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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만 걸리는병 2..[끝]
게시물ID : panic_50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이나믹
추천 : 15
조회수 : 642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0/01/21 21:41:32
안녕하세요 다이나믹입니다.
이글은 제가 평소에 쓰고싶던 내용이었습니다. 
어제 저녁에 잠깐 짬을내서 쓴것인데 퇴근하고 나서 보니 
생각보다 호응이 너무 좋아서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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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머릿속에 몇년전의 그 사건을 기억에 어렴풋이 떠올릴무렵 석이가 말했다.
"아버지는 자살하신게 아니에요.. 그건 병에걸려 죽은 병사입니다."


사람의 몸에는 여러가지 신체적 약점이 있다. 대표적인것이 명치와 인중, 중요 생식기
(여성의 경우 가슴 포함)가 그것이다. 
그에 못지않게 별것아닌 충격에도 몸을 마비시키는 부분이 있는데 그것은 척추라고 불리우는 몸의 중요 신경들이 통하는 길이다.
그 신경은 뇌에서 컨트롤을 하게 되는데 바로 뇌의 명령을 제일 1차적으로 통과하게 되는것이 목이다.
tv드라마에서 보면 싸움을 하다가 흔히 흥분을 하면 뒷목을 잡고 정신을 잃는 상황을 접하게 되는데,
이것은 과장을 포함하고서라도 근거가 있다. 온몸의 피가 뇌로 집중이 되면 뇌에서는 신경계를 향해 진정하라는 명령을 내리게 된다. 그 명령을 받은 신경은 신속히 움직이는데, 이때 목부분을 통과하는 신경들이
명절 고속도로처럼 막혀 꼼짝하지 못하는것이다.

나는 석이와 말하면서 잠깐 석이의 아버지가 목을매 자살했다는것에 때문에 목에 대해 생각하다가 
그의 아버지가 병사라는 소릴듣고 한동안 멍해졌다.
미처 대답할말을 못꺼내자 석이는 다시 이어서 말했다.

"제 아버지는 자살하신게 아닙니다. 틀림습니다. 지금의 저와 같은 증상을 보였을겁니다.
 이제야 알 수 있을것 같습니다."
"너희 아버지께서 돌아가신거야 안됐고 한데, 그걸 나에게 말하는 이유가 뭐냐?"

"왠지 박병장님에게는 이얘기를 해도 될것 같았습니다. 당장 뛰는것을 멈출수는 없겠지만 마음은 편해집니다. 감사합니다."


그 후 석이는 몇번더 나에게 찾아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도 곧 전역을 앞두고
마땅히 할일도 없거니와 석이의 이야기는 내 흥미를 자극시켰기때문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박병장님 제가 왜 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셨서 군에 입대안해도 되는데, 굳이 많은 유산을 남겨두고
군에 입대한지 아십니까?
"그거야 나야 모르지. 일종의 현실도피?"
"아닙니다. 저는 지금 아버지와 같은 병에 걸려서 치료중입니다. 박병장님 제가 돈버는법 가르쳐 드립니까?"
석이의 큰눈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그는 점점 지날수록 얼굴에 살이빠져 흰 얼굴이 괴상해졌지만 매일뛰어서 인지 결코 약하지는 않았다. 약해보일뿐.

나는 석이의 집안의 재산이 정확히 얼마인지 알지못했다. 대기업 상무인 아버지라고해도 월급에는 한계가 있고, 저축과 투자를 해서 재산을 불렸다고는 하나 그 한계치 역시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했던것이다.
그런데 듣고 있던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석이의 두눈이 나를 똑바로 쳐다보지않고, 조금이라도 흔들렸다면
나는 바로 그순간 석이의 말이 거짓이라는것을 바로 알아차렸을것이다.
하지만 석이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큰 눈으로 나를 집어 삼킬것 같았다.
나는 그의 말을 사실로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다.

내 생각에 석이는 부자였다. 그냥 돈많은 졸부가 아닌, 검소한 생활태도를 가진 부자였다.
귀족의 의무를 다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지'였는지 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내가 어렸을적에
꿈꾸던 부자였다.
석이가 말하는 돈버는 방법은 심각하게 어려운것 같으면서도 간단했다.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을 최대한 집중해서 모든일을 하면 됩니다. 돈은 자연히 따라 오게되어있습니다."
나는 석이의 그말에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하면 이세상사람 어느하나 부자아닌사람이 없겠다고 큰소리를 치고싶었지만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부자인 석이의 말은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나 보다. 나는 계속 생각을했다.
'돈을 벌고싶다, 부자가 되고싶다.'
'돈을 벌고싶다, 부자가 되고싶다.' 
'돈을 벌고싶다, 부자가 되고싶다.' 
나는 이런생각을하면서 일하는시간이 점점 더 늘어났지만 실제로는 아무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마음만으로 돈이 생긴다는것은 있을 수 없는일이었던것이다. 

나는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게 전역을했고 학교에 복학을했다.
방학때는 틈틈히 아르바이트를 했고, 학기중에는 공부에만 전념을했다. 그 덕분인지 장학금도 탔다.
그리고 가끔씩 석이 생각도 하였다. 석이생각이 날때면 '돈을 벌고 싶다. 부자가 되고싶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내가 석이라면 그 많은돈을 모두 어디에 쓸까?'

그날도 수업을 모두 마치고 과제를 하기위해 도서관으로 향하던길에 내 핸드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누구일까? 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왜 나에게 전화를 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물론 잘못걸려왔을수도 있지만 그 핸드폰울림은 그렇지 않을꺼라는 확신이 있었다.

"박병장님 저닙니다. 석이요. 저도 전역했습니다. 같이 식사나 한끼 하시죠"
석이였다. 말투는 벌써 군인티를 벗었다. 반갑기도 했고, 어떤모습으로 변해있을지도 궁금했다.
 또 나의 꿈을 자극하기도 했다.

다시 만난 석이는 훨씬더 피부가 하얘졌고, 뾰족한귀는 도드라졌다. 그렇다고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았고,
동그랗고 큰 눈과 붉은 작은입술과 조화를 이뤄 외모가 더 귀공자스러웠다. 물론 살이더 빠져
보기에는 군에 있을때 보다 훨씬 연약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는 약하지 않다.

석이와 만나 간단히 식사를 한후 조용한 호프집에 들어가 얘기를 나누었다.
"제가 말한대로 하니 돈을 많이 벌으셨나요? 부자가 되셨습니까?"
"부자는 무슨.. 니말대로 돈을 벌고싶다고 계속생각하는것은 가진것을 지키는데에는 좋을것 같다.
  나는 가진게 없어. 가진게 없으니 니말대로 돈을 벌고싶다고 몇번이고 생각을해도 그게 되지가 않는다."
"그럼 제가 박병장님께 돈을 드리면 되겠습니까?"
"나한테? 됐다.. 그냥 농담삼아 한말이지."
"아닙니다. 저는 진심이에요. 사실 이정도는 저에게 그렇게 부담도 되지 않구요."
"너 벌써 말투가 민간인 이구나, 전역한지 얼마다 되었다구.."
"그렇습니까?"

헤어지면서 석이는 나에게 바로 폰뱅킹으로 돈을 입금시켜주었다. 나는 계속 사양했지만 석이는 막무가내였다.
처음에는 얼마 되지 않았다.(내생각에는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때 그 첫번째 돈의 액수는)
그런데 석이는 주기적으로 내 계좌로 돈을 입금시켰다. 그 액수는 처음과 다르게 점점 불어났다.
그 돈의 액수는 내가 4년내내 학비와 기숙사비, 식사비 등등 기타 여러가지 걱정을 사라지게하고도
졸업하고 취직이 안되면 가게를 창업해도 되고, 그것도 싫다면 그냥 건물 한채를 통째로 사서 임대업을해도
충분할정도 였다.

이만하면 충분히 많은금액임에도 석이의 돈은 계속 나에게 입금되었다.
나는 부자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렸을적 부터 꿈꿔오던 부자가 이렇게 쉽게 될줄은 몰랐다.
나 자신도 놀라웠다. 어쩌면 석이가 말한대로 이루어졌으니.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만으로..(결과적으로
석이가 이뤄준것이지만)
어느순간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는 진짜 부자가 되어 있었던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아무도 부자인지몰랐다.  나의 생활은 평소와 똑같았고, 겉으로 보기에 달라진것은 없었다. 다만 이제 방학때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아도 된다. 마치 내가 석이를 처음만났을때 석이가 부자인것을 몰랐던 것처럼..

나는 석이에게 전화로 연락을 하였다. 처음돈을 주기 시작하고 몇번 안되어 나는 꾸준히 석이에게 전화를걸어 사양한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석이는 웃으며 괜찮다고, 그정도는 자기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을했는데.. 어느순간 나도 귀찮아진것인지 돈을 쫓게 된것인지, 그런전화도 안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 참으로 오랜만에 석이에게 연락을 한것이다.
기본 컬러링이 수십초간 울린 후 전화를 받지않는다는 메세지가 흘러나온다.
석이가 나에게 전역 후 처음 전화온날이 생각났다. 그 때는 왜 나에게 전화가 걸었는지 궁금했는데. 지금은
어째서 전화를 받지않는지 궁금했다. 
나는 그길로 한번도 가보지는 않았지만 석이에게 군 시절부터 몇번들어 익숙한 석이네 집으로 향하였다.

'띵동, 띵동'
"누구세요?" 어느 여자목소리가 들렸다.
"석이네집 아닌가요? 군에서 석이와 알고지내던 친구입니다."
"지금 잠시 외출했는데. 아마 집뒤 공원으로 산책을 간 모양이에요. 지금이 저녁먹을시간이니
들어올때가 다 되었는데 잠시 들어와서 기다려요"
"아 아닙니다. 제가 직접 공원으로 가죠, 가다가 만날수도 있으니."

나는 석이네 집 뒤편으로 난 오솔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저녁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날은 밝았고,
경사는 완만해서 산책하기에는 좋았다. 동네사람으로 보이는 몇몇사람은 반대편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그렇게 10분정도 걸어올라가기 시작해서 내 이마에도 땀이 약간 맺힐때쯤. 멀리서 석이가 뛰어오는것이 보였다.
'또 뛰고 있었나..'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나와 석이의 간격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석이는 분명 내쪽을 향해 뛰어오고 있는것 같은데 거리는 점점멀어지는 느낌이었다.
나도 덩달이 석이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거리가 좁혀지는것 같았다. 내가 잘못생각한 것으로 착각한나는 다시 뛰는것을 멈추고 석이를 향해 걸었다.
그런데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내가 뛰지 않으면 석이와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두근'

나는 점점 심장이 가빠지는것을 느꼈다. 석이를 향해 소리치고 싶었지만 가까이 가야만 석이에게 말을걸수 있을것 같았다.

계속 뛰면서 석이와 거리를 좁혀 이제 불과 몇미터 앞에 왔을때 석이는 역시 이쪽을향해 오고 있었다.

그리고 석이는 '걷고' 있었다.
'뛰는 것이 아니라?' 나는 생각했다. 석이는 분명 걷고 있었다.

나는 여전히 뛰어 석이를 향해 가고 있었고, 석이 역시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우리둘은 서로 마주했다. 나는 겨우 석이와 마주보고 설수 있었고. 손을 허리에 짚고 헥헥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 고개를 숙이는 짧은순간에도 나는 다시 석이와 멀어질까 마음 졸였다.
내가 숨을 고르고 석이를 바라보았을때 그는 나에게 말했다.

"제가 뛰는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셨죠? 제가 죽지 않기위해 뛰었다고 말한거 기억하시나요? 
 사람이 너무 멀리있었어요. 내가 뛰지 않으면 나는 그사람을 따라잡을수 없어요. 그사람은 분명 나를 향해오고 있는데 나는 가만히 서서 기다리면 안되요. 내가 뛰지 않으면 그사람을 만날수 없습니다. 나는 그게 죽을것 같은고통이었어요. 박병장님을 만나 조금씩 안정이 되었어요. 가진것은 달랐지만 환경은 비슷했으니까요. 제가 걸렸던 병은 전염성이 있어서 아마도 박병장님께 옮겨 간거 같네요.. 저는 덕분에 완치된거 같구요..  앞으로 열심히 뛰어야 할거에요"


석이는 얼마뒤 집에서 자살을했다. 그의 방에 있던 런닝머신은 그의 아버지의 자살을 연상시켰으나 켜져있지는 않았고, 그의 아버지의 자살처럼 충격적인 모습도 아니었다. 그는 목은 맸으나 그 흔적은 많이 남지 않았다. 그의 귀는 여전히 뾰족했고, 얼굴은 더 하얘졌다. 그의 아버지와 관련지어 신문에서 파리처럼 달라붙을지도 모른다는 나의 예상은 빗나갔다. 이미 자살은 이미 시들해진 소재가 된 모양이다.




그리고 나는 석이의 유언장대로 유산을 물려받아 부자가 되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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