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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군번의 조금 옛날 군대 이야기.
게시물ID : military_4993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법의술
추천 : 4
조회수 : 194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10/16 00:44:17

매번 눈팅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한번 적어봅니다.

음슴체 이런거 모르므로 그냥 대충 쓸게요.

군대에서의 기억이라고 하면 다들 여러 장르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보편적인게 유격과 혹한기가 아닐까 싶네요.

전 포병이라서 행군이 압도적으로 적어서 유격때 걷는게 군생을 통틀어 가장 오래, 멀게 걸어본거 같아요.

뭐 어쨌든..

일병때 일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울 부대에 다이아 하나 박고와서 감히 병장님들과 어깨동무하고 말을 트려고 하는 아주 맹랑한 측지장교 한명이 왔더랬죠. 편의상 측지라고 하겠습니다.

오고 얼마 되지 않아서 유격훈련을 가게 됐는데....아 그런데...

이 측지놈이 약을 먹었는지, 혹은 측지장교라고 다른 장교들은 껴주지도 않고, 짬없다고 부사관들도 무시하고, 병사들도 모른척하고 지내던 시간들이 억울 했는지..교관모자를 척~쓰고 난 뒤로는 무슨 영화에 나오는 교관처럼 목에 힘을 주고 있더라구요.

"올빼미들아 다들 모였나! 나는 올빼미의 피를 먹고 사는 뱀파이어다!"

'보통 뱀파이어는 사람피 먹지 않나?'라고 속으로 궁시렁대며 쭈그리고 앉아있었죠.. 

그 유격장에 통나무를 희한한 자세로 타고 물을 건너는 코스가 있었는데 얼핏 봐도 그 물은 닿으면 최소 썩는다..싶을 정도로, 근처에선 악취때문에 코를 못들고 있을 정도의 똥물이 넘실댔구요..

하필 측지가 거기 교관을 맡았더라구요.

우리들은 오와 열을 지어서 갓 입학한 초등학생마냥 쪼그리고 앉아있고 측지는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히죽거리고 있다가 훈련이 시작됐습니다.

조교의 시범이 있고 나서 뜬금없는 퀴즈를 내더군요.

"내 별명을 맞추는 사람은 이 훈련을 열외 시켜준다!"

웅성웅성

옆에 동기와 저는 '거봐 저새끼 약먹은거 맞다니까..', 뒷자리에선 '근데 쟤 누구야?', 옆에선 '점마 저거 또라이라매?' 등등..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여러군데서 손을 들고 정답을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XXX측지장교 십니다!"

"땡"

"측지입니다~"

"땡"

오답행진이 이어지고 있던 가운데 문득 예전에 간부식당에서 취사병들이 하던 이야기가 생각나더군요.

어느날 측지가 라면을 끓여달래서 먹고 있다가 예전에 별명에 대해서 이야길 해준 적이 있다고...

지 입으로 자기가 미친개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솔직히 훈련열외라는 달콤한 과실이 눈앞에 있는데 그걸 덥썩 물려니 왠지 모를 찜찜함이 있더군요.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훌륭한 촉을 주셔서..)

손을 들려니 '그래도 간부인데..미친개라고 하면 좀 그럴라나..'

그래서 전 옆에 동기에게 작은 말로 '예전에 지입으로 미친개라고 했다던데..'라고 고급정보를 흘렸습니다.

동기는 미끼를 덥썩 물더군요. 

손을 번쩍 들고

"정답! 미친개입니다~~~"

순간 장내는 웅성임에서 키득거림으로 바뀌고...

측지는 제 동기녀석을 한참 쳐다보더니

"XXX번 올빼미 나와"

그때만 하더라도 '아 씨..그냥 내가 말할걸 그랬나..'싶었죠.

동기는 손으로 v를 그리며 희희낙낙 앞으로 나갔죠.

"대가리 박아"

.......

미안...


읽으시는 여러분께도 미안...

어떻게 결론을 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음..다들 자기 전에 이 잘 닦고 자요~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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