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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에서 2MB까지, 지난 10여년에 대한 단상
게시물ID : bestofbest_503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연작
추천 : 190
조회수 : 13415회
댓글수 : 1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1/05/16 23:09:44
원본글 작성시간 : 2011/05/15 15:06:01
1997년 말 IMF가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다.
김영삼 아자씨는 내가 갱제를 아나~ 라고 씨부렸고, 신한국당은 한나라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물론 이름만 바뀌었을 뿐 내용이 달라진 건 없었다.

97년 12월 대선에서 DJ 아자씨가 당선되었다. IMF의 여파일까? 아니, 천만에 말씀이다. DJ는 JP와 지역연합을 함으로써, 즉 전라도와 충청도가 연합했기 때문에 간신히, 당선되었다. 이 빌어먹을 나라의 유권자들은, IMF 구제금융으로 나라를 말아먹은 당의 후보를 또 당선시킬 뻔 했던 거다. 

DJ는 IMF 조기졸업에 성공했지만, 그 후유증까지는 커버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IMF에서 요구했다는 구조조정의 폐해가 너무 심각했다. 심지어 IMF도 나중에 자신들의 요구가 너무 심했고 한국 사회에 부적절했음을 인정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구조조정이라는 명목 아래 회사에서 잘려나갔다. 전통적인 노사관계는 전부 깨져나갔고, 유연한 노동이라는 표현과 함께 비정규직과 파견직이 대량 양산되었다. 이른바 80만원 세대의 시작이었다. 

매우 당연하게도 내수시장이 살아나지 못했다. DJ정부는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 신용카드 시장을 대폭 확장시켰다. 신용카드는 알다시피, 오늘 소비하지만 한 달 후에 결제하는 마법의 플라스틱이다. 약간의 수수료를 내고 한달 동안(혹은 6~36개월 할부로) 일정액을 대출받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게다가 대출 받았다는 불안감도 매우 작다. 소비를 증진시키는데 쵝오의 카드?임에는 틀림없었다. 현대가 앞장서서 buy korea를 외쳐댔고, 각종 카드사는 카드 발급을 남발했다. 너무 과했다. 2001년 즈음, 카드대란이 왔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카드를 발급받았고, 자기 능력 이상의 소비를 하다가 카드 돌려막기가 시작되었고, 이 악순환이 결국 카드대란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신불자가 양산되었다.

이 무렵, 아침점심저녁으로 몇 달 동안이나 TV와 신문을 통해 광고된 책이 하나 있다. 
10년 안에 10억 모으기...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안먹고 안입고 안쓰면서 몇천만원을 일단 모은다. 그리고 빚(부동산담보대출)을 내서 소형 아파트를 산다. 여전히 안먹고 안입고 안쓰면서 몇년 지나다 보면 소형 아파트 값이 매우 오른다. 그럼 소형 아파트를 팔고 또 빚을 내서 중형 아파트를 산다.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하다보면 어느새 재산이 10억을 넘게 된다. 책을 쓴 사람은 짠돌이카페 카페지기인가 그랬고, 실제로 그 방법으로 자산 10억에 성공했던 것 같다. 그러나 모든 것이 그렇지만, 처음 선각자들은 이익을 볼 수 있어도 후발 주자들이 같은 방법으로 이익을 보기는 어렵다.

이 내용은 '아파트로 재산 불리기'라는 매우 혁신?적인 스토리를 담고 있었고, 부동산이 대세상승인 한 아주 손쉬운 재테크 방법이었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 선풍적인 인기를 받으며 확산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빚을 내서 아파트를 사기 시작한 것이다. 1억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직장인이 몇년을 일해야 되는지를 계산하는, 이런 류의 기사들이 신문 지면을 도배하기 시작했고, 점차 모든이들의 머리 속에는 아파트를 사야된다는 강박관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시기 모든 정규방송과 케이블티비의 광고가 두 가지 주제로 채워졌다. 산와머니를 비롯한 '돈 빌려줄게' 류의 광고들과 예쁜 텔런트들이 주로 모델로 나오는 '아파트 사라'류의 광고들. 조합하면, <대출받아서 아파트 사>라는 메시지가 티비만 켜면 흘러나오는 셈이었다. 삼성 래미안과 엘지 자이를 제외한 수많은 아파트 브랜드들이 거의 다 그 즈음 나타났다.

물론 다른 목소리도 제기되었다. 대표적으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운동이 그것이었다. 2003~2004년 사이에 총선을 거치면서 확산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운동은, 그러나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씀 한마디에 끝나버렸다. 10배, 100배 남는 장사도 있는 법이다...라고 했던가. 나중에 2006년에 이르러 분양원가 부분공개 찬성으로 돌아서긴 했지만, 그 땐 이미 1~2억 하던 아파트가 4~5억짜리 아파트가 되어버린 후였다. 이메가는 신나서 서울 곳곳을 뉴타운으로 지정하고 강북 땅값 올리기에 몰두했다. 강북이 오르는데 강남이 안 오를리 없다. 강남이 또 오르면 강북도 또 올랐다.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왔다가 하면서 주거니 받거니 올랐다.

아파트 사재기 운동?은 2006년~2007년 사이에 정점에 올랐다. 다시 말해 집을 살 필요가 있는 사람들 - 당시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사이에 있는 386 세대를 중심으로 - 상당수가 빚을 내서 집을 산 셈이다. 아마도 상투를 잡은 건 386보다는 그 다음 세대인 X세대였을 터이지만, 어찌됐든 집값 상승세는 2007년 후반에 이르러 정체 증상을 보이다가, 마침내 2007년 12월 대선을 맞이한다.

2007년 대선.
빚을 내서 집을 산 30~40대는 과연 누구를 찍었을까. 

2007년 대선, 수도권에서 이메가를 포함한 '보수세력'에 대한 투표율은 무려 70%를 넘는다. 
이메가는 서울에서 무려 53.2%의 지지를 받았다. 경기에서는 51.9%였다. 부산이 57.9% 경남이 55%였다.
(마치, 수도권 사람들이 '우리가 남이가'를 외친 것 같지 않은가!)

참고삼아 이전 대선의 수도권 득표율을 보면
2002년 이회창은 서울에서 45%, 경기에서 44%였다. (상대는 '듣보잡'에 가까운 노무현이었다.) 
1997년 이회창은 서울에서 40.8%, 경기에서 35.5%였다. (IMF당시, 상대는 '준비된' DJ였다.)
1992년 김영삼은 서울에서 36.4%, 경기에서 36.3%였다. (민정당,신민당,공화당 3당합당의 결과이다.)

2007년 대선의 연령별 이메가 지지율은 어떨까. 당시 경향신문의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의 42.5%, 30대의 40.4%, 40대의 50.6%, 50대의 58.5%가 이메가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30대의 투표율이 이전 대선에 비해 무려 13%나 하락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기권해 버린 30대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재미있는 수치는 40대의 50.6%이다. 왜냐면 저 40대는 이른바 386 세대라고 불리는 세대로,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있어 상징적인 세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전 세대 중에서 가장 똑똑한 세대로, 이메가가 '경제살리기'에 성공할 리 없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세대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마의 지지율은 38%라고 불려왔다. 즉 40%를 넘을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2007년 대선에서 이메가는 저런 미친(?) 지지율을 획득한 것이다. 거기엔 상대 후보(정동영 등)의 모자람, 대선 아젠다 설정의 문제, 민주당 10년의 집권, 조중동의 발악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메가 역시 전과 14범에 온갖 비도덕과 파렴치함의 집합체이며 부패하면서 무능하기까지 한 총체임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상태였다. 
간단하게 말해서, 의외로 많은 이들이 무엇보다도 아파트 가격을 확실히 올려줄 후보에게 표를 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혹자는 2007 대선 결과를 이렇게 표현했다. 386의 배신. 그리고 수도권의 배신. 
결과론적으로 보면 386 세대와 수도권이 '배신'하지 않았더라도 이메가는 당선되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기에 더더욱 이 '배신'은 의미심장하며, 곱씹어 볼만하다.

아파트 가격은 2008년에 정점을 찍고, 더이상 올라갈 힘을 잃어버렸다. 아파트 가격은 이제 1000조를 넘나드는 과도한 부동산담보대출과 제1,2금융권을 아우르는 무식한 PF대출, 그리고 중견 대형을 아우르는 건설사들의 붕괴 위기 속에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형편이다.

아파트 뿐인가. 이메가를 찍지 않은 사람들의 상당수가 외쳤듯, 이메가는 부패할 뿐 아니라 무능하다. 경제도 말아먹고 있으며, 정치, 외교, 교육, 문화, 환경, 그리고 우리들의 미래까지를 전부 말아먹고 있다. 예전에 서강대 손호철 교수가 주장했듯, 이제서야 우리 국민들은 <한나라당이 운영하는 신자유주의>의 맛을 보고 있다.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벌컥벌컥 마신 격이다.

배신한 자는 배신당하는 법이다. 그리고 다시, 2012년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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