 정도 남자 속도가 줄어든다.

알고 있지만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무기력이 차오른다.

무기력의 무게만큼 가방이 무거워지고, 신발이 무거워지고, 고개가 무거워진다.

중학생들의 하굣길은 요란하다.

마음도 요란하다.

제 멋대로 얽힌 실뭉치가 다른 실뭉치와 얽히면서 머릿속을 채운다.

한 번 풀렸던 신발끈을 임시로 묶은 후 제대로 다시 묶으려고 했다가 잊었던 것이 떠올랐다.

신발끈을 바라본다.

얌전한 나비 모양 자태로 나를 속이려 하지만 헐거워진 매듭이 뻔하다.

묶을까?

말까?

머리는 생각을 하지만 팔다리는 휘적휘적 걷고 있다.

머리는 몸이 제 멋대로라면서 투덜거리지만 그래도 집으로 걷는다.

집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왠지 발걸음이 질질 늘어진다.

키홀더를 가방에서 휘적휘적 찾아서 영화 속 슬로우 모션처럼 문을 연다.

집에 갖혔던 공기가 주인을 알아보고 그동안 만든 탁한 향기를 보여준다.

문을 닫고 가방을 놓고 나니 힘이 빠진다.

오늘도 버텼다.

이부자리에 옷을 입은 채로 눕는다.

사람이 없던 이부자리는 차가워서 살이 닿지 않게 옷 입은 채로 포근함만 느끼고 싶었다.

고요한 정적.

한숨을 크게 쉰다.

오늘도 버텼다.

멍멍한 머리를 일으켜 컴퓨터 앞으로 가져간다.

컴퓨터를 켜고 방안을 낡은 소음으로 채운다.

가만히 소음을 들으며 컴퓨터가 깨어나길 기다린다.

그리고 자판에 써 넣는다.

오늘도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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