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분이 고문관 선임 이야기 쓰신거 보고있자니 저도 빡치는 기억에 떠올라 써봅니다.
그 글 쓰신분 말씀처럼 감정이입을 위해 반말로 쓰니 양해해주세요.;;
난 행정병으로 복무했는데, 3개월 차이나는 내무실 맞선임 두명이 있었어. 편의상 1번, 2번으로 부를게. 1번은 조용하고 무난한 사람이었는데, 2번 이놈이 완전 고문관이었어.
자대와서 처음에는 2번이 더 괜찮은 사람인것 같았지. 1번은 청소를 하던 빨래를 돌리던 필요한 말만 하고 말을 별로 안하니까 대하기가 좀 어려웠는데, 2번은 걸래 빨러가자, 청소는 이렇게 하는거야 이런 식으로 아무것도 모를때 계속 옆에서 말해주니까 좋았거든.
근데 그 환상은 불과 일주일도 가지 않았어. 내가 관물대를 닦고 있는데 2번이 뭐가 맘에 안들었는지 내 걸래를 뺏더니 관물대는 이렇게 군장 들어올리고 닦아야지 이러면서 자기가 관물대를 닦기 시작했어. 그러다가 다음 관물대에 있던 반합을 툭 치더라구. 그리고 반합이 떨어졌지. 근데 그 옆자리에는 분대장이 자고 있었어. 그리고 떨어진 반합은 그대로 분대장의 얼굴을 습격했지. 분대장이 비명을 지르는 순간 청소하고있던 모든 사람이 얼어버렸어. 이제 세상 다 살았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지 ㅠㅠ 그런데 분대장은 아 ㅅㅂ하면서 왜 또 ㅈㄹ이야 하면서 눈 깜싸쥐고 나가버렸음. 그리고 이어지는 내리갈굼. 난 막내 쉴드가 안벗겨져서 까이지 않았는데 반대쪽에서 청소하던 1번이 동기라고 같이 개까이더라. 아무튼 그때 난 깨달았어. 2번 이놈이 사고친게 한두번이 아니었단걸.
그리고 한달이 지나지 않았는데 2번은 또 사고를 쳤어. 바리깡으로 혼자 머리를 깎은거야. 잘 깎았으면 아무도 몰랐겠지만 당연히 문제가 있었어. 캡 안씌웠다가 정수리에 하얀 땜빵을 만들고온거야. 그걸본 선임들이 멘붕와서 왜 혼자 깎았냐니까, 상병장들이 머리 깎고 맘에 안드는데 거울보고 혼자 다듬는걸 보고 멋져보였데. 그래서 따라하다가 땜빵생성. 점호때 땜빵을 본 당직사관이 "쟤 뭐냐? 관리안해?" 툭 던지고가고, 내 옆에있던 분대장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는게 보이더라. 이번엔 나도 쉴드 벗겨져서 같이 까임... ㅅㅂ
그리고 시간이 흘러 1번과 2번은 일병을 앞두게되었어. 난 정신없어서 신경 안쓰고 있었는데 청소하다가 2번이 나한테 자기 이번달에 이말이라고 자랑을 해서 알았지. 상말이야 자주 쓰는 말이고 없고 일말도 어쩌다 나오는 말이지만 이말이라니... 그것도 지 입에서 자기가 이말이라니... 아무튼 지가 이말이라길레 그래 이말이구나 생각을 했지. 근데 이놈이 또 사고를 쳤어. 실종된거야. 일요일에 종교활동을 갔다오면서 사지방을 잠깐 봤어. 나름 부대가 프리해서 자리 남았을 때 선임들한테 다녀온다고 말하면 이병도 한두시간정도 할수 있었거든. 일요일이라 두자리정도 남아있길래 얼른 말하고 가려고 내무실에 들어갔는데, 내무실 분위기가 싸~~~한거야. 보니까 부분대장이(분대장은 외박중) 선임들을 까고 있었어. 들어보니 2번이 어디 있는지 아무도 모르고있어서 까이고 있었음. 근데 방금 사지방에서 2번 있던거 봤어서 내가 2번 사지방에 있다니까. 선임들 또 멘붕.
당장 2번 끌고와서 선임들이 신나게 까고있는데 까일수록 내막이 기가 막힌거야. 데리고 올때 이용시간을 봤더니 5시간인거야. 내가 2시쯤에 돌아왔으니 이놈은 9시에 사지방 열자마자 튀어가서 한거지. 당연히 아무한테도 말을 안하고. 그리고 그냥 몰래 간것도 아니야. 전날 교회 간다고 신청해놓고 사지방에 가버린거야. 그래서 선임들은 2번이 교회간줄알고 점심 먹을때 없었어도 모른거고. 마지막으로 분대장이 5시간 한건 따지지도 않고, 사지방에 가고 싶었으면 교회 안간다고 말하고 갔다오면되지 왜 숨기고 몰래 갔냐니까 자기는 이말이라서 말 안해도 될것 같았데.
이말이라서......
이말이라서......
어떻게 까였는지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기억나는군. 덕분에 난 사지방에 못갔다는거 ㅠㅠ 그리고 다음달에 1번은 일병 진급했고 2번은 다시 한달 이말이 되었어. ㅋㅋ 중대원들이 다들 행정병이라 진급누락은 없었는데, 내 군생활동안 처음이자 마지막 진급누락이였지.
그리고 세월이 흘러 선임들 거의 전역하고, 내 맞선임 중 하나가 부분대장을 할 때가 되었어. 내무실 선임들 차이를 보면 아래와 같아.
나---------1번 & 2번---------부분대장 & 그 동기------------분대장 & 그 동기
3개월 6개월 3개월
사실상 다음 부분대장은 1번이 한다고(그때까지도 이사람은 말이 별로 없었어) 결정된 상태였는데, 일이 터졌어. 1번이 단장님 당번병 후보가 된거야. 보좌관이 어리버리한 신병은 안된다고 일병중에 적당한에 고른다고 그런게 1번이었어. 우리부대는 당번병도 공관병이랑 같이 살아야하니 1번이 부분대장을 못하게 된거야. 선임들은 고민에 빠졌고, 2번은 눈치는 빨라서 자기가 나중에 분대장 단다고 나한테 거들먹거리기 시작했어. 벌써 휴가때 견장차고 갈 생각에 설래하는 꼴이란...
그런데 다음 부분대장이 된건 2번이 아니었어. 바로 자기 동기였어. 1번은 내무실 떠나니까 안되고, 2번은 차마 못 맡기겠고 나는 아직 짬이 안되니까 못주겠고 자기 동기한테 주겠데. 몇달 그렇게 하다가 2번 생까고 바로 나한테 부분대장을 넘기겠다고 선언해버렸지. 웃건 다른 내무실 병사들하고 간부들도 "사정이 그러면 어쩔 수 없지" 이런 마인드로 받아들였어. 2번은 대놓고 투명인간 인증. 그 와중에 분대장 동기는 혼자 멘붕이 왔어. 분대장 동기로 자유를 누려야 할 시기에 부분대장... ㅋㅋ
이후에도 2번은 계속 사고를 쳤어. 경계근무중에 졸다가 걸려서 휴가 짤린 이야기나 드럼 세탁기에 지 빨래만 넣고 건조돌리다가 걸린 이야기같은것도 있고, 중대장을 죽일뻔한 이야기도 있고, 그거 다 쓰고싶은데 쓰다보니 너무 힘들다 ㅠㅠ 혹시나 베스트같은데 가면 후편으로 써볼까나.
고문관 선임놈이 쳤던 사고 몇줄 요약.
-관물대 닦다가 반합 떨궈서 자고있던 분대장 얼굴에 명중
-혼자 머리 깎겠다고 갔다가 정수리에 땜빵 만들고 옴
-이제 이말이라고 일요일에 교회 간다고 뻥쳐놓고 말없이 사지방으로 가서 5시간 하다 걸림. 중대 유일무이한 진급누락 당함.
-다음 분대장 고를 때 이놈한테 도저히 맡길 수 없다고 분대장 동기가 부분대장을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