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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철학 딜레마 9. 해변의 피카소
게시물ID : phil_52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돌고래돌고돌
추천 : 0
조회수 : 51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3/29 11:28:10

☞이 글은 유쾌한 딜레마 여행 (쥴리언 바지니 지음, 정지인 옮김)에서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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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는 절벽 위에 서서 모래사장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그림을 보고 로이는 깜짝 놀랐다. 사실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매우 특별한 얼굴 그림이었는데 동시에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도록 그려진 것 같았다. 사실상 상당 부분 피카소의 그림처럼 보였다.


그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마자 그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눈에 쌍안경을 갖다 대는 순간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비볐다. 해변의 그 남자는


바로 피카소였다.


로이의 맥박이 달음질쳤다. 이 길은 그가 매일 산책하던 길이었으므로, 그는 순식간에 파도가 몰려와 진짜 피카소의 진짜 그림을 


쓸어가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어떻게든 그 그림을 구하려고 노력해봐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파도를 멈추려는 건 소용없는 짓이었다. 실제로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지만 설사 그럴 만한 시간이 있다고 해도 모래의 주형을 뜰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집까지 다시 달려가 사진기를 가져 올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기껏해야 작품의 기록을 남길 수 있을 뿐 그림 자체는 


보존할 수 없다. 그리고 설사 그런 시도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가 돌아왔을 때는 파도에 쓸려 그림이 이미 지워진 후일지 모른다. 그렇다면 


그림이 남아 있는 동안 그저 바라보는 게 나을 것이다. 가만히 서서 그림을 바라보는 동안 그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Source : 레이 브래드베리, (잔잔한 날씨의 계절에), 198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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