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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 죽이기 선동에 반대합니다.
게시물ID : sisa_5025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교도의춤
추천 : 3/8
조회수 : 984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4/04/18 13:08:40
선장 죽이기 선동에 반대합니다!!


먼저 제발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란다는 말부터 하겠습니다. 진심입니다.
하루 종일 무기력감에 빠져 지냈습니다. 아이들에게 말할 수 없이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제발 기적을 내려주시길 빕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선장과 선원들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시나리오에
반대합니다. 그 이유를 밝히려고 이 포스트를 남깁니다....


오늘 우연찮게 단골 커피집의 사장님과 세월호 사건을 두고 대화를 나눴
습니다. 알고 보니 그분이 군 복무를 하실 때 해난 구조 쪽에 계셨더군요.
저는 그분의 말씀, 그러니까 사고 진행 과정에 대한 가설을 듣고
제가 가졌던 가장 큰 의문이 풀려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저와 비슷하게 많은 분들이 아침에는 다 구조된 것처럼 발표가 나와서
'어이구 또 사고쳤냐?' 하고 다들 잊고 있다가 갑자기 오후 늦게
'뭐야, 300명 실종됐다고?' '뭔 헛소리야, 아침에 다 구조됐다며?'라는
반응들을 보이셨을 겁니다.

부랴부랴 뉴스들을 보는데, 어민들이 아침 7시 30분 무렵에 이미
세월호가 서 있는 걸 목격했다는 얘기를 보고는 더 황당했었습니다.
거기에다 결정타는 해경에 신고한 것이 선장이 아니고 학생 연락을 받은
학부모였다는 점.......

그 후로 나온 얘기는 선장 죽일 놈, 선원들 죽일 놈.....
전 선장이나 선원, 심지어 평소에 그렇게 욕하던 박근혜에게도 아무
관심이 없었습니다. 무기력..... 내 조카뻘, 제자뻘 되는 아이들 불쌍한 맘에
울고 멍하니 있고 아무것도 못하고 우울증까지 다시 도지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커피집 사장님이 짚어주는 얘길 들으며 정신을 차렸습니다.

"선장이 설마 혼자서 그런 미친 짓 했겠어요? 분명히 해경이나 재난대책
본부, 무엇보다 회사 측이랑 통화를 했을 거에요. 바보가 아니라면."


"물론 법적으로 선장이 판단 하에 퇴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결정권자이지만,
만약 그랬다가 사람이라도 죽어봐요. 당장 배에서 탈출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몇 사람이 죽었어. 만약 퇴선 명령 내렸다면
바다가 아무리 잔잔해도 죽을 사람 나올 수 있지."

"만약 그런 일 벌어지면 회사, 언론, 인터넷 여론 할 거 없이 전부 선장에게
책임 뒤집어 씌울 거란 말이야."


"게다가 바다 상황이 지금처럼 나쁘진 않았으니 관계자들 모두가
구할 수 있을 테니 조용히 기다려라 했을 거라고 난 생각해. 그 증거가
초반에 다 구한 것처럼 보도가 나왔잖아요. 그 소스가 중앙재난대책 본부고."

여기까지 얘기를 정리해보면, 결국 괜히 일 키우지 말고 조용히 수습하자는
안이하고 보신주의적인 판단(?)이 초대형 사고를 일으킨 원인입니다.
언론들은 충실히 받아 쓴 거죠. 덕분에 국민들 대다수는 신경도 안 쓰다가
뒤통수 맞아버린 것이고........


사장님은 덧붙이시더군요.

"현장 실무자들이 판단을 내려야 하는데, 것도 초반에 초동 대처를 과감히
해버려야 했는데 1차로 아침 일찍 대피 안 시켰고, 2차로 배가 급속히 기울
기 시작했을 무렵에 군을 비롯한 전문 인력들 미리 집결시키지 않았지."

"그 때도 여전히 일 키우지 말자는 마인드.... 괜히 나섰다가 독박 쓴다.
그런데 여기에다
청와대나 정치권이 나서버린 거야. 것도 어설프게."

"나는 어제 배가 급속히 기울었을 때 이미 때를 놓쳤다고 봐.
그 시점에 현장에 군 구조인력들이라도 결집해서 투입했다면 모를까....."


커피집 사장님 말씀을 듣고 나니, 구조 이후 사장의 이상한 행적이
이해가 됐습니다.


문제의 본질은 크게 두 가지라고 봅니다.
사건의 신속한 판단과 수습을 위한 현장 실무자들의 권한이 없다.
안전 관련한 메커니즘에 어른들 모두가 무심하다.

이를 외면한 채 박근혜 씨는 그저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
김기춘을 대동하고 화보 찍기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부정 선거' 얘기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발 심리적 충격 받은 애기 붙잡고 사진 찍을 시간에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사후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하기 바랍니다.

그것만 당신 임기 동안에 정착시켜도 입 닫겠습니다.


그리고 이 글 읽으시는 분들
제발 감정적으로 선장 한 놈 죽이자는 반응 그만 두셨으면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인생 그만큼 산 사람이면, 이 나라 돌아가는 꼬라지는
아는 사람이에요. 혼자서 바보짓 했을리 없다는 겁니다.

아침 7시 30분 무렵에 이미 멈춰서 있던 배,
그리고 거의 다 구조됐다는 정체 모를 보도들......

그 이후에 계속된 구조 작업의 혼선.......

이것은 우리 사회 재난 대비 시스템의 총체적 무능을 말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 걱정하시는 박근혜 총 책임자는
부디 그런 걱정은 접어두시고 인기 화보 그만 찍고
국회와 함께 사후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셨으면 합니다.

적어도 저는 이 문제에 관한 한은 정치 문제로 비화시키지 않을 겁니다.
제발 우리 아이들 죽이는 몹쓸 어른들은 되지 맙시다.
 
 
 
출처-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eungyo.yang
 
잘 읽어보시고 판단은 알아서 하시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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