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소설을 올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딱히 어디 올릴만한 곳이 없어서 저는 문예창작과에 지원하고픈 학생입니다. 이번에 실기를 보는데 제가 나름 공을 들여 쓴 실기 연습문제입니다. 여러분의 날카로운 지적과 평가를 부탁드립니다.

 

3년간의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지옥 같은 전쟁이 끝난 뒤 맞는 겨울이라 그런지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이 오던 겨울날, 서울은 수많은 포격으로 많은 건물이 무너지고 그나마 서있던 건물들마저도 회색 빛으로 가득했고, 사람들의 얼굴도 회색 빛으로 가득해. 전쟁의 상처가 남아 있었다. 겨우내 길가에 쌓인 눈은 그만의 하얀 빛깔을 잃고, 발에 밟히고 자동차에 밟혀 검게 물들어 버리고 말았다.

 

모든 이들이 추위에 몸을 떨며 잔뜩 움츠린 채 지나가는 길 옆에는 아이들 대여섯 명이 썰매를 타며 놀고 있었고, 리어카에서 고구마를 팔던 나는 덜덜 떨며 고구마 불에 겨우 손만 녹이고 있었다. 손님을 기다리는 일 외에는 어느 것도 할 일이 없던 나는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잔뜩 움츠린 채 갖은 인상을 쓴 사람들과는 달리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고, 전쟁후임에도 행복을 잃지 않은 얼굴로 그들만의 순수함이 묻어났다.

“내 썰매가 제일 빠르다!”

“웃기지 마라! 내 썰매가 훨씬 빠르다!”

누더기에 가까운 옷을 걸친 작은 덩치의 남자아이가 자신의 낡아빠진 썰매를 들어 보이며 말하자 옆에 있던 회색 목도리를 두른 소년이 되받아 쳤다.

두 아이는 그렇게 한참 동안 큰소리치며 말싸움을 하더니 시합을 하기로 한 듯, 호수의 끝부분으로 가서 막대로 얼음 바닥에 선을 긋고는 비장한 표정으로 그 위에 서서 서로를 노려보며 놀리고 조롱했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편을 갈라 큰소리로 두 아이를 응원했고, 빙판 위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러다 한 아이가 큰소리로 시작을 외쳤고, 나름 긴장감 있는 경기가 펼쳐졌다. 두 아이의 작은 손은 막대를 움켜쥔 채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나아갔고, 응원하는 아이들은 두 썰매 옆으로 달려가며 소리를 질렀고,

하지만 목도리를 두른 소년이 곧 앞질러 가기 시작했고, 먼저 결승선에 도착했다.

그 소년을 응원하던 아이들이 웃으며 목도리를 두른 소년을 둘러싸고 좋아했다. 심지어 누더기를 입은 아이를 응원하던 아이들도 모두 목도리를 두른 소년에게 다가가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누더기를 입은 아이는 결승선에 도착하지 못 한 채 얼음 바닥에 앉아 한참을 울먹이는 표정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썰매를 끌고 호수에서 나와 큰 돌멩이에 앉아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호수에서 썰매를 타고 있었다.

 

호수 밖으로 나온 아이는 추워서인지 울고 있는 건지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가 불쌍해 보여 드럼통에서 고구마를 하나 꺼냈다. 목장갑 너머로 따스함이 전해졌다. 고구마를 들고 아이에게 다가갔을 때. 썰매와 막대는 바닥에 널려져 있었고, 내가 오는 것을 눈치 챘는지 아이는 몸을 웅크린 채 얼굴을 숨기고 있었다.

“따뜻할 때 먹으렴.”

아이는 작은 손으로 고구마를 넘겨 받았다. 그리고는 바로 먹지 않고 고구마와 나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고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고맙습니다.”

나는 괜스레 무안해져서 다시 리어카로 돌아왔다.

 

내가 리어카로 돌아올 때까지 아이는 나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와 눈을 마주치자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고는 바위에 올라가 소리쳤다.

“고구마 먹을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아이들은 순식간에 타고 있던 썰매를 내려놓고는 아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순식간에 아이들이 모여 고구마를 해치우고는 다시 호수로 소리치며 달려 나가 아까 전의 일은 잊어버린 듯 서로 뒤엉켜 썰매를 타고 놀았다. 나는 더 큰 고구마를 주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아이들을 지켜보았고, 해가 거의 저물어 갔지만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