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썰 읽다보니 난 뭐 없나 기억을 뒤져봤는데..
쓸만한 게 하나밖에 없어서 음슴체 ㅠㅠ
어릴 때 부터 엄마가 고모에게 당한 일이 워낙 많아서 난 고모에 대한 감정이 썩 좋지 않음.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는 건 엄마가 아파서 밭일을 도와주러 못 왔던 날,
"느이 엄마 나쁘지 않냐? 안 그냐, ㅇㅇ아?"
라면서 딸인 나한테 동조를 구하며 엄마 험담을 늘어놓음
내가 아무대답이 없자 "생긴거 보면 아플일도 없겠구만" 등등 도저히 웃고 넘길수 없는 말 들을 했었음.
나에겐 이 일이 엄마가 모욕당했는데 어쩔 줄 모르고 억지웃음으로 넘어갔던 게 꽤나 마음에 스크래치였음.
아무튼 어릴 때 난 지나가던 어른이 이름만 물어봐도 울던 꼬맹이였고 야무지지 못한 깡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초딩이였음.
하지만! 다사다난한 학창시절을 겪으면서 이제 난 하고싶은 말을 상황에 적절하게 직구나 변화구로 던질 줄 아는 어른이 되었음!!
어느 날, 평일 밤 11시에 아빠 폰으로 고모가 할머니 집(유료도로 타고 과속해서 가면 15분 걸림)으로 오라고 전화를 함.
원래 요령따윈 찾아볼 수 없는 아빠는 내일 아침 6시에 출근해야하는데 할머니 댁에 가려고 함.
아빠 혼자 보내면 온갖 집안일을 거들고 다른 친척집에 농작물 배달도 하고 올 것 같아서 내가 따라감
도착했더니 아빠랑 내가 와서 고모가 놀람+당황 ㅋㅋㅋㅋㅋ
필사적으로 아빠 혼자 일 못하게 그리고 일을 더 키우지 않게 막았음.
그리고 잠시 둘러앉아 과일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음
할머니, 고모, 아빠, 나. 이렇게 넷이서 동그렇게 앉아있었음
한창 이야기를 하는데 고모가 갑자기 그 자리에 없는 엄마에게 서든어택을 날림
"(할머니를 보면서)다음 주면 우리엄마 생일인데... (나를 보며)미역국을 며느리가 와서 끓여야하는거 아니냐? 안 그냐, ㅇㅇ아?"
와.. 저 말을 듣는 데 예전에 그때가 딱 떠오르며 오버랩 됨.
그리고 그 순간에 온갖 생각이 스쳐지나감
'미역국을 왜 며느리가 끓이지?'
'엄마는 맏며느리도 아닌데?'
'지금까지 엄마한테 해준 건 쥐뿔도 없으면서'
'그렇게 할머니 생각하면 고모 니가 끓이던가'
아무튼 저 말 듣고 얼굴 색 하나 안 변하고 생긋생긋 웃으면서 고모에게 되돌려줬음
"효도는 셀프래요. 고모."
그리고 고모의 굳은 표정은 내 어린시절의 복수가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