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오유 과거] 운문 - 지구에서 온 편지 / 열매를 묻고
게시물ID : readers_50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약쟁이
추천 : 5
조회수 : 60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12/02 21:32:40
지구에서 온 편지

주황빛 가로등만이 내리쬐는
그 쓸쓸하고 아득한 밤에
지구는 내 머리 위로 환히 떠오르고
달도 곁을 따라 올라왔습니다.

지구에 남아 있던 그 누군가가
별안간 작은 별 하나를 부수어
달빛에 흘려보낸 반짝임과 함께
편지 한 장을 날려 보내주었습니다.

봉투를 뜯어보았지만 보이는 건
눈물에 번진 잉크 조각과
눈물에 번진 나의 시야와
읽을 수 없는 편지 뿐입니다.

나는 지구를 머리맡에 두고
올려다보지 않으려 하건만
부서진 별빛이 눈보다 시리게 내려
나의 머리 위로 눈부시게 쌓아져 갑니다.



열매를 묻고

크고 낡은 장농 속에서
작고 구멍뚫린 열매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다.

이미 썩어서 더 이상 싹을 틔울 수
...그냥 묻고 왔다.
그렇게 묻고 그냥 와 버렸다.

그 뒤에 무럭무럭 자라 나무가 되었을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만 하고 보러 가지 않았다.

나무가 되지 않아도 좋다.
싹을 틔우지 않아도 좋다.
그 땅 속에 열매로만 남아있어다오.

언젠가 찾아갈 터이니 남아있어다오.
그렇게 열매를 묻고 찾아가지 않은 건
내가 그 열매를 장농 속에 버렸기 때문이야.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