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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오타쿠) 비하의 작동원리.
게시물ID : freeboard_6749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불일불이
추천 : 0
조회수 : 55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4/07 15:30:58

오타쿠를 단어 그대로 해석해서 우리말로 옮기면 방안풍수가 그중 가깝지 않나 싶네요.

사회적관계와 현실과는 단절된 채 자기가 좋아하는 것 하나에만 몰입하고 그 세계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겠지요.

일본에서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도 오덕은 반사회적이며 심리적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비하되는 일이 많습니다.

사실 오타쿠들이 보이는 행태와 사고방식은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오덕을 손가락질 하는 주류 사회 역시 오덕문화를 조장하고 찬양하며 그중 뛰어난 오덕에겐 월계관을 씌워줍니다.

 

예를 들면 아주 괴팍한 성격의 화가가 있다고 합시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꺼리고 성격은 아주 모가 났으며 알콜중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그린 그림이 좋은 평판을 얻습니다.  이럴때 그 화가를 세상이 오덕이라고 손가락질만 하진 않죠.

괴팍한 성격이나 부족한 사교성, 알콜중독을 지적하긴 하더라도 좋은 화가, 잘하면 위대한 예술가라고 할 겁니다.

 

사실 이런 예술가들이나 위인들은 드물지 않습니다.

 

그럼 손가락질 받는 오덕과 독특하고 유별난 전문가들과의 차이는 뭘까요?

 

그들이 생산하는, 즉 오덕질의 과정과 결과가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용인되고 쓸모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평생을 연구실에서 남들은 끔직하고 징그럽다고 생각하는 기생충만을 연구하고 기생충을 좋아하는 학자를 오덕이라 손가락질 하지 않는것은

그의 연구가 세상에 쓸모있는것이라고 인정하기 때문인 것이겠죠.

가족, 친구, 취미 같은거 신경 딱 끊고 회사에서 미친듯 자기일을 하는 사람을 오덕이라 안하고 본 받을 모범노동자라고 상을 주는 거죠.

 

결국 오덕이 오덕으로 손가락질 받는 것은 좋아하는 것의 종류, 행위과정과 결과가 일반적으로 별 쓸모가 없다고 보는 것에 몰입하는 이에

국한된다 볼수있겠습니다.

 

애니를 좋아하는 오덕은 정말 벌레일 뿐일까요?

 

관련 창작물을 몽땅 사들이고 캐릭터를 분석하고 연보를 정리하며 피규어와 브로마이드로 온 방안을 꾸미고 만족하는 오덕은

관련 분야 종사자들에겐 비공인 분석가이자 연구자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그 비지니스를 하는 일반인들은 오덕들의 활동과정과

결과물에 크건 작건 간에 영향을 받고 도움을 받습니다.  오덕들이 파고드는 것이 일반 소비자들에게 좀 더 넓고 다양한 소비를

가능하게 해 준다는 면도 좀 억지스럽지만 분명히 있거든요.

 

결론적으로 오덕에 대한 멸시와 비하는 사회적 관계에서 일탈하는 자에 대한 주류세계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류사회가 쓸모있다고 인정하는 일 외의 일에 몰입하는 자에 대한 사회적 징계인 셈이죠.

 

오타쿠라는 단어가 매니악하다는 단어와 뉘앙스가 다르고 우리말의 방안풍수와도 또 다른 까닭은

일본사회가 사회적규칙을 벗어나는 행위에 대해 매우 강경한 집단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역사 문화배경을 가지고

있기에 세상 어디에나 있는, 그리고 다른 분야 였다면 전문가로, 한눈 팔지않고 한 길을 가는 열정과 의지를 높이 평가했을

사람들을 오타쿠라는 멸시와 비하의 의미로 분리했다고 봅니다.

 

다름을 틀림으로 보면서 직접적 피해를 입히지 않는 자를 주류의 관점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척하는 풍조는 그리 건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세상이 변해가는 것은 다양한 분야에서 그 분야를 제외한 다른 것을 포기하고 파고 든 오타쿠들의 노력덕 이기도 합니다. 

 

길게 썼습니다만 한마디로 하면 취향 존중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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