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래동화처럼 재미나게 이어지는 구미호와 기묘한 피조물의 이야기가 <구미호뎐1938>에서 이어진다.
지난 시리즈의 스핀오프 드라마 <구미호뎐1938>이 새롭게 시작됐어요. 첫 방송 봤어요?
저 그때 친구 일을 도와주느라 밖에서 일하다가 스마트폰으로 혼자 봤어요.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보셨어요?
그럼요. 전작인 <구미호뎐>도 끝까지 다 봤는걸요?
자의로 보신 것 맞죠?
역시 에디터 일을 잘 아시네요. 확실하게 자의로 봤습니다.
그러시면 ‘시즌2’는 더 재미있을 거예요!
배우가 그렇게 말하면 더욱 기대되죠. <구미호뎐>에서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여우 기유리를 연기했는데, 이번에는 사람으로 시작했어요.
하하하. 쑥이랑 마늘을 너무 많이 먹어서 사람이 됐어요.
선우은호 정말 사람 맞아요? 여우의 탈을 쓴 사람일까? 어느 쪽이든 여전히 무자비한 면이 있어요. 1회부터 받은 건 어김없이 돌려주죠.
“힘줄 잘라주세요, 오른쪽 다리.” 이렇게 말하는 선우은호는 <구미호뎐> 기유리의 전생이죠. 시즌1 때도 기유리는 사람을 죽이는 걸 즐겨요. 고통을 주고 내가 받은 고통을 되갚는 게 행복이라고 믿었으니까요.
이번엔 어떻게 연기하려고 했어요?
선우은호는 기유리와는 달리 스스로 감정을 절제하는 인물이에요. 감정이 노출되는 것도, 자신의 상황도, 자신이 누구의 편인지도 오픈하기를 싫어해요. 저도 감정적인 표현을 절제하려고 했고요. 스파이 같아요. 친일파 아빠와 일본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났고, 언니는 의문스럽게 사망해요. 언니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독립운동을 하게 돼요.
새 역할을 확인했을 때 어땠어요?
독립운동을 하는 여성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좋았어요. 주인공과 요괴는 극 중에서 롤러코스터를 많이 타는데, 그 안에서 저는 독립운동이라는 목표 하나를 가지고 쭉 나아가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대본을 한 번에 받지 않으니까 항상 뒷내용이 궁금했는데, 매번 새로운 대본이 나올 때마다 기대를 한 번도 저버린 적이 없어요.
배우가 더 빨리 아는 것일 뿐, 배우나 대중이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한 건 똑같군요?
그래서 배우끼리 서로 물어봐요. 누구는 조금 더 알고 있거든요. 작가님이랑 얘기를 좀 한 사람은 아는 거예요.(웃음)
처음에 오픈된 캐릭터 설명을 보면 선우은호를 ‘신여성’이라고 하죠. 신여성의 조건은 뭘까요?
남이 정할 수 없는 것. 자기가 자기 기준을 정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럼에도 사극은 또 그때의 모습을 재연해야 하는데, 그 과정은 어땠어요?
정해진 역할을 하기 위해서 배워야 하고 알아야 하는, 그 시대에 그 인물이 할 법한 것을 다 습득하는 과정이 있으니까…. 총을 쏘는 것도 그렇고, 정말 그 사람이 되는 과정을 겪는 거 같아요. 그러면서 그 시대를 이해하기도 하고요. 그 시대의 여성을 연기하는데 한남동에 있는 김용지가 거기에서 튀어나오면 안 되니까요. 그런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공부하게 되고요.
배우 이동욱, 김범, 황희 등 작품을 함께한 주요 배우들이 다시 모였어요. 팀워크는 어때요?
사이가 너무 좋아요. 실제 모습도 극 중 관계와 비슷해요. 티격태격하고 먹이사슬 같은 그런 관계, 서로 놀리고 챙기는 게 가족 같아요. 명절 전후로 서로 연락해서 보기도 하고요. 다들 적극적이에요.
모두 친구가 된 것 같네요.
운이 좋습니다. 매번 너무 많이 배우죠. 저는 아직 배울 것도 많고 경험할 것도 많은데 매 순간이 감사해요. 배역을 떠나서 인간적으로, 개인적으로 친해지는 친구도 생기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종 업계의 친구를 얻는 것도 너무 즐거워요. 제가 업계 친구가 정말 없었거든요.
이제 좀 생겼어요?
조금요. 그래도 10명도 안 될 걸요? 아직 자리 많이 남았거든요. 다들 연락 많이 주시면 좋겠습니다. 친구 구함!
여우도 은호도 또 <썸바디>의 무당인 목원도 평범한 인물은 아니죠. 반삭에 가까운 헤어스타일도 화제가 됐고요.
맞아요. 그래서 다음 작품에서는 내내 가발을 써야 했는데 어색할까봐 너무 걱정이에요..
점 본 적 있어요? 사주 같은 거요.
다들 비슷한 반응이에요. 네 마음대로 할 거면서 왜 왔느냐고요. 정말 다 그 얘기를 해요. 한 번은 “너 볼 거 없어”라는 말만 듣고 돈 냈어요.
결국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라는 얘기네요.
맞아요. 어차피 뭐라고 해도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 거니까요.(웃음)
대학에서도 연극 연출을 전공했는데, 연기를 하면서 뒤늦게 깨닫는 것도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기억이 나지 않아요. 하지만 그때에 제가 다른 친구들이 연기하는 거 많이 보고, 연출로서 혹은 다른 역할로서 같은 작업을 만들어가는, 코워킹을 했던 과정은 저한테 조금 도움이 되는 거 같아요. 한 가지 목적으로 이 작품을 성공시키기 위해 다 같이 향해 가는 그런 마음요.
촬영할 때 보니까 집중력이 남달리 좋다고 느꼈어요. 모델 활동을 해서인가 싶었어요. 그때도 재미있었나요?
다들 집에 빨리 보내주고 싶어서요.(웃음) 아무래도 향수가 있어요. 드라마 촬영 현장과는 다르게 매거진 촬영을 하면 8년 전부터 자주 만난 사람들을 다시 보니 반가워요. 당시 2~3년 모델 일을 했고, 그때는 매거진도 훨씬 많았죠. 화보 촬영은 더 인텐스하게 으쌰으쌰하는 느낌이 좋아요. 아무래도 짧은 시간인데, 그 안에 다들 집중해서 본인의 최선을 끌어내려고 하잖아요. 매거진 촬영이라는 건, 그 시대의 최상의 모습을 담아내는 거잖아요. 그 작업이 저는 되게 즐거웠어요. 지금도 재미있고요.
자신의 얼굴을 잘 알고, 어떻게 담기는지 이해하는 것도 연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어떤 걸 발견했어요?
기분에 따라 피부색이 확확 변하거든요. 홍조에 가까운 거죠. 피부 결이 얇아서 쑥스럽거나 화가 나거나 민망하거나 이럴 때 피부색이 변해요. 감정 표현에 피부가 얇은 게 도움이 된다? 모델을 하던 예전에는 고집이 셌어요. 속눈썹을 못 집게 하고, 눈썹도 안 깎는다고 하고요. 안 해봐서 무서웠던 거죠. 막 불에 달궈서 하니까요.(웃음) 하지만 해보지 않은 걸 점점 하게 되고, 모델 활동이 여러 모습의 저를 만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애쓴 작품이 막 공개됐어요. 또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은 없어요. 무계획. 아, 계획이 있긴 한데 개인적인 거예요. 언니가 곧 프랑스에서 출산하거든요. 엄마와 산후조리 도우러 갑니다. 얼마나 귀여울까!
올여름은 가족과 보내게 되겠네요. 인스타그램에는 좀 올릴 건가요? 잘 안 하시더라고요.
저요? 제 친구들이 제 사진을 별로 안 찍어줘요. 그리고 제가 사진 찍는 걸 좀 쑥스러워해요. 그래서 우연찮게 담겼다거나 찍었는데 나쁘지 않네? 싶은 것만 올려요. 하지만 셀카도 시도하고, ‘거셀’도 시도하는데 소질이 없는 거 같아요. 서운합니다. 사진을 못 찍는 스스로에게 말이죠.
그럼에도 반려견들의 사진은 틈틈이 올리고요. 반려견과 함께하면서 인간 김용지도 많이 바뀌었어요?
많이 바뀌었죠. 일단 큰 책임감.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책임감. 매일매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할 때도 있어요. 그런데 늘 일상이 똑같은 것보다 예기치 않은 변화와 행복을 주는 게 강아지도 더 행복하대요.
용지 씨도 그래요? 예상 가능한 일상이 좋아요? 아님 예상치 못한 일상이 좋아요?
예상치 못한 일이 좋죠. 훨씬 재미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점쟁이가 늘 마음대로 살라고 했나 봐요?
충격! 진짜 그런 건가? 매일 행복하기도 어렵고 매일 안 행복하기도 힘든 거 같아요. 저는 행복에 중점을 두지 않기로 했어요. 내가 행복한가? 아닌가? 이 생각을 하면서 사는 게 건강한 것 같지 않더라고요. 이분법으로 나누지 않고, 그냥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다! 이 정도의 좋은 순간만 찾고 싶어요.
오늘의 좋은 순간은 뭐였어요?
아까 촬영 중에 간식으로 핫도그 먹은 순간? 너무 맛있더라고요. 오늘 아침에 얼굴을 보니 좀 부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사우나에 갔어요. 커피 마시면서 사우나하고 스크럽하니 기분이 좋았어요. 개운하게 창문 열고 운전하면서 집으로 가는데 날씨도 너무 좋고, 오늘 촬영을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정말 좋은 날이죠.