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깡통
분주히 움직이는 하얀 빛 아래서 정신을 잃고 있다 문득,
손에 오롯이 전해지는 충격에 눈을 떴다
좌우에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에 저도 모르게 꾸벅
렘수면을 자극하는 음파에 또 다시 꾸벅
밝은 빛을 받아 움직이는 노호혼
어두워지고 빛을 낸다
빛을 내고 곧, 어두워진다
역사의 개시 앞에서 흩어지는 물방울들은 왜 이리도 많은지
다 비워낸 줄 알았던 잔여물을 품은 깡통이 되어버렸다
남은 것이 꾸역꾸역 꽃을 피운다
많은 손에 이끌려 줄에 묶인 채
정해진 길을 깡깡 거리며 달려간다
지나온 어둠 안의 화려함이 눈에 선해 옭아 맨 이 줄을 끊어낸다
펼쳐진 분홍 길을 뒤로 하고 밝은 균열 속을 빠져나온다
무엇에도 소속되기 전의 자유를 만끽하다
잃어버린 뇌파를 찾아 눈을 여니 입가에 아픈 웃음이 서려있다
녹이 슨 깡통이 시든 꽃을 떼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