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소형기자 [email protected]
과학계에서도 모성이 본능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미국심리학자 셸리 테일러가 쓴 책은 제목이 아예 '보살핌의 본능'이
다. 보살핌은 모성본능에서 비롯된 행동이기 때문에 육아나 간호 같은 일이 주로 여성의 몫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경생물학자들도 모성이 본능이라는 근거를 제시한다. 아기를 낳은 여성의 몸에선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량이 급격히 는
다. 바로 이 호르몬이 아이에게 무한한 애정을 쏟게 만든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여성이 엄마가 되면 모성이 저절로 생긴다는 소리다.
그러나 미국 진화생물학자 세라 블래퍼 허디는 '어머니의 탄생'이라는 최근 저서에서 모성이 본능이라 여기는 건 편견이라고 지적했
다. 자식을 돌보는 누군가는 있어야 하지만 그게 꼭 엄마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영장류 연구를 통해 보여줬다.
모성이 학습에 의해 형성된다는 의견도 있다. 신의진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모성은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길러지
는 것"이라며 "아이를 키우는 동안 엄마는 발달에 대한지식과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 예상치 못한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배포를 새
롭게 배운다"고 설명했다.
그러는 동안 모성이 길러진다는 말이다. 신 교수는 또 "엄마의 의무만 강조하는 사회에선 옥시토신 효과도 감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내놓았다.
나로우주센터에서 올라와 시댁 문을 열었을 때 날 쳐다보던 아이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등장한 엄마를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입 꼬리가 수줍게 살짝 올라가더니 이내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와락 품에 안겼다. 포동포동 부드러운 아이와 살을
맞댄 순간 아이를 키우며 모성을 배워간다는데 한 표 던지고 싶었다.
입력시간 : 2010/06/23 21:39:08 수정시간 : 2010/06/23 12:3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