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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과거] 산문 - 축제
게시물ID : readers_49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의황금똥
추천 : 3
조회수 : 274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2/12/02 19:47:47

차가운 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어둠이 내린 어둑어둑한 길에 홀로 그녀는 서 있었다.

춥지. 오래 기다렸어?”

아니하며 고개를 젓는다.그녀는 꽤 오래 기다렸던지 머리엔 눈이 제법 쌓였고, 뺨과 콧잔등이 벌개 졌지만, 한사코 아니라고 한다. 그 모습이 꽤 귀엽게 보인다는 걸 그녀는알까?


부모님들은 벌써 나가셨어?” 그녀가 조심스레 묻는다.

. 일년에 한 번 있는 날이잖아. 올해는 우리 부모님이 도우셔야 한다나 봐. 그래서 아침부터 나가셨지. 지금쯤 준비가 다 됐을 거야. 늦지 않게 오랬는데……

지금 가도 늦지 않을 거야.” 그녀는 나를 안심시킨다.

난 벌써부터 기대돼. 18세이상만 참여할 수 있는 축제라니 어른이 된 기분이잖아.”

, 넌 처음 참가하는 거였지.” 

…… 안제는 나보다 생일이 빨라서 작년에도 참가했었구나?”

.” 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


안제는 나보다 생일이 다섯 달 이르다. 그래서 12월 축제가 그녀에게는 벌써 두 번째다. 나는 생일 이야기가 나오면조금 위축이 되는데, 어려서부터 함께 자라다시피 한 그녀와 항상 말다툼을 할 때마다 더 먼저 태어난것을 이유로 내세우면 나는 할 말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런 유치한 말다툼은 안 하지만, 내가 그녀에게 남자답게 보이고 싶어도 그녀는 날 항상 동생 취급하기 때문에 이건 지금에서까지 조금 골치다

몇 달 전에 겨우 18살이 된 나는 드디어 어른만 참여할 수 있다는 마을 축제에  참가 한다. 그리고 이 축제가 끝나면 난 고백을 할 거다당당하게 한 사람의 남자로 그녀 앞에 설 것이다. 그녀도 날 싫어하는 눈치도 아닌데다가주위에 다른 남자가 없으니 절대 부정적인 대답을 받지는 않을 거라고 확신에 차 있었기 때문에 나는 머리 속이 바빠졌다. 어떻게 고백하지? 축제가 끝나고 할까? 그냥 좋아한다고 말해? 좋아한다!


저기 윌. !”

?! 좋아해!!!” ..망했다. 너무생각에 집중하다가 나도 모르게 튀어 나왔어! 죽고 싶었다. 멋지게말하고 싶었는데. 그런데 그녀는 당황한 기색도 없이 오히려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 고마워. 근데저기 너희 부모님이 부르셔.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엄마가마을회관 창문 밖으로 손을 흔들며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 저기안제 이따 축제 끝나고 잠깐 볼래? 할 말이 있어.” 나는고개 숙여 발끝만 쳐다본 채 말했다. 도저히 그녀를 볼 자신이 없었다.

. 나도 제대로 듣고 싶어.”


그제서야 난 그녀의 눈을 들여다 보았고, 그녀도나처럼 많이 부끄러워한다는 걸 알았다. 나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마을 회관으로 달려갔다. 어두운 둑길 위에 혼자 두고서.



..지금부터 마을 축제를 시작하겠습니다.” 라고 마을 대표인 존스씨가 축제 시작을 선언했다

나는 그때까지도쉼 없이 고개를 좌우상하로 마구 휘저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분위기가 전혀 떠들썩하지 않고, 수백 명이 모인 회관이 오히려 장례식 분위기였기 때문이었다. 존스씨의개회식 인사에 박수 조차 없이 모두들 엄숙하다 못해 장엄해 보였다. 내가 조금 늦게 와서 모두들 화가나서였을까? 그건 아니었다. 엄마는 날 보자마자 아버지가있는 곳으로 날 데려가셨고, ‘왔니라는 그 말뿐이었다. 그 말은 날 기다렸던 거지 화난 건 아니었던 거였다. 그러고 보니회관 안에는 음식 같은 것도 없었다. 어떠한 장식조차 없었다. 축제란이름이 무색할 만큼. 개회식 선언에 엄마와 아버지는 서로 어깨를 꽈악 껴안았고, 나를 불러 두 손으로 감싸 안으셨다. 어색한 침묵이 회장을 가로질렀고, 나는 두리번거렸다. 이상하게도 다른 마을 참가자들도 그러했다. 나도 모르게 긴장해서 두 분을 꼭 껴안았다. 이윽고 한 청년이 나무로만든 네모났고 커다란 상자를 들고 왔다. 그는 그 상자를 존스씨 앞 탁자에 올려 놓고 서둘러 자신들의가족 곁으로 돌아갔다. 그것을 확인하자 존스씨가 입을 열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올 해도 [축제]를 하게 되었소. 벌써 50년이나이 행사를 지켜보게 되어서 내가 억수로 운이 좋은 놈인지 억수로 재수없는 놈인지 스스로 판단할 능력조차 없어졌다오. 그 동안 수어 차례 [축제]를치르지 않았던 적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러분 스스로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외다.”


사람들은 존스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고개를 숙인다거나 혹은 주저 앉아 울기도하였다.


그러므로 나는 이 길이 마을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라 믿고 있소. 이 상자에는 나와 그리고 올해 성인이 된 14명을 포함한 286명의 이름이 들어 있오. 그 이름들은 각 가정에서 한 분씩 일찍나와 그 공정함을 확인을 하였다오. 그러니 여기서 이름이 뽑히더라도 누구를 원망하거나 하지는 맙시다.”


마을 대표의 말이 끝나자 단상에한 명의 주민이 올라갔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모두의 이름이 들어있는 상자 구멍에 손을 집어 넣었다. 분명히 자신과 자신이 아는 사람이 나오지 않길 빌었을테지. 여러번 휘젓다가 쑤욱 빠진 손에는 종이 한 장이 들려있었고, 그는 종이에 씌여진 이름을 확인하고는 곧 평정을되찾았다. 곧이어 아무 느낌도 없는 눈으로 아주 차가운 목소리로 그리고 싸늘한 시선을 모두에게 던지며그 이름을 호명했다.


안젤리카 브루나엘.”

나의 그녀를!!


안 돼!!!!!!!!!!!!!!!!!” 새된비명을 지르며 그녀의 부모는 그녀를 껴안고 주저앉았다.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진 지도 모른 채 어리벙벙한눈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는놀라 당황해 보였으나 체념한 듯 눈을 내리 깔았다. 이전에도 축제에 참가했던 그녀는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아는 터였다. 그들 가족을 남겨 둔 채 모두들 조용히 마을 회관을 나갔다. 간혹 안도해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으나 나는 감히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물을 수 없었다. 추운 겨울 밤 우리들은 회관 뒤뜰에서 덜덜 떨며 숨을 죽이고 있었다. 누구하나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마을 회관 밖으로 그녀가 나왔다. 눈과 입이 가려지고 팔이 묶인 채. 그녀의 부모는 회관에 붙잡혀있으리라. 그녀는 얌전히 끌려 나와 마을 구덩이에 던져 넣어졌다. 구덩이밖에는 며칠 전에 그녀의 손으로 모아둔 돌들이 쌓여있었다.


어서 끝냅시다. 시간 들여봤자 좋을거 없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 모두들 그 돌을 손에 모아 쥐었다. 어두워서그녀의 표정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축제가 길수록 사람들의 고통도 크다는 것을. 나는 부들부들 떨면서 안제에게 다가갔다. 안제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못다한 고백을 계속 되뇌이면서 나는 제일 큼지막한 돌을 그러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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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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