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스테인드글라스로 쏟아져 들어온 햇살이 바닥에 무지갯빛 그림자를 드리웠다. 앉은뱅이 낮은 탁자 위에 초 네 자루. 작은 묵주가 걸린 나무십자가 한 개와 성경이 펼쳐져 있었다. 누이는 조심스레 바닥을 정리하고 반듯하게 방석을 깔았다. 살아 있었으면 올해 신학교에 입학했을 동생을 만나고 싶을 때 그는 이곳에 온다.
동생 성호는 사제가 되고 싶어 했다. 소년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해서 인근 지역과 전주, 진천, 제주에서 온 목수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뙤약볕 아래서 3주 동안 성당을 지었다. 안산합동분향소 주차장 한편에 마련된 작은 목조성당 앞에는 ‘기다림의 성당’이란 팻말이 붙었다. 성호의 성당에서 누이는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