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해병 1028기 입니다. 2006년 8월 21일에 입대하여 2008년 8월 8일에 전역하였습니다.
해병대에서 생활할때 선 후임간의 이야기중 타군의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육군은 땅개, 공군은 참새, 해군은 물개, 해병대는 미친개
그 당시에는 해병대에 복무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휴가나왔을때 혹은 전역하고 초반에
대학 후배나 동네 친구들에게 말을 하고는 다녔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참 쓸때없는 말인것 같습니다.
약 2년전 친한 대학 동생이 저를보고 해병에 대한 로망이 생겨 해병대에 지원을 하였고 합격을 한 후 입대를 했었고 얼마전 전역을 했습니다.
그 후배에게 최근 해병대 '인계사항'이 과연 해병대의 전투력에 진정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군생활을 하며 생각해보라는 미션을 줬습니다.(예를 들어 이병들은 물을 마시면 안된다. 거울을 보면 안된다. 혼자 전화하러 가서는 안된다. 혼자 돌아다니면 안된다. 일병은 물은 마실 수 있다. 거울은 마찬가지 보면 안된다. 일병 5호봉 PX에 혼자 갈 수 있다. 전화하러 갈 수 있다. 등등 상병 5호봉부터는 왠만한 인계는 다 풀립니다.)
이 녀석 처음 해병대에 가서 전화가 와서 '형 힘들어 죽을것 같아요' 그러더군요
원래 다 힘든거야 거기서 어중이 떠중이 군생활 할 생각하지말고 많은것을 생각해보고 많은것을 느껴보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러던 녀석이 어느새 병장이 되고 전화가 다시 왔습니다.
'형이 입대하기 전에 생각해보라고 했던 것 생각해 봤는데요, 어느정도는 계승해야 할 필요가 있고 또 다른것은 쓸모 없는것이 많다고 생각해요'라고 하더군요
제 생각도 위와 동일합니다.
저 군 입대하기전 해병대라는 타이틀이 멋있기 그지없어 인터넷에 떠도는 각종 해병대 자료를 싸이월드에 등록하였었습니다.
하지만 전역 후 그런것들이 과연 해병대의 진정한 전투력, 자부심이 잘 표현되어 있는것인지 궁금증이 생기고 스스로 고민해본 결과 그렇지 않다라는 겁니다.
제 친구 중 저와 유독 고등학교때부터 게임부터 시작해 성적까지 라이벌 관계에 있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 친구는 육군 출신입니다. 후에 전역하고 만나서 이야기 해봤더니 결코 편하게 군생활을 하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타군을 절대 무시하지 않습니다. 사지 멀쩡하지만 면제받고 공익으로 빠지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공익조차 저는 무시를 받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해병의 진짜 자부심이 무엇일까요?
우리는 너희보다 훨씬 힘들었어 그러니 까불지마, 혹은 땅개, 참새, 물개라고 빗대어 말하며 우리는 산도 다니고 날아도 다니고 물에서도 다닌다며 미친개라 말하며 자기 부대를 존중하는 건지 까 내리는 건지 모를 애매모호한 말을 하는 것 또 아니면 우린 이러이러한 인계사항이 있었고 다 견뎠어 너희는 그런거 꿈에도 생각못해봤지? 라는 뉘앙스를 품은 말들을 하는 것
이런 것들이 진짜 해병의 자부심일까요?
많은 후임, 후배들을 봐 왔습니다.
저도 그랬고 제 선임들도 많이 그랬습니다. 그런것들이 자부심이라고 착각하는 것을.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해병대 자부심은 스스로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남들이 인정해 주는것이 진짜 해병들의 자부심이라 생각합니다.
남들에게 말 안해도 해병대 훈련이 힘든것은 우리나라 사람이면 모두 알고 있습니다. 굳이 나서서 해병대가 힘들다는 것을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2007년 9월 제주도에 나리 태풍이 휩쓸고 지나갔을 때 저희 해병대 2연대가 태풍이 지나간 다음날 급파하게 됩니다.
그리고 약 한달이 조금 안되는 시점까지 대민지원을 했고 원래의 제주도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때 제주시, 서귀포시, 혹은 해군참모총장, 해병대 사령관 등이 직접 와서 많은 격려를 해주고 돌아갔습니다.
매스컴에서도 이런 저희들을 취재해가며 텔레비전에 우리의 모습이 나올 때 참 가슴이 뜨거웠습니다.
그리고 다시 1사단으로의 귀환. 많은 인원들이 나와 잘가라고 손 흔들어주는 모습에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제 스스로 가장 뿌듯하다고 생각했을 때는 역시 해병대 나온 사람은 다르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입니다.
여지껏 대학 동아리 생활을 하며, 사회 생활을 하며 단 한번도 싸가지 없다. 혹은 개념이 없다라는 말을 들은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저를 역시 해병대는 달라 라는 말로 칭찬해 줍니다.
이런것이 해병대의 위상을 높이는 일, 자부심을 느끼는 일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