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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은김에 끄적여보는 첫사랑썰
게시물ID : lovestory_500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보라돼지
추천 : 10
조회수 : 69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3/01/05 03:14:39

어디다써야할지 모르겠지만 저에게는 좋은추억이므로 여기다 씁니다. 좀 기네요. 걍 넘겨주세요.

 

저는 스물일곱 남자에요.

 

우리는 초등학교 동창이었죠. 중삼땐가 어린맘에 한번 사겼다가 제가 차이고나서 1,2년 후 다시 연락이 닿아

정말 서로 친한친구로 잘 지내왔었죠. 서로 힘든일얘기하며 위로하고, 서로 연애서도 잘 얘기하고 암튼 그랬어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도 저는 그친구를 좋아하지 않으려 애썼던것같아요. 다시 고백해봤자, 어릴때지만 예전에 만났다가 헤어진 사이니

당연히 안될거라 생각했죠. 서로 각자 연애도 따로 했었고 그걸 서로 알고있는, 그냥 정말친한 친구상태였기 때문이에요.

 

그러다 2007년 어느날, 술자리를 파하고 집에 돌아가는길에 웬지 집에가기가 싫어졌어요.

그래서 그친구에게 연락을 했더니 마침 잠깐 나올 수 있다더군요. 정말 그 타이밍은 요즘말로 신의 한수였어요.

어른들 눈치에 밤에 집밖으로 잘 못나가는 친구였는데 마침 부모님이 안계셨던거죠.

 

저는 그렇게 술을 먹고도 소주를 또 한병 사다가 그친구를 만나러 갔어요. 모교인 초등학교였죠.

그리고 저혼자 홀짝홀짝 마셨어요.

그러다가 저도모르게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했던것 같아요.  슬쩍 다가가서 껴안고 키스를했죠.

정말정말 미안해요. 술+고기먹고와서 또 혼자 술을 먹고 곧바로 키스라니...알고보니 그친구는 첫키스더군요.

끔찍한 첫키스를 선물한 그날밤부터 우린 다시 사귀기 시작했어요. 그게 스물 한살 4월이었어요.

 

만나는동안 너무 행복했어요. 물론 제가 너무 어려서 그친구에게 실수할때는 정말 영혼이 너덜너덜해지게 마음으로 얻어터졌지만

그렇게 쌓여가는 사랑을 영원히 잡고만 싶었죠.

 

우리나라의 많은 어린커플들이 그렇듯, 저도 군대에 가야했어요.

입대전날 아버지랑 부대근처로 낼려가기로했고, 내려가기 전 오전에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냈죠.

"나 이제 낼부터 어떻게살지?" 라며 그친구는 제 가슴에 묻혀 꽤많이 울었어요. 안아주면서 저도 눈물없이 맘속으로 정말많이 울었어요.

 

문득, 선물이 있다길레 뭔가 했더니 자기가 끼고있던, 엄마가 해주셨다던 반지를 제 손에 껴주더군요. 그땐 좀 마른편이어서 새끼손가락에 반지를 끼면 헐렁헐렁했었어요.

 

사실 그친구는 이전부터 군대기다릴수 없다는얘길 했었기때문에, 그때까지도 혼자 속이 많이 상했었는데 반지를 받자마자

'아..날 기다릴거라는 의지를 표현한건가..'하는 생각으로 뿌듯해하며 주먹으로 반지를 꽉쥐었어요. 그리고 입대하고나서도 단 한순간도 반지를 다른곳에 둔 적이 없었어요. 행여나 조교들 눈에 띌까 정말 조마조마했죠.

 

1주, 2주 시간이 가면서 어리버리 훈련병들에게 편지가 오기 시작했어요.

그친구도 예쁜 손편지를 써보내기도 하고, 인터넷편지를 보내기도 했어요. 매일매일 밥먹는시간과 편지받는시간만 기다리며 살았어요.

그러던 어느날, 그친구의 인터넷편지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어요.

 

훈련병과의 관계를 적는 칸에 여태까지는 '여자친구'라고 돼있었는데 '애인'으로 바뀌어있더라고요.  기분이 묘한게 정말 좋았어요. 반지를 괜히준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과 안도감 그릭 미칠듯한 그리움이 용솟음쳤어요.

 

그런데 며칠안가 편지에 다시한번 변화가 있었어요.

예쁜 손편지..편지지는 예뻤지만 내용은 예쁘지 않았어요. 이전까지도 아무렇지않게 편지를 보내더니, 그날의 편지에는 심경의 변화가 담겨있었어요.

그리고 인터넷편지의 훈련병과의 관계 칸에는 '애인' 에서 '친구'로 바뀐 글자가 찍혀있었어요.

 

어떻게든 맘을 돌려보려고 했지만 군대울타리엔 한계가 있었고, 한번 맘먹으면 웬만해선 굽히지않는 그친구 성격을 잘알기에 헤어지자는 말을 받아들일수밖에 없었어요. 지금 기억에, 이별통보받은 이틀 후가 우리만난지 일년되는날이었고, 닷세 후가 제 생일이었어요.

 

울수도 없었어요. 정말 많이 원망했어요.이럴거면 반지를 왜 줬는지, 울기는 왜그렇게 울었는지 이해할수가 없었어요. 훈련도 힘들고 짜증나죽겠는데 날 엿먹이려고 일부러그러는건가? 정말 많은 생각이 오갔지만 편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할 순 없었어요. 마지막까지 구차하게 매달리면 그친구가 절 더 싫어할것같았거든요. 그래요. 떠나간 사람에게 잘보이려고 괜찮은척 했던거죠. 이게 무슨맘인진 모르겠네요.

 

암튼 힘든 훈련소생활 마치고, 동기들이랑 헤어질때 눈물이 줄줄 나왔어요. 옆자리 동기들이 힘이 정말 많이 돼 줬거든요.

 

그러던 어느날, 우연히 정말 큰 깨달음을 얻게됐어요.

군복무하면서는 책을 많이 읽었는데, 박완서님의 '그 남자네 집'이라는 책을 읽을때였죠.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화자와 화자의 첫사랑이 이별할때 화자는 펑펑 울었는데, 헤어지기 싫거나 다시 만나고싶어서 눈물이 난게 아니라

진학을 앞두고 졸업식에서 펑펑 우는 아이가  그 학교에 남아있고싶어서 우는것은 아니듯이 그런 비슷한 아쉬움의 감정으로 울었다 라는 내용이죠

(읽은지 오래돼서 구체적으로 생각은 안나네요)

 

이걸 보고 저도 생각했어요. '아...그아이가 나에게 계속 남아있고싶어서 운건 아니었구나...'하고.

 

그 이후로는 마음이 조금 편안해졌어요. 그치만 항상 머릿속에서 가슴속에서 지워지진 않았죠. 그치만 그친구가 잊혀지진 않았어요.

제 군생활이 총 777일이었는데, 그 777일동안 단 하루도 그친구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말년후가 나와서는, 메일을 보냈어요. 그냥 안부를 묻는. 말년휴가 나왔다고말이죠.

그러다가 요즘 누가 메일을 보겠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싸이월드 쪽지로 다시 안부를 묻고,

보낸메일은 삭제를 한다는게( 다음 한메일은 상대방이 읽기전엔 보낸메일을 삭제할수 있어요)

그만 수신확인 기록을 지워버렸어요. 헐...

설마 안보겠지..안볼거야..안봤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세상 모든 신에게 빌었어요. 제발 메일은 그냥 없었던일처럼 넘어가달라고.

결국 두번 연락하게 된 셈인데, 싸이쪽지는 금새 답장이 왔고, 메일은 한참후에 그제서야 봤다면서 답장을 했더군요. 쪽팔렸어요..

 

 

암튼 그렇게 시간이 지나 제대를하고, 또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그동안 저도 연애를 하고, 이별을 하고 하면서도 왜인지 모르게 그친구를 잊진 못했어요.

몸이나 마음이 힘들때면 더더욱 그친구 생각이 나곤 했어요. 지금도 그렇구요.

그렇다고 다시 만나고싶다거나 한건 아니에요. 저도 졸업식에서 우는 아이가 된건지도 몰라요.

 

맘만먹으면 그친구 소식을 들을 수 있지만, 지금은 일부러 안듣고있어요.

그친구는 분명 잘 살고 있을텐데, 뭘 해도 잘할친구라서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에 반해

저는 지금 나름좀 어려운상황이거든요. 지금 상황이 풀리고 잘되면 한번 쯤 소식을 듣고 싶네요.

 

이거 마무리를 어떻게해야할지 모르겠네요. 내용을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길어서, 끝까지 읽으실분이 별로 없을것같아요.

마무리가 좀 이상하지만, 술깰때도 되고 해서 그만 자야겠습니다.

 

짤은, 제가정말 좋아하는 만화에요. 이걸 보고 너무너무 마음이 아팠아요. 아직도 저는 그친구를 못보내고있지만 언젠간 저렇게 보낼날이 오겠죠.

 

그친구가 이 글을 안볼확률이 높지만, 만약 보게된다면 한마디 하고싶네요.

 

잘지내지? 우연으로라도 한번 보고싶다. 지금은 내가 좀 초라하지만.

난절대 널 미워하지 않아. 오히려 고마워. 넌정말 소중한기억이고 소중한 첫사랑이야.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거야. 잘 지내.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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