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오베에 갔던 글에 있던 내용입니다.
그러한 반박도 일견 사실인 것은 맞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사대상의 풀 자체가 잘못되어있다는 것입니다. 여론조사를 하는데 여러가지 중요한게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 전체의 의견을 치우침없이 반영할 수 있는 집단을 선정하는것입니다. 그래서 기존의 여론조사 방식은 무작위로 전화번호를 선정하면 어디 치우침이 없이 실제 여론을 뽑을 수 있겠거니 생각한건데, 다들 아시다시피 사회가 바뀌다 보니 이런 무작위로 전화를 하는 것 자체가 특정한 사람들만을 선정해서 조사를 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낮 근무시간동안에 집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사람, 혹시나 핸드폰 조사를 포함시키더라도 근무시간에 10분 20분이 넘는 조사시간동안 대화를 할 여유가 있는 사람, 대통령 이야기만 나와도 전화를 끊어버릴 정도로 정부나 여론조사에 대해 반감이 심하지 않은 사람 등이죠.
표본 집단에 대한 이런 생각들이 추측이 아니냐고요? 저 세대별 응답률이 바로 표본 집단이 잘못되어있다는 극명한 증거입니다. 리얼미터가 정말 정확한 여론의 추이를 알고 싶었다면, 저 세대별 응답률을 보는 순간, 아 우리가 뭔가를 잘못하고 있구나, 하고 바로 반성을 하고 다른 여론 조사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봤어야 합니다. 전체적인 응답률이 엄청나게 낮고 특정한 연령대가 응답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은 지금 하고 있는 여론조사가 전혀 무작위적이고 공평한 조사가 아닌 의도적이던지 아니던지 특정 집단만을 골라서 조사하고 있는 거라는 거죠. 표본 집단이 잘못되면 조사를 30명을 하던지 3만명을 하던지, 소수 계층에 보정을 해주던지 말던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서 미국내 김치에 대한 인지도를 조사해오라고 했더니 LA 한인타운에 가서 조사를 해옵니다. 나중에 조사 대상을 봤더니 LA 한인 교포 교민 1000명, 미국인 250명, 히스패닉 100명이고 김치를 들어보거나 먹은 사람이 60%가 넘는다고 합니다. 저기 미국인이나 히스패닉이 숫자가 적으니까 곱하기 5 곱하기 10씩 해준다음에 통계를 내면 전체 미국내 김치에 대한 인지도가 정확하게 나올까요? 웃기는 소립니다. 이미 그 사람들은 그냥 미국사람이나 그냥 히스패닉이 아닌 한인타운에 살면서 김치도 먹어보고 싸이 춤도 어찌저찌해서 몇번씩 춰봤던 특정한 그룹인 겁니다. 마찬가지로 저 여론조사에 응답하는 젊은 층들도 아주 일반적인 젊은 층이 아닌 아까 언급된 조건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그런 젊은 층인 것입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일은 이러한 여론조사를 통해 정부가 바라는 일은 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계층들이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였나 하는 소외감을 느끼고, 아무리 해도 아마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거야 하는 무기력감을 느끼는 게 하는 거라는 거죠. 부정확하고 균형잡히지 못한 여론 조사 결과가 오히려 국민들의 실제 여론을 바꿔버린다는 겁니다. 아무리 옳은 내용이라고 생각해도 옆에서 두명만 아니라고 계속 이야기하면 견지하기가 어렵습니다. 하물며 전국민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고 이야기들었을 때의 좌절감은 어떨까요.
지금 세월호 사건으로 전국이 침통에 잠겨있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정부가 대처를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기에도 지지율이 변함이 없다고요? 야당 대표와 대통령이 가벼운 설전만 벌여도 지지율은 변하게 되어있습니다. 콘크리트층이 아닌 이상, 대다수의 중도 국민들은 어느 정도의 이슈에는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정상입니다. 물론 인터넷 여론이 현실과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더욱 더 현실에서 떨어져있는 언론매체에서 광고하는 저러한 여론조사결과는 더욱더 비판적으로 받아들이시라고, 혼자가 아니시라는 의미에서 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